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로우의 도둑들 - 트래비스 맥데이드 지음, 노상미 옮김/책세상 |
이 책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대공황 직후 약 1930년대까지) 까지 기승을 부렸던 책 전문 절도범들, 그리고 그들을 잡아 넣기 위한 도서관 특별 수사관들의 활약을 그린 논픽션입니다. 제목의 북로우는 맨해튼 애스터 플레이스에서 유니언 스퀘어까지 죽 이어진 4번가의 여섯 블록을 의미합니다. 책들이 늘어선 거리, Book Row라는 말에 걸맞게 책방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고 하네요. 도둑들은 북로우 일부 서적상들 및 그들이 지휘하는 도둑들 (북 스카우트)을 의미하고요.
책은 북로우에 터전을 잡고 활동하던 악덕 서적상 골드가 뉴욕 공공도서관 소장품인 에드거 앨런 포의 초판본 <<알 아라프, 티무르>> 초판본을 손에 넣고 (정확하게는 골드 밑에서 북 스카우트로 일한 듀프리가 뉴욕 공공도서관에서 알 아라프, 티무르와 주홍 글씨 초판본, 백경 초판본을 훔친 뒤), 그를 잡기 위해 공공도서관 특별 수사관 버그퀴스트의 활약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서적 절도 사건도 다수 언급되고 있으며 희귀본 시장이 어떻게 커져갔는지, 그에 따라 도서관들이 어떻게 책 절도범들에게 노략질 대상이 되었는지에 대한 상세한 배경 설명이 함께 합니다.
가장 큰 장점은 논픽션다운 디테일입니다. 당대 책 절도에 대해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합니다. 책 절도는 대단한 기술이나 전략이 필요치 않다, 도서관과 사서들의 부주의 탓에 절도가 쉬웠다, 필요한 것이라곤 훔친 책을 집어 넣을 수 있는 커다란 코트와 가끔 가다 쫓길 경우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다리 정도였다는, 시대를 연상케하는 언급에서 시작하여 책을 훔친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 눈에 띄는 마크나 도장 제거 등 - 와 북 스카우트라고 불리운 도서관 책 절도범들과 책서점 주인이 손을 잡고 사업을 키워가는 과정이 상세하게 묘사됩니다.
참고로, 이렇게 도서관 책 절도범이 기승을 부린 이유는 책 절도범을 잡더라도 치안판사들이 고소를 취하하는 등 심각하게 처벌하지 않은 탓이 크다고 하네요. 리스크는 적고 수익은 높아지니 많은 사람들이 뛰어든 것은 당연하죠. 우리네 사고 방식인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말과 서울대 출신 책도둑, 공시생 책도둑 등이 선처를 받고 훈방되었다는 뉴스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도둑들을 잡기 위해 뉴욕 공공도서관 설립 된 후 특별 조사관으로 활동한 길야드, 버그퀴스트의 활약의 디테일도 못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것을 꼽아보면, 길야드는 도서를 대출한 후 반납하지 않고 대출자가 사라진 사건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대출자가 살았던 우체국장에게 우편물을 전송하는 새 주소를 알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후 (개인정보 유출 방지 목적?) 길야드는 옛 주소로 먹지 한 장을 숨긴 등기 서류를 보냅니다. 해당 우편물이 우체국에 도착하면 주소록이 고쳐질 것이라 생각하고요. 등기 서류 봉투에 이사 간 곳의 새주소가 쓰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발송 되기 전 회수한다는 전략이었던 것입니다!
버그퀴스트는 뭐니뭐니해도 핵심 이야기인 골드 체포 작전에서의 활약이 가장 눈부십니다. 수사 권한이 없었기에 함정 수사를 펼치는 등 노력도 눈물겹지만 끝까지 노력한 끝에 결국 골드에게 실형을 선고받게 만드는 결말까지 아주 통쾌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싱싱 교도소에 수감시키는만큼 기쁨이 더 했을 것 같네요. 이 과정에서 (인간의 갱생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 태도를 갖추고 있는) 버그퀴스트의 진심어린 설득에 넘어가 책 절도 박멸에 동참하는 구 절도범 마호니, 윔스와의 인연은 시대를 느끼게 해 줍니다. "자네도 볼장 다 봤잖아. 우리 쪽으로 오지그래?" 같은 말이 자연스럽게 오가는, 의리물이 떠오르는 낭만적인 이야기였거든요. 그런 시대였던 것이죠.
