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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3

하야미 라센진의 육해공 대작전 - 하야미 라센진 / 진정숙 : 별점 4점

하야미 라센진의 육해공 대작전 - 8점
하야미 라센진 지음, 진정숙 옮김/이미지프레임(길찾기)

1~2차 대전 당시를 주무대로 하여 가공의 국가와 병기를 선보이는 "마차마 전기"가 150여 페이지 분량으로, 그 외 암즈 매거진 연재 카툰 칼럼, TRPG 리플레이 만화, 기타 칼럼과 일러스트로 구성된 하야미 라센진 작품집입니다.

"마차마 전기"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잡상노트", 문효섭의 "강철의 대지"와 굉장히 유사한 가공의 밀리터리 역사 만화입니다. 실제로 있었음 직한 병기 - 두프르카프루 왕국의 왕립 장갑 코끼리 부대, 장갑취사차, 남미 소국의 늪지 장악을 위한 장갑 갤리선, 아프리카 바오밥 부대의 펄스제트 전투기 플라밍고, 이라크전에 참전한 장갑 3륜차 등 - 와 그 일화들을 그럴듯하게, 그것도 인간미 넘치는 유머러스함으로 그려낸 점에서 그러합니다.

하지만 앞선 두 작품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인물과 무기들 묘사가 좋은 것은 물론이고, 오타쿠다운 디테일과 고증이 아주 돋보였습니다. 1, 2차 대전 지식은 관련된 서적 몇 권 읽어본 것이 전부인 저 같은 풋내기 매니아에게는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수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상의 제도 왕국 - 서방 공화제 전쟁 이야기보다는 2차 대전같은 실제 전사를 무대로 한 이야기가 훨씬 좋았습니다만, 이야기들 모두 평균 이상의 수준입니다.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는 TRPG 리플레이 만화는 게임 소개라는 취지에도 적합하지만, 만화 자체만으로도 재미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아스테로이드 퀘스트"라든가 "바바리안 킹"은 게임 자체에도 꽤 흥미가 갔을 정도입니다. 이런 류의 스토리텔링 창작 게임들은 창작 활동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 말이죠. 여튼, 그야말로 "소개" 만화의 바이블이라고 불러도 좋겠네요.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면, 그림 좀 그리는 오타쿠가 자신의 관심 분야를 궁극으로 구현한 결과물입니다. 정말 좋아하면서, 즐겨서 그렸구나 싶은 생각이 읽는 내내 드는 즐거운 작품이었어요. 아... 저도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살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 부럽네요. 

번역도 아주 좋아서 오역 없이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전혀 문제 없으며(번역가 진정숙 씨에게는 고료를 2~3배를 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빼곡한 글들을 번역한 정성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손글씨를 한글화한 수준도 높습니다. 제 별점은 4점입니다. 중간중간 페이지 낭비스러운 짤막한 일러스트 등이 잉여스럽기에 약간 감점했지만,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해요. "잡상노트"가 이렇게 번역된다면 정말이지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다만, 추천드리기에는 좀 어렵습니다. 밀리터리나 TRPG 쪽에 관심이 없다면 재미를 느끼기 어려운 책이거든요. 그러나 일정 수준 이상의 관심이 있다면 재미를 느끼실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2017/12/03

대포와 스탬프 03, 04권 - 하야미 라센진 : 별점 2.5점

[고화질] 대포와 스탬프 03권 - 6점
하야미 라센진 지음/미우(대원씨아이)
[고화질] 대포와 스탬프 04권 - 6점
하야미 라센진 지음/미우(대원씨아이)

출간된 지 제법 되었지만 리뷰가 늦었네요. "대포와 스탬프" 제3, 4권입니다. 전자책으로 구입하여 읽었습니다.

