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 에드 맥베인 지음, 이동윤 옮김/검은숲 |
뮤지컬 무용수 샐리가 총격으로 사망한 시체로 발견되고 흉기는 로페즈라는 조무라기 마약상을 살해한 것과 같은 권총임이 밝혀진다. 두 피해자의 관계를 알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카렐라와 동료들 앞에 차례로 살인사건이 벌어지는데....
<하기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87분서 시리즈. 피니스 아프리카에의시리즈와는 다르게 검은숲에서 독립적으로 출간된 작품으로 1983년에 발표된 시리즈의 36번째 작품이라고합니다.
500페이지가 넘는 대장편으로 조무라기 마약상이자 양아치인 로페즈, 대히트 뮤지컬 팻백의 댄서 샐리 앤더슨, 보석판매상 에덜먼이 동일한 권총으로 살해당했다는 것이 밝혀지고 아무런 관계도 없을 것 같은 이들이 왜 살해당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이야기의 핵심이죠. 그 와중에 잔인한 폭력배인 엔터니 수사와 팻레이드 에마 커플이 마약 거래로 한몫잡으려 끼어들어 또다른 살인을 저지르고, 본 사건과 전혀 관계없는 사건에서 주로 미끼로 활동하는 여자형사 아일린의 활약이라던가 버트 클링 형사에게 닥친 어려운 가정사 등 여러가지 일들이 복합적으로 일어나고요.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평균 이하의 작품입니다. 책 뒤에서 소개하듯 중기걸작이라고 하기에는 절대 무리에요. 이유는 피해자들이 하나로 엮이는 설정의 설득력이 거의 제로에 가까우며 추리라고 부를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로페즈와 샐리가 과거 동거를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는 것은 처음 소개되는 둘의 캐릭터 묘사만 놓고 보면 상상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결국 둘의 관계가 경찰 수사로 밝혀지는 등 별다른 수수께끼가 존재하지도 않으니까요. 무엇보다도 샐리가 성공한 다음에도 섹스파트너로 관계를 이어갔다는 것은 전혀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진짜 흑막인 티모시의 경우도 마찬가지에요. 우연찮게 마이애미에서 한 꼬마의 생명을 구해준 뒤 그의 아버지로부터 코카인을 구입하여 한몫 단단히 잡는다는 황당한 설정부터 어처구니없지만 그런 기회가 생겨도 그렇지 부유한 의대생이 코카인에 거금을 투자하여 불릴 생각을 한다는게 과연 상식적인 일일까요? 진상이 어이가 없으니 작품의 완성도가 높게 느껴질 턱이 없죠. 에마에 의해 난자당하는 티모시의 말로 역시 너무 뻔했고 말이죠.
그 외에도 여형사 아일린 버크가 맡은 사건들, 버트 클링 형사가 이혼을 하고 다시 아일린과 엮이는 과정이 왜 이렇게 많이 삽입되었는지도 궁금한 점이에요. 카렐라 형사와 테디의 발렌타인 이벤트 등 곁가지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고요. 오랜 명성을 이어온 시리즈답게 주요 등장인물들에게 한꼭지씩 할애하고자 했던 일종의 팬서비스였다 생각되기는 하는데 분량이 늘어나서 지겹고 따분한 느낌도 들었거든요.
물론 펄프픽션의 제왕답게 읽히는 재미는 있긴 합니다. 물고 물리는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숨쉴틈없이 복잡하고 잔인한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지기에 손에서 떼기 힘들 정도의 흡입력은 갖추고 있어요. 아일린이 맡은 세탁소 팬티도둑이나 간호사 강간범 사건도 그 자체만 놓고보면 흥미로우며 "아이스"라는 단어의 복합적인 의미라던가 티모시가 권총의 소유주를 속여서 핵심 혐의에서 벗어나는 과정 등 괜찮은 아이디어도 몇개 등장하고요. 특히 권총의 실소유주를 피해자로 위장하여 피해자를 진범으로 몰고 자신은 빠져나간다는 이야기는 많이 보아 왔지만 (최근작이라면 <헤드헌터>) 이 작품이 원조인지는 조금 궁금해집니다. 탄도분석이나 탄조흔 검사가 언제 시작되었는지 확인하면 대충 알 수 있으려나요?
아울러 <노상강도>에서 사랑에 빠지게 된 클레어가 비극적 최후를 맞는다는던가, 잘나가는 모델과 결혼했지만 아내의 불륜현장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이혼했다는 등 버트 클링의 파란만장한 연애활동은 팬으로서는 즐길거리긴 했습니다. 주변 여자들을 모두 자기에게로 끌어들이는 옴므파탈로서의 버트 클링 모습이 빛난달까요. 본편 이야기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문제만 없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죠.
그러나 전형적인 내용을 팬서비스와 선정적이고 말초적인 묘사로 떼우는 느낌이 강하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그나마의 점수도 팬심일 뿐이며 시리즈 최고작과는 현격한 차이가 나는 작품이기에 별로 추천해드리고 싶지 않네요. 에드 멕베인 작품은 초기작 외에는 건질게 별로 없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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