참고로, 후일담은 조금 씁쓸했습니다. 뻔뻔한 절도범 헤럴드, 절도 조직의 우두머리였던 골드와 스미스 등 악덕 서적상들 모두 범죄가 밝혀진 이후 짤막한 재판과 수형 생활을 거친 뒤에는 다시 떵떵거리면서 살았다고 하니까요. 그나마 골드 사건이 마무리되고 희귀본과 값진 책들은 도난 당하지 않도록 따로 분리해 이용을 엄격히 제한하게 되었으며, 책을 수집하던 사람들도 죽으면서 소장품과 희귀본을 도서관과 대학에 기증하는 사람이 많아져 시장 자체가 사라진 덕에 현재는 이런 류의 절도가 거의 없어졌다고 하니 다행일 뿐입니다. 최근은 도서관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도서관에서 책을 훔치는 것도 많이 어려워졌죠.
그 외에도 다양한 희귀본 관련 재미있는 이야기도 가득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포의 작품 관련 이야기들이 재미있었습니다. 뭉텅이로 팔린 책 더미에 모르그가의 살인사건이 처음으로 발표된, 표지가 떨어져 나가고 없는 그레이엄스 매거진이 포함되어 있었다던가, 가난하게 살던 노파가 금방 서적상 존 루미스에게 씨에게 옛날 책을 팔려다가 포의 첫 시집 알 아라프를 팔게 된다던가 하는 식의 이야기 등이 그러합니다.
햇수로는 40 ~ 50년에 걸친, 방대하고 자세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등장 인물과 사건도 많지만 시대 순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으며, 내용이 재미있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쉽게 읽히는 책이에요. 개인적으로는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희귀본을 탐색하던 추억이 떠올라 괜히 더 공감이 갔습니다. 그때 구했던 책들 중 다수 - <<점성술 살인사건>>, <<불야성>>, <<석양에 빛나는 감>>, <<얼굴에 흩날리는 비>>, <<내가 죽인 소녀>> 등등등 - 거진 다 복간되어 이제는 의미가 없습니다만 괜히 그 시절이 떠오르네요. 아 그립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4점. 재미있는 논픽션으로의 가치가 높습니다. 잘 알지 못했던 20세기 초반 책 절도에 대한 지식도 상세하게 알 수 있고요. 수사관들이 도둑들에 비하면 열세라 밀고 땡기는 맛이 부족하다는 것, 도둑들이 잘 먹고 잘 살았다는 후일담은 단점이나 실화에 기초한 만큼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논픽션을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책은 북로우에 터전을 잡고 활동하던 악덕 서적상 골드가 뉴욕 공공도서관 소장품인 에드거 앨런 포의 초판본 <<알 아라프, 티무르>> 초판본을 손에 넣고 (정확하게는 골드 밑에서 북 스카우트로 일한 듀프리가 뉴욕 공공도서관에서 알 아라프, 티무르와 주홍 글씨 초판본, 백경 초판본을 훔친 뒤), 그를 잡기 위해 공공도서관 특별 수사관 버그퀴스트의 활약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서적 절도 사건도 다수 언급되고 있으며 희귀본 시장이 어떻게 커져갔는지, 그에 따라 도서관들이 어떻게 책 절도범들에게 노략질 대상이 되었는지에 대한 상세한 배경 설명이 함께 합니다.
가장 큰 장점은 논픽션다운 디테일입니다. 당대 책 절도에 대해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합니다. 책 절도는 대단한 기술이나 전략이 필요치 않다, 도서관과 사서들의 부주의 탓에 절도가 쉬웠다, 필요한 것이라곤 훔친 책을 집어 넣을 수 있는 커다란 코트와 가끔 가다 쫓길 경우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다리 정도였다는, 시대를 연상케하는 언급에서 시작하여 책을 훔친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 눈에 띄는 마크나 도장 제거 등 - 와 북 스카우트라고 불리운 도서관 책 절도범들과 책서점 주인이 손을 잡고 사업을 키워가는 과정이 상세하게 묘사됩니다.