이번 권들에는 단편 에피소드도 있지만, 전작에서부터 이어지는 이야기 비중이 더 큽니다. 특히 헌병대 이중 스파이 시난 중위를 핵심으로 이야기를 길게 끌고 가려는 작가의 의도가 강하게 보입니다. 물론 짤막하게 소모될 캐릭터는 아니라 생각했지만, 가면 갈수록 그 스케일이 정말로 커져서(마약밀매 조직의 운영이라던가, 비행선 테러 등) 당황스럽네요. 덕분에 밀리터리 물로서의 가치가 훼손된다는 문제도 생기고요. 특히 공화국, 공국에 걸쳐 있는 범죄 조직을 다룬 에피소드는 군대 이야기하고는 상관이 없었으니까요. 이는 사라진 보고서를 둘러싼 암투가 벌어지는 4권 마지막 에피소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그림체와 어울리지 않는 잔혹함, 성적인 묘사도 별로였습니다. 형무소 내 세력 다툼과 그에 따른 희생, 잔혹한 현실을 그린 아네티카 주인공의 번외편 "북극 번외지" 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작화로 다루기에는 여러모로 어울리지 않았던 탓입니다.

물론 단점만 있는건 아닙니다. 전편부터 이어지던 여러 가지 이야기들 - 장갑 열차 부대의 재등장, 대령이 나름 SF 작가로서 확고부동한 위치가 있다는 등 - 은 즐거웠으며 캐릭터들을 꼼꼼하게 만드는 관련 에피소드도 나쁘지 않았어요. 보이코 상사의 부인 등장, 마르티나 중위의 고향과 가족 이야기 등 처럼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그림체하고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아네티카 병장이 과거 형무소에 있었던 죄수였다는 과거도 이야기만큼은 마음에 들었고요. 작화와 어울리는 귀엽고 유쾌한 이야기도 없지는 않습니다.

또 비중은 작아졌지만 특유의 집요한 밀리터리 관련 설정도 여전히 즐길 거리임에는 분명합니다. 구소련군이 모티브인 독특함에 더해진 묘사는 그야말로 최고 수준이니까요.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있었음 직한' 메카닉들도 마찬가지로 반가웠어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저는 꽤 재미있게 읽었지만, 팬이 아니라면 조금 애매할 수 있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덧붙이자면, 전자책으로는 2페이지 양 쪽을 사용하여 에피소드별 주력 등장 메카닉을 소개하는 부분 편집이 영 괴상하더군요. 전자책으로 출간한다면 이런 부분에 대한 세세한 수정을 해 주면 좋겠습니다.

2023/02/04

대포와 스탬프 1~9 - 하야미 라센진 : 별점 2.5점

[고화질세트] 대포와 스탬프 (총9권/완결) - 6점 하야미 라센진/미우(대원씨아이)

밀덕 만화가 하야미 라센진의 (현재까지는) 최장 장편입니다. 2017년에 1권이 국내 첫 소개되고, 6년만에 완결을 보았네요. 

다음 권을 손꼽아 기다리게 만들 정도로 개별 단편 하나 하나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단팥죽을 좋아하고 엄청난 업무 능력을 발휘하는 마르티나 중위, 저명한 SF 작가 키릴 대위, 엄청난 전투력의 소유자인 불사신 보이코 상사, 형무소 출신으로 밤 생활에 능통한 아네티카, 이재에 밝아 보이지만 항상 실패하는 만치코프 등 개성있는 중대원들 묘사도 좋고요. 2차대전 시기를 모티브로 하는 각종 등장 장비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묘사는 작가의 덕력의 깊고 넓음을 짐작케합니다.

그러나 장편으로는 함량 미달입니다. 제국군과 공화국군, 공국군이 서로 싸우는 치열한 전쟁과 병참 부대 인물들 에피소드가 잘 어우러지지도 못하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의 긴 이야기가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탓입니다. 맥락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있는데, 전개에 있어서 무리수를 두거나 설명이 부족했기 때문이고요. 

