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캣츠비 - 전6권 - 강도하 지음/애니북스 |
웹툰작가 강도하의 출세작이자 대표작. 우연찮은 기회에 1회부터 정주행하기 시작해서 무려 5년만에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젊은 청춘들의 가슴아픈 사랑이 여운을 남기는 연출,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대사들, 그리고 이러한 연출과 대사를 뒷받침해주는 심리묘사가 탁월한작품으로 하라 히데노리의 청춘 - 사랑 이야기, 구태여 예를 들자면 <겨울이야기>나 <내 집으로 와요>가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하라 히데노리의 20년전 만화들보다 웹툰의 강점을 이용한 컬러와 세로로 긴 그림들, 다양한 구도 및 완성도높은 뎃셍력을 통하여 진일보한 묘사를 보여주고요.
그러나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한계도 분명합니다. 사랑 이야기 말고는 현실을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죠.
다시 하라 히데노리 작품과 비교해 본다면, 하라 히데노리의 주인공들은 항상 사랑과 자신의 현실 사이에서 고민합니다. 어쨌건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삶의 지상 과제인 재수생 히까루나 사진작가로 성장해 나가는 시오무라 미키오에게서는 현실의 무게가 짙게 느껴집니다. 이러한 현실이 결국 사랑을 잃게되는 계기가 되고요.
이들에 비교한다면 백수로 친구에게 얹혀살며 구직활동도 열심히 하지 않는 캣츠비에게서 느낄 수 있는 현실감?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아무리 가슴아픈 사연이라도 현재의 모습을 보면 제대로 된 사랑을 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사랑 타령만 늘어놓는건 솔직히 한심하기 그지 없었어요. 하긴... 개와 고양이 등으로 구체화된 캐릭터들로 짐작해 본다면, 작가도 이 작품이 현실과는 다른, 현실을 벗어난 판타지라고 생각하고 그려 냈을지도 모르겠네요.
어쨌건 제가 읽기에는 너무 '젊은' 작품이었어요. 5년 전에도 그림 하나만큼은 마음에 들어 꾸준히 봤었지만 감성을 이해하지 못해 중간에 포기했었는데 지금 역시 마찬가지에요. 사랑이야기를 하기에는 현실이 더 고달프다는 것을 이미 알아버렸으니까요. 사랑을 다룬 판타지보다는 사채꾼의 무서움을 다룬 <사채꾼 우시지마>가 지금의 저에겐 더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3점.
다 제가 나이를 너무 많이 먹은 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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