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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0

식민지 조선의 풍경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외 / 최관 외 : 별점 3점

 

식민지 조선의 풍경 - 6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나카지마 아쓰시.유아사 가쓰에 지음, 최관.유재진 옮김/고려대학교출판부

아쿠타가와 상으로 더욱 유명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나카지마 아쓰시, 유아사 가쓰에 3인이 조선이 일본 식민지이던 시절 발표했던 단편을 모아놓은 단편집입니다. <경성탐정록> 후속작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읽게 되었죠.

총 4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작품별로 짤막하게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일 첫 작품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김장군>은 임진왜란때 고니시 유키나가를 죽였다는 조선 장군 김응서와 기생 계월향 이야기를 그린 달랑 7페이지짜리 단문입니다. 김응서가 유키나가를 죽인거야 그렇다쳐도, 계월향이 유키나가의 아이를 가졌다고 계월향을 죽이고 뱃속의 아이를 끄집어낸다는 결말이 엽기적이라 당황스러웠어요. 뭐 책 뒤 해설에 따르면 <임진록> 등 다양한 텍스트에서 인용한 것이라고는 하더군요. 하여간에 너무 짧고 분명 우리나라 텍스트를 인용한 것이기에 뭐라 평가하기 어려운 글이었습니다.

두번째 작품인 나카지마 아쓰시의 <호랑이 사냥>은 작가가 경성중학교를 다니던 1920년대 초반, 조선인 친구 조대환과의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형식의 수필입니다. 반도인 조대환이 내지인과 학교를 다니며 보인 여러가지 행동들과 저자가 조대환 부자와 호랑이 사냥을 갔을때 조대환이 하인에게 보여준 잔인함, 그리고 30년대 중반 내지 -동경- 에서 우연히 조우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솔직히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20년대 초반 경성과 30년대 중반 동경을 디테일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것과 - 노량진 근처에 텐트를 치며 야영하던 경성중학교 교련 시간에 대한 묘사 / '혼고 도로변의 헌책방을 대충 해메고 다닌 나는, 꽤 눈이 피곤하다고 느끼며 아카몬에서 혼고 3초메 쪽을 향해서 걷고 있었다' 류의 묘사 등 - 무엇보다도 특히 이야기의 핵심인 호랑이 사냥에 대한 묘사가 볼만했기에 본전 값어치는 한 것 같네요.


세번째 작품인 같은 작가의 <순사가 있는 풍경>은 조선인 순사를 주인공으로 하여 조선인 시각에서 쓰여진 것이 이채로운 단편입니다. 지배자 일본인의 차별과 조선인으로서의 민족의식이 잘 드러난 작품이더군요.
1920년대 조선의 겨울은 무척 추웠다라는 것, 한강의 잉어 낚시나 남대문 밖에서 얼어죽은 시체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이에요.
기억에 남는 묘사는 '조선인의 배 모양 같은 나막신. 일본 아가씨의 반짝반짝한 조리. 지나인의 곰발 같은 털 구두. 금방 넘어질 것 같은 일본인 서생의 게다. 광을 낸 조선귀족학생의 구두. 원산에서 도망쳐 온 백계 러시아인의 굽 높은 빨간 구두...' 를 들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작품인 유아사 가쓰에의 <망향>은 일본을 떠나 조선에 정착한지 오래된 전직 군인 후키야 고스케의 회한을 다룬 단편입니다. 나름 조선에서 성공을 맛봤지만 동포에게 배신당한 뒤 더욱 조선이라는 땅을 좋아하게 된다는,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다른건 모르겠고 군인 출신이라 접객이 서툴고 오로지 "정직"이 모토인 후키야 고스케가 장사로 성공한 자기 나름대로의 상법이 독특해서 인상적이었어요. 손님이 올때 알아서 가져가라고 하고 돈도 알아서 거슬러 가라고 하니 손님들이 알아서 더 정직하게 굴더라... 라는 건데 꽤 그럴싸해 보였거든요.

그리고 <해설을 대신하여>라는 제목으로 단편 한편 정도 분량으로 <김장군>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한 논문이 실려있습니다. 임진왜란에 대해 일본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일본 작가가 임진왜란 소재로 어떤 작품들을 발표했는지 궁금하다면 좋은 자료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나저나 재미라기 보다는 순전히 <경성탐정록>을 위한 자료로 읽은 작품이라 별점을 매기기는 좀 애매하네요. 그래도 자료적인 가치를 감안해서 별점은 3점입니다. 일본 작가들이 조선을 다룬 텍스트에 관심 있으시다면 얇은 책이니 만큼 한번 쓱 읽어보셔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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