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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5

이방의 기사 - 시마다 소지 / 한희선 : 별점 2.5점

이방의 기사 - 6점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시공사

<이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본 신본격 추리소설의 기수 중 한명이었던 시마다 소지의 명탐정 미타라이 기요시의 시작을 다룬 작품입니다. 책 뒤의 해설을 보니 첫 작품이기는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발표가 늦어진, 어떻게 보면 실질적인 데뷰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작품이네요.

작품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200페이지가 넘는 가장 긴 첫번째 부분은 화자인 "나" 가 기억상실 상태로 발견된 뒤 료코라는 여성과 우연찮게 동거하게 되면서 살아가는 내용이며 두번째 부분은 "나"가 운전면허증을 토대로 과거를 알아간다는 내용,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부분은 친구가 된 점성술사 미타라이 기요시가 "나"에 관련된 사건을 추리하여 진상을 알려주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기억을 잃기 전에 아내와 아이가 죽은 사건의 복수를 위해 살아왔다는 것이 핵심으로 사실인줄 알았던 이 과거조차 조작된, 일종의 원격살인트릭을 위한 거창한 장치에 불과하다는 것이 작품의 주요 트릭이죠.

그러나 그 어떤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트릭 자체는 설득력이 많이 떨어져 기대에 값하지 못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우선 조건이 딱 들어맞는 기억상실환자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문제죠. 찾는 가족도 없고 기억도 완벽하게 없으며 당분간 기억이 돌아올 일도 없는 기억상실환자... 이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을 찾는 것 자체가 로또 당첨확률보다도 낮아보여요. 설령 이런 환자를 운좋게 찾아냈다쳐도 원하는대로 조종할 수 있었을지도 미지수죠. 정말로 정말로 운이 좋아서 사건이 원하는대로 흘러갔다고 하더라도 경찰에 체포되거나 했을 경우는 게임 오버, 사건을 은폐하는건 불가능해 보입니다. 곳곳에 헛점이 너무나 많아서 범인 슈지가 과연 작중 묘사되는 것 만큼의 천재인지도 의심이 가네요.

게다가 세부적인 디테일도 억지스러운것이 많습니다. 자기 얼굴을 보기를 아무리 싫어해도 그렇지 자신의 얼굴을 착각한다는 것도 그렇고... 산탄총은 어디서 어떻게 구했는지 정확한 설명도 나오지 않고... 필적을 그렇게나 쉽게 위조할 수 있었다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물론 신본격 작가의 데뷰작다운 장점도 없는건 아닙니다. 추리의 과정 자체는 상당히 괜찮은 편이거든요. 정말로 사소한 대화를 통해 잡은 실마리도 좋았지만 이후의 전개도 합리적이라 마음에 들어요. 미타라이의 캐릭터도 가장 좋았던 시절, 즉 점성술 살인사건 시절의 가난뱅이 점성술사 캐릭터이면서도 음악에 몰두하고 대단한 기타솜씨와 오토바이 운전솜씨를 뽐내는 등 새로운 모습도 많이 보여주고 있어서 좋았고 말이죠. 또한 작위적이기는 하나 중반의 일기에서부터는 폭풍처럼 몰입하게 되는 재미도 확실합니다.

때문에 별점은 2.5점. 미타라이 시리즈의 첫 작품이자 <점성술 살인사건>의 컴비 이시오카의 첫 등장 작품이라는 점이라는 것도 팬으로서 놓칠 수 없는 점으로, 시마다 소지의 원점과 같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일본 본격 - 신본격 추리소설 팬에게는 추천하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미타라이의 추리는 최후의 순간보다 앞서서 동일한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약간 아쉬웠습니다. 절박한 친구사정을 나몰라라하다가 누구하나가 죽어나갈때 정도 되니까 억지로 몸을 움직인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거든요. 이시오카도 이런 비정한 친구보다는 보다 제대로 된 친구를 사귀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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