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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4

대포와 스탬프 1~9 - 하야미 라센진 : 별점 2.5점

[고화질세트] 대포와 스탬프 (총9권/완결) - 6점 하야미 라센진/미우(대원씨아이)

밀덕 만화가 하야미 라센진의 (현재까지는) 최장 장편. 2017년에 1권이 국내 첫 소개되고, 6년만에 완결을 보았네요.
다음권을 손꼽아 기다리게 만들 정도로 개별 단편 하나 하나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단팥죽을 좋아하고 엄청난 업무 능력을 발휘하는 마르티나 중위, 저명한 SF 작가 키릴 대위, 엄청난 전투력의 소유자인 불사신 보이코 상사, 형무소 출신으로 밤 생활에 능통한 아네티카, 이재에 밝아 보이지만 항상 실패하는 만치코프 등 개성있는 중대원들 묘사도 좋고요.
2차대전 시기를 모티브로 하는 각종 등장 장비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묘사는 작가의 덕력의 깊고 넓음을 짐작케합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감상을 말하자면, 장편으로는 함량 미달이었습니다. 제국군과 공화국군, 공국군이 서로 싸우는 치열한 전쟁과 병참 부대 인물들 에피소드가 잘 어우러지지도 못하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의 긴 이야기가 제대로 정리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맥락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서너편 되는데, 전개에 있어서 무리수를 두거나 설명이 부족했던 탓입니다. 여기에 더해 빌런 카라이브라힘이 벌이는 여러 악행들은 최악이었습니다. 전쟁과 딱히 관련도 없을 뿐더러, 뭔가 있어보이지만 실상 뭔가 일을 벌일 때 마다 실패하고 정체가 드러나서 도저히 이야기의 한 축을 이끌어가는 악당으로 보이지가 않더라고요. 카라이브라힘의 오른팔인 암살자 소년 유스프는 이야기의 비현실성을 더해주는데 그치고요.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초, 중반까지는 전투 장면도 한없이 유쾌하게 개그 분위기로 끌고가다가 마지막에 전쟁은 비극이라는 결말을 맞는데, 이를 잘 그려내지 못했다는 겁니다. 작가의 작화부터가 비극에 어울리지 않는데다가, 부족한 전개 능력이 발목을 잡았어요. 비극을 그리기 위한 묘사가 죽음밖에 없는 탓이 큽니다. 마지막 권은 그야말로 정점을 찍습니다. 불사신 보이코, 도둑고양이 아네티카 등 중대 핵심 멤버들, 라드반스카 중장, 토이치로브스키, 수도사 등 중간중간 등장했던 여러 인물들이 차례로 죽어나가거든요. 이 죽음들도 전우 (마르티나)와 함께 했던 보이코 상사 말고는 모두 허무한 개죽음에 가깝다는건 - 대표적인게 보드카 아케조코 스페셜 공장 때문에 죽어버린 아네티카 - 수년을 함께했던 독자들이 반길만한 요소는 절대 아니었습니다. 이런 개죽음이야말로 비참한 전쟁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요소일 수는 있습니다만... 최소한의 드라마는 그려주었어야 했는데 여러모로 아쉬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꼭 살아남아 주었으면 했던 아네티카 대신, 얌체 캐릭터 만치코프가 끝까지 살아남는다는게 정말 별로였습니다. 죽음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는 작가의 의도였을까요?
키릴 대위는 시력을 잃고, 마르티나는 팔을 잃고 맺어졌던 둘이 헤어지는 듯한 묘사도 별로였어요. 어렵게 맺어진 연인이 헤어지는 것도 전쟁이 불러온 비극인데 이를 왜 자세히 그려내지 않았는지도 의문입니다.
어떤 궁지에 몰려도 상대를 죽이고 탈주했던 핵심 빌런 카라이브라힘이 도주하다 맞은 총으로 죽어버리는 것도 허무했습니다. 출하 요청을 받아 급하게 마무리한게 아닐까 싶은 의심이 드네요.

그래서 별점은 2.5점. 2차대전과 밀리터리물을 좋아한다면 재미있는 구석이 많은데, 전체적으로는 다소 미묘했습니다. 이 작가는 짧은 호흡으로 유쾌한 분위기를 그려낸 작품이 훨씬 잘 어울린다 생각됩니다. 이 작품 역시 초중반부까지의 유쾌한 전쟁물로 끌고갔더라면 더 좋았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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