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06/05/29

태극문 - 용대운

무림에 갑자기 등장해 수많은 고수를 연파하여 무의 신으로 추앙받는 화군악. 그의 고강한 무공을 넘어설 수 있는 무공은 "태극문"의 무공밖에 없다는 이야기때문에 거의 폐문되다시피 한 태극문에 5명의 젊은 신진기수들이 모여든다. 각자 사부나 아버지, 형을 화군악과의 비무에서 잃은 원한을 품고 태극문의 무공을 익혀 그에게 복수하려 하나 태극문의 기초부터 익히는 수련방법에 회의를 품고 결국 조자건을 제외한 4명의 동문들은 떠나고 만다.

결국 몇년 후, 태극문의 동문 5인은 각자 새로운 신분과 대단한 무공을 얻어 승자에게 화군악과 대결할 자격을 주는 무림대회에서 마주치게 되는데 무림의 패자 자리를 놓고 각 세력이 격돌하는 싸움의 한복판에 놓이게 된다...

용대운의 신무협 작품 "태극문"입니다. 형의 추천으로 보게 되었는데 상당히 새롭고 재미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주인공 조자건의 무공이 무림에서 가장 흔해빠지고 기초적인 초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발상입니다. 기초를 극한으로 연마하면 그 어떤 상승무공도 파해할 수 있다는 논리인데 나름 설득력 있게 묘사하고 있어서 마음에 들더군요. 거기에 여러 등장인물들의 설정이나 묘사도 괜찮은 편이었고 주 스토리 안에 여러 갈래 이야기를 펼쳐놓아 페이지를 계속 넘어가게 하는 맛이 잘 살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심할정도로 비비꼬아놓은 스토리 전개는 재미에 비해서 썩 매끄럽지만은 않았습니다. 여러 조직과 세력이 충돌하는 와중에 서로 서로 배신과 복수의 칼을 가는 이야기이긴 한데 스케일에 비해 디테일하고 정밀한 설정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네요. 너무 고수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 역시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고요.

특히 가장 중요한 배신자의 정체가 밝혀지는 몇몇 장면이 왠지 맥빠지고 허술했습니다. 복선이나 단서따위는 거의 없고 대중앞에서의 폭로로 밝혀지는, 제가 가장 싫어하는 "깜짝쇼" 스타일의 전개라 아쉽더군요. 조금만 더 고민했더라면 더욱 멋진 작품이 될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또 무림의 절대 고수인 화군악에 대한 묘사가 너무 적고 비중 자체가 너무 없어서 좀 의아했습니다. 초고수이자 무림의 신같은 인물이 무림의 세력다툼에 무관심할 수 있다는 설정은 솔직히 좀 납득이 가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무공"이라는 측면에서의 새로운 아이디어 하나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네요. 결국 중요한 것은 "노력"과 "인내" 랄까? 하여간 태어날때부터 고수의 운명을 타고난 주인공이 등장하는 뻔한 내용보다는 훨씬 공감가는 이야기라 생각됩니다. (물론 주인공 조자건도 "일협"이라 불리우던 초고수 조립산의 동생이긴 하지만...)

간만에 무협지를 읽어본 것 같은데 용대운의 작품은 처음 읽어 보았지만 몇권 더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하는 작가였습니다. "무영검"을 읽어봐야 겠네요.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