여기에 더해 빌런 카라이브라힘이 벌이는 여러 악행들은 최악이었습니다. 전쟁과 딱히 관련도 없을 뿐더러, 뭔가 있어보이지만 실상 뭔가 일을 벌일 때 마다 실패하고 정체가 드러나서 도저히 이야기의 한 축을 이끌어가는 악당으로 보이지가 않더라고요. 카라이브라힘의 오른팔인 암살자 소년 유스프는 이야기의 비현실성을 더해주는데 그칠 뿐입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초, 중반까지는 전투 장면도 한없이 유쾌하게 개그 분위기로 끌고가다가 마지막에 전쟁은 비극이라는 결말을 맞는데, 이를 잘 그려내지 못했다는 겁니다. 작가의 작화부터가 비극에 어울리지 않는데다가, 부족한 전개 능력이 발목을 잡았어요. 비극을 그리기 위한 묘사가 죽음밖에 없는 탓이 큽니다. 마지막 권은 그야말로 정점을 찍습니다. 불사신 보이코, 도둑고양이 아네티카 등 중대 핵심 멤버들, 라드반스카 중장, 토이치로브스키, 수도사 등 중간중간 등장했던 여러 인물들이 차례로 죽어나가거든요. 이 죽음들도 전우 (마르티나)와 함께 했던 보이코 상사 말고는 모두 허무한 개죽음에 가깝다는건 - 대표적인게 보드카 아케조코 스페셜 공장 때문에 죽어버린 아네티카 - 수년을 함께했던 독자들이 반길만한 요소는 절대 아니었습니다. 이런 개죽음이야말로 비참한 전쟁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요소일 수는 있습니다만... 최소한의 드라마는 그려주었어야 했는데 여러모로 아쉬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꼭 살아남아 주었으면 했던 아네티카 대신, 얌체 캐릭터 만치코프가 끝까지 살아남는다는게 정말 별로였습니다. 죽음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는 작가의 의도였을까요?

키릴 대위는 시력을 잃고, 마르티나는 팔을 잃고 맺어졌던 둘이 헤어지는 듯한 묘사도 별로였어요. 어렵게 맺어진 연인이 헤어지는 것도 전쟁이 불러온 비극인데 이를 왜 자세히 그려내지 않았는지도 의문입니다. 어떤 궁지에 몰려도 상대를 죽이고 탈주했던 핵심 빌런 카라이브라힘이 도주하다 맞은 총으로 죽어버리는 것도 허무한데, 아무래도 출하 요청으로 급하게 마무리한게 아닐까 싶네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2차대전과 밀리터리물을 좋아한다면 재미있는 구석이 없지는 않으나 전체적으로는 미묘했습니다. 이 작가는 짧은 호흡으로 유쾌한 분위기를 그려낸 작품이 훨씬 잘 어울린다 생각됩니다. 이 작품 역시 초중반부까지의 유쾌한 전쟁물로 끌고갔더라면 더 좋았을겁니다.

2017/03/08

대포와 스탬프 1,2 - 하야미 라센진 : 별점 2점

대포와 스탬프 2 - 4점
하야미 라센진 지음/미우(대원씨아이)

하야미 라센진의 밀리터리 판타지 신작으로, "육해공 대작전" 비슷한, 작가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선보입니다. 대공국, 제국 연합군과 공화국 간 전쟁을 무대로 하고 있는데, 2차대전 비슷한 문명 수준과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이 중 주역인 대공국군은 이름 - 마야코프스카야 (마르티나) 소위, 키릴 대위, 보이코 상사, 아네티카 병장 등등 - 이라던가, 무식해보이는 장비들, 보드카가 중요하게 (?) 등장하는 등 여러 면에서 러시아 느낌이 물씬 나고요. "군화와 전선"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작가가 2차대전 당시 소련군 팬이 확실한가 봅니다. 오스만 투르크 제국 느낌의 공화국도 상당히 이색적이고요.
이런 2차대전스러운 분위기는 작가의 전작들과 유사한데, 전투요원이나 전쟁을 중심으로 가져가는게 아니라 '병참부대원'을 주인공으로 하여 보급과 행정 업무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는 차이점도 확실합니다.

