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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1

초크맨 - C. J. 튜더 / 이은선 : 별점 1.5점


초크맨 - 4점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다산책방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에디는 열 두살 어린 시절 개브, 니키, 호포, 미키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미키의 형의 죽음, 니키 아버지의 폭행 사건 등을 겪으며 친구들과의 거리가 멀어지던 중 그들은 그들만의 장난인 분필 낙서의 인도를 따라가다가 '댄싱걸' 일라이저의 토막난 사체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30년이 지나 에디와 친구들은 목을 매단 막대인간의 그림과 흰색 분필 조각이 담긴 편지 한 통을 받는다. 에디는 과거의 고통스러운 추억을 떠올리면서 다시 친구들을 만나 댄싱걸 사건의 진범이 누구인지를 추적해 나가는데....


스티븐 킹이 추천했다는 띠지의 소개에 혹해서 읽어본 작품.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실망스럽습니다. 스티븐 킹의 <<그것>>과 <<스탠 바이 미>>의 저열한 모방작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캐릭터 구도와 전반적인 전개는 <<그것>>을, 어린아이들이 시체를 찾아 나선다는 테마는 <<스탠 바이 미>> 그대로에요.

물론 <<그것>>의 '악동 클럽' 멤버들이 초자연적인 크리쳐가 아니라 실제 살아 숨쉬는 살인마와 만나면 어떻게 될까? 를 그리려는 시도는 나쁘지 않습니다. 현실을 그림으로서 보다 높은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분명하고요. 하지만 이 작품은 완벽한 실패작입니다. <<그것>>의 광대귀신 페니와이즈는 악동 클럽 멤버들에게 실질적인 위협으로 등장하는데 이 작품 속 아이들과 범죄가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는 탓입니다. 살인마와 아이들의 접점은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분필과 분필 낙서에 불과해요. 어차피 살인 사건은 댄싱걸 일라이저의 토막 살인 뿐이기도 하고요. 그 외로 펼쳐지는 다양한 아이들과 관련된 사건들 - 에디를 잔혹하게 괴롭히던 미키의 형 션이 강물에 빠져죽고, 호포의 애견 머피가 독살당하고, 니키의 아빠 마틴 목사가 잔혹하게 폭행당하는 등 - 은 결국 아이들과는 거의 무관한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은 실제로 위험에 처하지도 않죠.
그나마 분필 낙서 때문에 살인마는 아이들 주변 인물, 혹은 아이들 중 한명인가? 하는 수수께끼가 생겨나기는 하는데 이 역시 제대로 묘사하고 있지 못합니다. 에디 시점에서 무언가 초자연적인 존재 - 션 쿠퍼의 유령 같은 - 가 얽혀있는게 아닌가 하는 식으로 풀어나가다가 결국 에디가 낙서를 했다는 결말로 이어지는데 황당하기 짝이 없어요. 공정하지도 않고요. 이럴거라면 어린 시절 추억담 맨 뒤로 진상은 빼 놓더라도 혼란스러운 묘사 따위는 집어 치우는게 더 나았을 겁니다.

에디와 친구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지나치게 길고 지루합니다. <<그것>>과 너무 비스무레한 것도 문제고요. 동네 깡패 일당과의 대립이라던가, 폭력적인 아버지에게 시달리는 홍일점 니키 등은 그냥 표절 수준이에요. 그 중에서도 니키는 왜 나왔는지도 모르겠더군요. 에디의 아련한 첫사랑을 그리기 위함도 아니고, 마틴 목사의 폭력성을 스스로 증명하지도 않고, 심지어 성인 시점에서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는 부분도 없으니까요. <<그것>>을 충실하게 베끼기 위한 목적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자세한 묘사, 예를 들어 에디 아버지의 치매에 대한 묘사 등도 지나쳤어요.

하긴 이런 단점은 진범의 정체에 비하면 약과입니다. 진범이 마틴 목사라는 결말은 뜬금없기 그지 없어요. 크게 폭행을 당해 의식을 잃은채로 병원에 입원했는데, 몰래 빠져나와 살인을 저지르고 시체를 토막내어 유기까지 하다니 이게 말이나 됩니까? 뭐 당시 영국 시골 병원의 보안과 환자 관리가 그만큼 허술했다 칩시다. 하지만 이후 무려 30년의 세월동안 요양소에서 반 송장처럼 지내면서 주위 사람들을 속여왔다는건 도무지 납득이 안됩니다. 그 전에 미치거나, 퇴원하거나 했어야죠. 일라이저 사건의 범인이 핼러런 선생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정신이상, 산 송장 상태로 버티는 상황부터가 말도 안되고요. 설령 그걸 몰랐더라도 공소시효가 끝날때까지만 버티면 돼잖아요.
그리고 수십년간 휠체어 생활을 했는데 불구하고 젊은 처녀인 클로이와 장년의 성인 남성인 에디와 호포를 제압한다는 마지막 클라이막스도 와 닿기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도끼를 들고 습격했다는 장점은 있지만 뭔가 어설퍼서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도 않더라고요. 그리고 애초에 습격할 이유 자체도 없습니다. 증거도 없을 뿐 아니라 앞서 이야기한대 공소시효도 이미 끝난지 오래니까요. 찾아온 에디와 친구들을 만나 그냥 정신 이상을 가장한 채 휠체어에 앉아 있기만 했어도 아무 탈이 없었을겁니다. 정신 이상으로 일어나서 과거의 망령들을 습격했다? 그렇다면 진작에 일어나서 날뛰지 않은게 설명되지 않죠. 이 모든 걸 엮는 단서라는게 댄싱걸과 클로이가 머리를 금발로 염색했다는 정도라는 것도 웃기는 일이고요.
그 외에 추리적인 부분은 모두 함량 미달입니다. 초크맨 낙서를 보낸건 에디였다던가, 미키를 죽인건 호포였다던가 하는 이야기 모두 뜬금없으며 공정하지 못한건 마찬가지거든요. 마틴 목사를 폭행한건 토머스 순경과 친구들이라는 것도 역시나였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인물 설정과 묘사는 스티븐 킹의 표절인데다가 추리적인 부분은 비합리적인데다가 우연으로 점철되어 있고, 심지어 공정하지도 못합니다. 무엇보다 범인의 정체는 최악이고요. 그 어떤 점으로도 점수를 줄 부분이 없습니다. 그냥 소설로 성립은 한다는 점 정도만 괜찮네요. 절대로 읽어보시지 마시길. 스티븐 킹이 호평했다는건 자신의 충실한 모방작을 만난 탓에 한 실언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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