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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04

밤 그리고 두려움 (Night & Fear) 1~2 - 코넬 울리치 / 하현길 : 별점 3점

밤 그리고 두려움 1
코넬 울리치 지음, 프랜시스 네빈스 편집, 하현길 옮김/시공사

격조했습니다. 그동안 생각지도 못한 여러 일이 겹친 탓입니다. 요새 책 몇권 구입했으니 부지런히 리뷰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5월 리뷰의 첫 빠따(?)는 윌리엄 아이리쉬로라는 필명으로도 잘 알려진 코넬 울리치의 단편선입니다. 시공사에서 발간되었습니다. 1,2 권으로 분권되어 있는데 크기와 장정은 마음에 듭니다. 외모는 합격점!
내용 역시 알찹니다. 코넬 울리치 (윌리엄 아이리쉬) 특유의 분위기를 짙게 풍기면서도 재미도 있는, 우수한 단편들로 가득차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미발표 단편집이라 전부 초역된 작품들이라는 것도 마음에 든 점이고요.

1권에 8편, 2권에 6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개인적으로는 1권이 훨씬 좋았습니다. 긴박함과 스릴 가득하고 하드보일드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제임스 엘로이의 대선배라 할 수 있는 코넬 울리치의 진가가 잘 보이는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거든요. 제임스 엘로이와는 다르게 경찰의 폭력이 독자의 공감을 얻게끔 하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저는 이러한 권선징악적 요소가 외려 마음에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특히 재미있게 읽은 작품을 꼽아보자면 1권에서는 앞서 말한 권선징악적 요소가 잘 드러난 "용기의 대가"와 하드보일드 모험소설에 가까운 색다른 느낌의 "요시와라에서의 죽음", 작은 사건이지만 서스펜스가 넘치고 심리묘사가 발군이라 거장의 풍모를 느낄 수 있었던 "앤디코트의 딸", 마지막으로 부정을 저지른 형사에 대한 이야기인 "윌리엄 브라운 형사" 였습니다.
2권에서는 경찰의 아들이 대사건에 뛰어드는 "유리 눈알을 추적하다"와 굉장히 이색적인 트릭이 겹치는 "죽음을 부르는 무대"가 마음에 들더군요. 특히 "유리 눈알을 추적하다"는 동화적인 요소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코넬 울리치의 색다른 모습을 느낄 수 있기에 개인적으로 베스트로 꼽고 싶네요.

그러나 편저자 프랜시스 네빈스가 밝히듯 본인의 다른 작품의 플롯과 분위기를 그대로 차용하여 재생산한 작품들은 모르고 읽는다면 괜찮겠지만 확실히 알고 읽으면 뭔가 속았다..라는 느낌도 들기는 합니다. "댄스 한번에 10센트 (춤추는 탐정)"을 그대로 베낀 듯한 작품이 특히 그러했습니다.

어쨌건 추리시장에 한줄기 단비같은, 코넬 울리치 탄생 100주념 기념 단편집이라는 부제에 걸맞는 멋진 단편집이었다 생각합니다. 저같은 단편 추리 매니아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선물이었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덧붙이자면 2권 뒤의 실려있는 편저자 프랜시스 네빈스의 서문도 상당한 분량에다가 내용 또한 코넬 울리치의 삶과 작품세계를 잘 요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은데 여기 소개된 작품들 중 다양한 장편들, 특히나 Black 시리즈 작품군이 무척 땡기더군요. 코넬 울리치 명의이건 윌리엄 아이리쉬 명의이건 제가 읽은 장편이라고는 어린이용 "공포의 검은커튼"과 "환상의 여인"밖에 없으니 다시 제대로 번역되어 나왔으면 싶네요. 번역자 후기에 따르면 번역자도 번역하고픈 마음이 든다니 적극! 추진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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