참고로, 이렇게 도서관 책 절도범이 기승을 부린 이유는 책 절도범을 잡더라도 치안판사들이 고소를 취하하는 등 심각하게 처벌하지 않은 탓이 크다고 하네요. 리스크는 적고 수익은 높아지니 많은 사람들이 뛰어든 것은 당연하죠. 우리네 사고 방식인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말과 서울대 출신 책도둑, 공시생 책도둑 등이 선처를 받고 훈방되었다는 뉴스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도둑들을 잡기 위해 뉴욕 공공도서관 설립 된 후 특별 조사관으로 활동한 길야드, 버그퀴스트의 활약의 디테일도 못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것을 꼽아보면, 길야드는 도서를 대출한 후 반납하지 않고 대출자가 사라진 사건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대출자가 살았던 우체국장에게 우편물을 전송하는 새 주소를 알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후 (개인정보 유출 방지 목적?) 길야드는 옛 주소로 먹지 한 장을 숨긴 등기 서류를 보냅니다. 해당 우편물이 우체국에 도착하면 주소록이 고쳐질 것이라 생각하고요. 등기 서류 봉투에 이사 간 곳의 새주소가 쓰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발송 되기 전 회수한다는 전략이었던 것입니다!
버그퀴스트는 뭐니뭐니해도 핵심 이야기인 골드 체포 작전에서의 활약이 가장 눈부십니다. 수사 권한이 없었기에 함정 수사를 펼치는 등 노력도 눈물겹지만 끝까지 노력한 끝에 결국 골드에게 실형을 선고받게 만드는 결말까지 아주 통쾌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싱싱 교도소에 수감시키는만큼 기쁨이 더 했을 것 같네요. 이 과정에서 (인간의 갱생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 태도를 갖추고 있는) 버그퀴스트의 진심어린 설득에 넘어가 책 절도 박멸에 동참하는 구 절도범 마호니, 윔스와의 인연은 시대를 느끼게 해 줍니다. "자네도 볼장 다 봤잖아. 우리 쪽으로 오지그래?" 같은 말이 자연스럽게 오가는, 의리물이 떠오르는 낭만적인 이야기였거든요. 그런 시대였던 것이죠.
참고로, 후일담은 조금 씁쓸했습니다. 뻔뻔한 절도범 헤럴드, 절도 조직의 우두머리였던 골드와 스미스 등 악덕 서적상들 모두 범죄가 밝혀진 이후 짤막한 재판과 수형 생활을 거친 뒤에는 다시 떵떵거리면서 살았다고 하니까요. 그나마 골드 사건이 마무리되고 희귀본과 값진 책들은 도난 당하지 않도록 따로 분리해 이용을 엄격히 제한하게 되었으며, 책을 수집하던 사람들도 죽으면서 소장품과 희귀본을 도서관과 대학에 기증하는 사람이 많아져 시장 자체가 사라진 덕에 현재는 이런 류의 절도가 거의 없어졌다고 하니 다행일 뿐입니다. 최근은 도서관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도서관에서 책을 훔치는 것도 많이 어려워졌죠.
그 외에도 다양한 희귀본 관련 재미있는 이야기도 가득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포의 작품 관련 이야기들이 재미있었습니다. 뭉텅이로 팔린 책 더미에 모르그가의 살인사건이 처음으로 발표된, 표지가 떨어져 나가고 없는 그레이엄스 매거진이 포함되어 있었다던가, 가난하게 살던 노파가 금방 서적상 존 루미스에게 씨에게 옛날 책을 팔려다가 포의 첫 시집 알 아라프를 팔게 된다던가 하는 식의 이야기 등이 그러합니다.
햇수로는 40 ~ 50년에 걸친, 방대하고 자세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등장 인물과 사건도 많지만 시대 순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으며, 내용이 재미있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쉽게 읽히는 책이에요. 개인적으로는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희귀본을 탐색하던 추억이 떠올라 괜히 더 공감이 갔습니다. 그때 구했던 책들 중 다수 - <<점성술 살인사건>>, <<불야성>>, <<석양에 빛나는 감>>, <<얼굴에 흩날리는 비>>, <<내가 죽인 소녀>> 등등등 - 거진 다 복간되어 이제는 의미가 없습니다만 괜히 그 시절이 떠오르네요. 아 그립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4점. 재미있는 논픽션으로의 가치가 높습니다. 잘 알지 못했던 20세기 초반 책 절도에 대한 지식도 상세하게 알 수 있고요. 수사관들이 도둑들에 비하면 열세라 밀고 땡기는 맛이 부족하다는 것, 도둑들이 잘 먹고 잘 살았다는 후일담은 단점이나 실화에 기초한 만큼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논픽션을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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