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화와 전선 1 - 하야미 라센진 지음, 성동현 옮김/이미지프레임(길찾기) |
곰의 신 보로스의 가호를 받는 러시아 마녀 바셴카와 NKVD 장교 나디아가 컴비를 이루어 동부전선에서 여러 활약을 한다는 내용의 밀리터리 판타지 옴니버스 만화입니다. 작가의 전작 "육해공 대작전"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주저 없이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몇몇 영화 외에는 제대로 접하기 힘들었던 2차대전 당시의 소련군을 주인공으로 한 만화라는 점도 특이하지만, 주인공 중 한 명이 "마녀"라는 점은 정말 최고의 아이디어였습니다. 마녀 바셴카 덕분에 여러 가지 판타지 요소들이 어우러지면서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가 이어지거든요.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러시아의 산타클로스인 "데트 마로스"가 등장하는 에피소드였습니다. 독일군에게 납치되어 하루 만에 러시아 전역을 이동하는 방법에 대해 심문받는 데트 마로스를 구해낸다는 내용이지요. 제3제국의 SS 소속 마녀 디케 베르타의 등장도 상당히 신선한 설정이었고요.
아울러 작가의 장점인 정감 넘치는 캐릭터들, 특유의 펜선으로 구현한 꼼꼼하면서도 보는 사람을 흐뭇하게 만드는 작화도 마음에 듭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를 연상케 하지만 자신만의 개성을 보여주는데에는 충분한 수준입니다. 밀리터리 마니아를 매료시킬 만한 디테일도 여전하고요. 각 에피소드별로 3꼭지 정도 할애하는 컬럼 "나사의 속삭임"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도 좋았습니다. 이 컬럼들만 따로 단행본이 출간되기를 바랄 정도로요.
그러나 실존했던 전쟁을 다룬 작품인 만큼 잔인한 묘사도 제법 등장합니다. "강철의 소녀들"만큼은 아니지만, 전쟁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묵직한 이야기도 몇 편 수록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단점은 아니지만 조금 기대와는 달랐어요. 또 굳이 깊게 파고들 필요는 없지만, 당시 소련군을 너무 좋게만 그린 점은 약간 불만이었습니다. 고바야시 모토후미의 고로도크 쪽이 더 현실에 가깝다고 생각되네요.
그래도 결론을 내리자면 추천작입니다. 만화로서의 재미와 더불어 지식욕까지 충족시켜주는 보기 드문 작품입니다.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꼼꼼한 번역과 한글화도 굉장히 인상적인 부분이었고요. 이런 책을 사지 않으면 무슨 책을 사겠습니까? 별점은 4점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