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상기술연구소 - ![]() 제현주.금정연 지음/어크로스 |
제목이 흥미를 끌어 관심을 두다가 도서관에 있길래 읽어 보았습니다. 제법 유명한 팟캐스트 방송의 에피소드 몇 개가 수록된 책입니다. 그런데 기대와는 전혀 다르더군요. 저는 평범한 생활 속 기술 중 유용한 '꿀팁'을 소개하는 책이라 생각했거든요. 청소의 비법 같은 것 말이죠.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기술'이라는건 전혀 그런게 아니더라고요.
물론 아예 읽을만한 내용이 없지는 않습니다. 특히 첫 번째 소개된 푸른 살림 박미정 대표 코치의 돈 관리 요령과 돈에 대한 시각은 꽤 괜찮습니다. 소비는 프라이버시, 돈을 정해주면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인간은 어차피 하고 싶은 건 하게 되어 있으니 적당한 지점을 스스로 찾아 기준을 세워 소비하자, 돈 쓰는 감각을 훈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금으로만 사는 것, 결핍을 두려워 말고 일단 과감하게 끊어보자, 돈에 대해서는 정직해 져야 한다 등 도움이 되는 말들이 많은 덕분입니다. 특히나 무언가를 끊는 방법이 인상적입니다. 먼저 자기의 욕망을 먼저 수용하고 솔직하게 들여다 봅니다. 그리고 수용했으면 기한을 두고 참을 수 있는걸 끊어 보는거죠. 결핍을 겪어봐야 내가 얼마나 원하고 얼마나 댓가를 치를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도저히 못 끊겠으면 죄책감을 느끼지 말고 허용하고요. 마지막으로 이에 따라 내 중심의 생활 경제 질서를 만들자는데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합리화에는 괜찮은 조언이다 싶네요.
"검색, 사전을 삼키다"의 저자 정철의 정리 관련 기술도 눈여겨 볼 만 합니다. 정리할 때는 '기타'를 잘 활용하자는 것과 찾기 쉽게 하는게 목표라는 것, 그리고 허용치 이상이 되면 버려야 한다는게 원칙인데 실제 책 정리에 유용하겠다 싶었어요. 사실 정리에 대한 비법보다는 요새와 같은 추천의 시대는 취향을 만들기가 더 힘들다는 이야기가 더 인상적이긴 했지만요. 예전에는 CD 한 장 사면 별로여도 들을 수 밖에 없으니 마르고 닳도록, 가사를 외워가며 들었던 추억을 예로 들면서, 옛날에는 무언가를 고를 때 엄청나게 고민하고 노력했고, 좋아하는걸 골라내는 것도 기술이었지만 지금은 비슷한 장르의 음악을 공짜에 가깝게 계속 이어서 무한정 들을 수 있으니 이런 고민이 필요없는 시대가 되었다는 이야기인데 공감이 많이 갑니다. 저 역시 제 중, 고등학교 생활을 지배했던 "오렌지 로드"의 극장판 LD를 몇 달 용돈을 모아 구입한 후, 재미를 떠나서 마르고 닳도록 본 기억이 나네요. 솔직히, 굉장히 재미 없었지만요.
하지만 그 외에는 기술이라고 부를만한게 솔직히 거의 없습니다. 일을 벌이는게 기술인가요? 배우고 가르치는 기술이라는 것도 내용만 보면 개인 경험담에 가깝습니다. 손으로 만드는 기술은 그 중에서도 최악으로 정작 내용은 손으로 만드는 뭔가에 대한 방법이 아니라 시작하는 방법에 대한 소개에 불과합니다. 그냥 건담 HG나 하나 사서 시작하면 될텐데 이걸 뭐 이리 장황하게 이야기하는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이 정도면 단지 기대와 다른 정도인데... "함께 살기의 기술"은 내용 자체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예전 하숙집 느낌이라는 '우리 동네 사람들 (우동사)' 라는 공동 주택 시스템은 소개만 보면 상당히 그럴 듯 합니다. "프렌즈"나 "남자 셋, 여자 셋" 같은 느낌으로 함께 사는 재미도 있고, 가족같이 지내며 정말 오래전 대가족 느낌을 아이들에게도 줄 수 있어 보이니까요. 허나 이렇게 살거면 왜 진짜 가족과 함께 살지는 않는거죠? 가족과 함께 살지도 않는데 나와서 유사 가족을 만드는건 어불성설입니다. 집이 멀어서? 저렴해서 인천에 산다니 이 역시 성립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애초에 예를 든 "남자 셋, 여자 셋"은 대학 근처 하숙집이라는 지역적 특성으로 성립된 공동 생활이에요. 가족이 없어서 생겨난 게 아니란 말이죠. 제가 기성 세대를 넘어 꼰대가 된 탓이 크겠지만 최소한 제 딸은 절대 이런 생활로 보내고 싶지는 않네요.
본편 뒤에 부록처럼 이어지는 "독립 생활의 비법" 역시 제목만 그럴듯합니다. 게다가 나름 성공한 제빵사와 일거리가 제법 있는 프리랜서가 주인공이라 별 도움도 안될 듯 싶어요. 최저 임금으로 독립 생활을 하는 사람을 취재하는게 나았을겁니다. 아울러... 제빵사 박혜령님의 경우 30대 초반에 2,000만원 들여서 창업한 거라니 이 정도면 기성 세대 시각으로도 충분히 응원해 줄 수 있습니다. 실패해도 큰 데미지는 아니고 충분히 남은 인생에서 재기할 수 있는 수준이니까요. 게다가 베이글이라는 아이템도 꽤 신선합니다. 온라인 주문 대응에 용이한 아이템이라는 선견지명이 돋보이고요. 이 정도면 운도 좋았지만 일단 실력으로 성공했다고 봐야겠죠. 그렇다면 "독립 생활의 비법"이라는 항목에 묶이기에는 역시나 말이 안됩니다. "성공의 비법" 이라면 모를까.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기대했던 내용과는 전혀 달라 실망이 큽니다. 아무래도 제가 이런 책을 읽고 관련된 이야기를 듣기에는 나이가 많은 탓이겠지만요. 그래도 주변 지인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내용이 아니라는건 확실합니다. 저와 같이 정말 '일상 속 여러가지 생활 기술' 에 대한 내용이 있을거라 기대하신 분들이 있으시다면 낚이지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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