그러나 재미는 부족합니다. 보급물자를 빼돌리는 이야기가 반복되어 지루하고, 그림과 어울리지 않게 사람들이 많이 죽어 나가는 심각한 분위기 탓도 큽니다. 기자단이 싸그리 죽어 나가는 것도 모자라서, 2권 뒷부분에 등장하는 이이다코 고지 사령관 파파에프 대위는 폭격으로 팔만 발견될 정도에요.
주인공인 마르티나가 꽉 막힌 원리원칙주의자로 매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재미를 떨어트리는 요소입니다. 주인공을 괴롭히거나 힘들게하는 조연 상사 역할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되네요. 마르티나보다는 명문가 아들이지만 후방에서 대충대충 일하면서 SF 소설을 쓰는 키릴 대위나, 헤프고 글도 못 읽지만 용감무쌍한 아네티카 병장 쪽이 더 주인공에 가깝습니다. 2권에서 키릴 대위의 동생인 코스챠, 이중스파이 시난 중위와 같은 새 인물들이 계속 등장하는걸 보면,작가도 마르티나 중심으로 드라마를 만드는게 힘들었던 것으로 보이네요.
덧붙이자면 족제비 '스탬프'도 귀엽고 아주 약간 활약이 있긴 하나 왜 나오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최소한 제목에 등장할 비중은 절대 아닙니다. 물론 제목의 스탬프에는 '서류 작업'을 뜻하는 중의적인 의미도 있긴 합니다만...

아울러 작가의 가장 큰 장점인 그럴듯한 장비들, 병기들 묘사는 여전히 빼어나지만, 작품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부수적 소재에 그친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중장갑전함 '평화호' 외에는 나와도 그만 안 나와도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육해공 대작전" 만큼 참신하지도 않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팬으로서는 제법 만족스럽지만, 전작들에 비하면 많이 처집니다. 다음 권도 사 보겠지만 오래 이어질 것 같지는 않네요.

덧붙이자면, 출판사가 이미지 프레임에서 미우 (대원)으로 바뀐 것도 긍정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판형이 달라진 것도 짜증나지만, 등장하는 장비, 병기를 에피소드가 끝나면 그대로 확대해서 양면 페이지로 수록한 이유는 도무지 모르겠네요. 잉크와 종이 낭비에 불과해 보였습니다.

2015/10/15

군화와 전선 2- 하야미 라센진 / 성동현 : 별점 2.5점

군화와 전선 2 - 6점
하야미 라센진 지음, 성동현 옮김/이미지프레임(길찾기)

하야미 라센진의 판타지 밀리터리 만화 2권, 완결권입니다.

나쟈와 바센카 콤비가 동부전선에서 독일군과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가 옴니버스 단편물로 수록되어 있다는 건 1권과 같습니다. 특징이라면 러시아 고유 신화와 전설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많다는 것이고요. 신성한 곰, 물가에 사는 정령 루살카, 파르티잔 리더 "승리의 유리"(성 게오르기), 악령 쵸르트, 여름의 정령 폴루드니차, 전설의 영웅 일리야 무로메츠와 불사신 코시체이, 괴물 솔루베이 라즈보이닉, 집에 사는 노파 요정 키키모라, 성녀 파트니차, 머리 셋 달린 악룡 즈메이 고리니치(킹기도라?) 등 마지막 편을 제외하면 모든 이야기에 러시아산 정령과 영웅들이 등장합니다. 이는 1권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2권에 등장하는 신화와 전설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이야기, 특히 "전쟁"에 개입해 드라마를 만들어간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전설의 영웅들이 러시아의 승리를 위해 싸우기 때문입니다.
또 2차대전과는 관계없이 마지막 결말에서 나쟈가 "죽음"과 한 판 승부를 벌여 바센카를 구해내는데, 여기서 약간 백합물스러운 느낌을 전해주는 것도 나름 괜찮았습니다. 작가가 노린 듯싶기도 합니다.

