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함대 - 남창훈.박재석 지음/가람기획 |
제목 그대로 일본 연합함대의 시작과 끝을 다룬 전쟁사 서적입니다. 청일전쟁, 러일전쟁을 통해 구축된 일본의 연합함대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몰락해가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장점이라면, 그동안의 관련 전쟁사 서적이 서양인이 쓴 탓에 외부인의 시각에서 일본 해군을 바라본 내용이 많았던 반면, 이 책은 일본 연합함대 그 자체를 굉장히 상세하게 들여다보았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일본군의 당시 상황을 더 쉽게 알 수 있었으며, 각종 해전 설명 부분에서는 일본군과 미군의 피해 상황까지 자세하게 알려줍니다. 흡사 소설처럼 흥미롭게 이야기를 구성하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해 준 점도 좋았고요.
또한 각종 무기(항공기)의 제원, 유명 지휘관들의 소개, 몰랐던 전황이나 일화들이 포함된 것도 돋보입니다. 예를 들어, 산소어뢰가 실제로 당시 대단한 신무기였다는 점, 불침함 "유키카제" 이야기, 일본 본토 항공전에서 자살특공이 아닌 엘리트들로 구성된 항공부대가 존재했다는 것 등은 처음 알게 된 내용이었습니다. 본토 엘리트 항공단은 작품에서 비유된 것처럼 아돌프 갈란드와 그의 마지막 전투 비행단이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ME262 같은 신무기도 없고, 패전에 임박한 암울한 상황에서 낙후된 장비로 싸운다는 점에서는 지온 잔당(데라즈 말고 사막 애들)과 유사한 조직이었겠지만요.
그러나 단점도 분명합니다. 전쟁사 서적으로서는 치명적인 단점인데, 지도 등 핵심 도판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이것저것 뒤섞인 편집도 조금 정리가 안 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네이버 캐스트에 연재 중인 "전쟁과 평화" 기획물의 태평양 전쟁 관련 기사들로도 대략적인 이해가 가능한 내용들이라서 지금은 자료적 가치가 다소 떨어지기도 합니다.
아울러 특공 비판글과 같은 논조의 일부 내용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예를 들어, 급강하폭격기에서 거의 음속에 가깝게 떨어지는 폭탄 대비, 폭탄 무게로 느려진 기체가 충돌할 때의 충격이 비교도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제시했는데, 무게는 속도와 별 관계가 없다는 것은 갈릴레오 이후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더 무거운 것이 더 큰 충격을 준다는 건 당연한 사실 아닐까요? 다소 의아한 주장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전쟁사 서적 중 하나로, 재미와 자료적 가치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은 충족되기에 제 별점은 3점입니다. 현재 절판되어 구하기 힘들긴 하지만, 네이버 등에서 도판을 추가해 다시 기사화한다면 많은 독자들이 유익하게 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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