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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3

지구 속 여행 - 쥘 베른 / 김석희 : 별점 2점

지구 속 여행 - 4점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열림원

리덴브로크 교수는 조카 악셀과 지구 속까지 뚫여 있다는 아이슬란드 화산으로 향했다. 우연히 발견한 연금술사 사쿠누셈이 남긴 룬 문자 암호를 해독한 덕분이었다. 현지에서 채용한 길안내인 한스까지 포함한 세 사람은 분화구에서 입구를 발견하고 지구 속으로의 여행을 시작하는데...

이 작품은 쥘 베른의 대표작 중 하나이며, 열림원의 "쥘 베른 컬렉션" 시리즈 제1권이기도 합니다. 오래전에 읽었던 기억이 있지만, 제대로 된 번역본으로는 처음 접해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초반, 즉 전체 분량의 1/3 정도는 아이슬란드까지의 여정에 집중되어 있고, 지구 속에 들어간 이후에도 지층과 광물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모험 소설로의 정체성이 부족하게 느껴졌던 탓입니다. 책 뒤 해설에 따르면 본작은 청소년들을 위한 교양 학습과 오락을 결합한 기획물이었다고 합니다. 실제 연재되었던 잡지명이 "교육과 오락"이었다니, 이런 내용이 된 게 어느정도 수긍은 갑니다.

또한 지나치게 오락가락하는 악셀의 심리 묘사가 반복되는 점도 불만스럽습니다. 실제 모험의 주인공은 오히려 묵묵히 헌신하는 한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교수나 악셀은 정작 결정적인 행동을 보여주지도 않으니까요.
책의 완성도도 흠잡을 데 없지만, 삽입된 발표 당시의 판화 삽화는 감흥을 크게 일으키지는 못합니다. 시드니 파젯의 셜록 홈즈 삽화와 비교하면 말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전부 아쉬운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중간에 길을 잃은 악셀과 교수가 목소리의 전달 시간을 이용해 서로의 위치를 파악하는 장면처럼 과학적 요소가 이야기와 잘 결합된 장면은 꽤 깊은 인상을 심어줍니다. 지구 중심부가 뜨겁지 않다는 가설, 아이슬란드에서 출발해 스트롬볼리 화산을 통해 탈출하게 되는 모험의 루트 또한 꽤 그럴듯하게 짜여져 있고요.

모험소설적인 재미도 실제로 묘사될 때는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길을 잘못 들어 탈진 직전까지 갔던 일행이 지하수, 이른바 "한스천"을 발견하고 생존하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지저의 바다 근처에서 마주치는 기묘한 동식물들에 대한 묘사도 흥미로왔고 초반에 등장하는 암호문 역시 무척 반가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크게 다가왔고, 전체적으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어릴 적 읽었던 학습만화 중, 재미도 애매하고 교육적 가치도 크지 않았던 이른바 "뚱딴지"류 학습 만화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학습성을 배제하고 "잃어버린 세계"처럼 정통 모험소설로 구성되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네요. 지금의 결과물은 아무래도 여러모로 애매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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