다만 1권보다는 아무래도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점, 마녀 바센카의 활약보다는 이런저런 정령과 요정들의 활약이 주가 된다는 점은 단점입니다. 2권 만에 완결된 것도 작가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무엇보다 작품의 매력이라 할 수 있는 일러스트 칼럼의 재미가 많이 반감된 것은 정말 아쉬웠습니다. 나폴레옹 시대의 프랑스 군복이나 혁명 전 프랑스 드레스, 여걸들, 중세와 근대 유럽의 식사와 일본의 식사 등 다양한 소재를 망라해 소개하고 있는데, 작가의 넓은 지식은 충분히 느껴졌지만 아무래도 그다지 관심이 가는 소재들이 아니었습니다. 1권에서는 러시아산 무기나 각종 장비 등 관심거리가 많아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게다가 글이 너무 빽빽해서 읽기조차 힘든 점도 문제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무난한 수준이지만 1권보다는 재미와 신선함 모두 부족했기에 감점합니다. 그래도 깔끔하게 완결된 점 하나만큼은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2014/06/05

군화와 전선 1 - 하야미 라센진 / 성동현 : 별점 4점

군화와 전선 1 - 8점
하야미 라센진 지음, 성동현 옮김/이미지프레임(길찾기)

곰의 신 보로스의 가호를 받는 러시아 마녀 바셴카와 NKVD 장교 나디아가 컴비를 이루어 동부전선에서 여러 활약을 한다는 내용의 밀리터리 판타지 옴니버스 만화입니다. 작가의 전작 "육해공 대작전"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주저 없이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몇몇 영화 외에는 제대로 접하기 힘들었던 2차대전 당시의 소련군을 주인공으로 한 만화라는 점도 특이하지만, 주인공 중 한 명이 "마녀"라는 점은 정말 최고의 아이디어였습니다. 마녀 바셴카 덕분에 여러 가지 판타지 요소들이 어우러지면서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가 이어지거든요.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러시아의 산타클로스인 "데트 마로스"가 등장하는 에피소드였습니다. 독일군에게 납치되어 하루 만에 러시아 전역을 이동하는 방법에 대해 심문받는 데트 마로스를 구해낸다는 내용이지요. 제3제국의 SS 소속 마녀 디케 베르타의 등장도 상당히 신선한 설정이었고요.

아울러 작가의 장점인 정감 넘치는 캐릭터들, 특유의 펜선으로 구현한 꼼꼼하면서도 보는 사람을 흐뭇하게 만드는 작화도 마음에 듭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를 연상케 하지만 자신만의 개성을 보여주는데에는 충분한 수준입니다. 밀리터리 마니아를 매료시킬 만한 디테일도 여전하고요. 각 에피소드별로 3꼭지 정도 할애하는 컬럼 "나사의 속삭임"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도 좋았습니다. 이 컬럼들만 따로 단행본이 출간되기를 바랄 정도로요.

그러나 실존했던 전쟁을 다룬 작품인 만큼 잔인한 묘사도 제법 등장합니다. "강철의 소녀들"만큼은 아니지만, 전쟁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묵직한 이야기도 몇 편 수록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단점은 아니지만 조금 기대와는 달랐어요. 또 굳이 깊게 파고들 필요는 없지만, 당시 소련군을 너무 좋게만 그린 점은 약간 불만이었습니다. 고바야시 모토후미의 고로도크 쪽이 더 현실에 가깝다고 생각되네요.

그래도 결론을 내리자면 추천작입니다. 만화로서의 재미와 더불어 지식욕까지 충족시켜주는 보기 드문 작품입니다.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꼼꼼한 번역과 한글화도 굉장히 인상적인 부분이었고요. 이런 책을 사지 않으면 무슨 책을 사겠습니까? 별점은 4점입니다.

2020/06/07

탱크의 탄생 - 모리나가 요우 / 전종훈 : 별점 3점

탱크의 탄생 - 6점
모리나가 요우 지음, 전종훈 옮김/레드리버

탱크에 가까웠던 무기에서부터 시작해서 1차 대전 개발되어 전선에 투입되었던 탱크까지 섬세하면서도 귀여운 일러스트로 설명해주는 도감입니다. 고대 전차부터 중세 시대 후스파의 바겐부르크(전투용 마차), 다 빈치의 무적 전차와 각종 무기들, 일본 에도 시대의 우차전차 안진샤, 근현대 전차의 초기 아이디어인 코웬 머신과 심스 장갑차 등을 거쳐 1차 대전 본격적인 전차가 개발되기까지의 여러 시행착오와 그 결과물들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해 줍니다. 이전 "아틀라스 전차전"을 통해 접했던 내용도 많지만, 흑백 사진과 딱딱한 사실 위주의 글보다는 그림과 친근한 만화,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전차의 역사와 당시 전차의 구조, 전술 등을 이해하는데에는 훨씬 효과적이라 생각됩니다. 이런게 도감의 힘이라 할 수 있겠지요.

도감이기에 그림, 일러스트가 가장 중요할텐데, 미야자키 하야오나 하야미 라센진이 떠오르는 그림은 정확한 사실과 설계에 기반해서 꼼꼼하게 그려내었기 때문에 자료적 가치가 아주 높습니다. 작가가 여러가지 자료 조사를 거쳐 - 심지어 영국에 있는 전차 박물관에 직접 방문하여 찍은 사진을 자료로 활용하고 있는 등 - 꼼꼼하게 그려내었을 뿐 아니라, 자료가 없어서 상상해서 그린 부분은 빠짐없이 명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쪽 분야는 우에다 신이 이미 명성을 날리고 있지만, 그림과 채색 모두 이 쪽이 제 취향이었습니다. 게다가 무려 풀 컬러입니다! 단순히 내, 외관을 그려낸게 아니라 자신만의 해석으로 필요한 부분을 데포르메 한 형식도 좋았고요. 몇 가지 샘플을 소개해드리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러한 그림 외에 담고 있는 정보도 많습니다. 1차 대전 탱크전의 상세한 기술은 물론, 당시 탱크는 대포에 맞으면 쉽게 부서져서 큰 효과를 보기 어려웠다는 것, 진흙에 빠지면 탈출하기 힘들었는데, 마크 4 부터 진흙 탈출용 목재를 장비하였다는 것, 내부에 엔진이 있어 의사소통이 어려웠기 때문에 스패너 등으로 두들겨서 의사소통하고 명령을 전달했다는 것, 윤활유를 비롯한 각종 기름 범벅이었다는 것 등 영국 전차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프랑스의 슈네데르 CA, 생샤몽이라던가 독일의 돌격전차 A7V 등 여러가지 초기 탱크, 전차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상세하게 소개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중 개인적으로는 독일에서 영국 전차를 노획하여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1918년 독일의 춘계 공세 때 영국이 전차를 버리고 후퇴해서 무려 300대의 전차를 입수한게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하네요. '기술하면 독일' 이라는 인상이 강한데, 1차 대전 때에는 전차 기술력에서 뒤진 탓에 어쩔 수 없이 노획한 전차를 가지고 전쟁을 벌였다는게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껴집니다. 독일의 기술력으로 좀 더 개량해서 전쟁에 나서지 않은걸 보면, '기술의 독일'도 1차 대전 때에는 해당되는 말이 아니었나 봐요.

그러나 200페이지도 안되는 분량에 22,000원이라는 가격은 좀 쎕니다. 풀 컬러 탓이겠지만 좀 아쉬웠어요. 또 정보 전달 측면은 우수한 재미 측면은 당연히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도 약간은 단점이고요. 전형적인 일본의 도감 스타일이기는 한데, 어수선한 레이아웃도 거슬렸습니다. 그림은 좋았지만 흑백에 재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안 타고는 못배겨!"보다는 낫지만요.

그래도 추천작임에는 분명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분량에 비하면 조금 비싼 가격과 처지는 재미 탓에 감점합니다만 그림의 밀도가 높아서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전쟁사나 무기, 도감 등에 관심 많으신 모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저자의 다른 도감도 있다면 게속 출판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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