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실의 바다 -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북폴리오 |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읽고 호감이 생견 차에 알라딘 중고책으로 싸게 팔길래 구입한 책입니다. 사실 꼭 사고싶었다기 보다는 다른 책을 사는데 어차피 배송비를 내야 하길래 판매자의 다른 책을 더 살까 하고 보다가 충동적으로 구입한 책이죠.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읽고나니 실망이 더 큽니다. 충동구매를 하면 안된다는 것을 다시금 알려주는 책이랄까요.
일단 "봄이여 오라", "수련", "노스탤지어" 같은 작품들은 내용을 일부러 이해하기 어렵게 꼬아놓은 듯 한데 영 적응이 되지 않더군요. 이야기의 맥락은 둘째치고서라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조차 감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책을 꼼꼼하게 읽으며 행간을 파악하려 하지 않는 제 잘못도 있겠지만 일부러 혼란스럽게 하려는 의도가 지나쳐 작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했고요.
본편을 읽지 않으면 별다른 재미를 느끼기 힘든 외전격의 작품인 ""수련", "도서실의 바다" 역시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작품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로 성립하기는 하지만 세계관을 명확하게 알지 않으면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었습니다. 원체 "리세"라는 캐릭터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하고 말이죠.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장편의 예고편이라고 할 수 있는 "피크닉 준비"는 도저히 용서가 안되는 수준의, 작품이라고도 할 수 없는 글이었습니다. 세상 어디에서 예고편을 돈받고 판답니까? 똑같이 예고편격인 "이사오 오설리반을 찾아서"는 그나마 다행스럽게 이야기로 성립을 하기는 하지만 역시나 돈주고 사서 읽기에는 힘든 성격의 작품이라 생각이 되네요. 이런 작품이 실려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제게는 크게 실망스러웠습니다.
물론 이 책의 꾸준한 인기를 대변하듯 작가의 잔잔하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도 실려있어서 지나친 비판이 온당한 것은 아니지요.
예를 들어. "어느 영화의 기억"이라는 작품은 주인공이 작은아버지 장례식을 마친 뒤 "청환기"라는 영화와 더불어 초등학교시절 겪었던 바닷가에서의 숙모 익사사건을 떠올린다는 이야기로 "청환기"라는 실존하는 작품을 잘 인용하는 것과 더불어 정통 추리물의 형식을 띄면서도 독특한 작가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트릭이 현실성이 약간 떨어져 보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 하죠. 비극적인 모자의 이야기로 실존한다는 "청환기" 영화와 소설도 보고 싶어지더군요.
그리고 "국경의 남쪽" 이라는 작품은 과거 한 카페에서 10년간 일하며 물에다가 비소를 풀어 손님들에게 대접한 웨이트리스에 대한 약간은 섬뜩한 이야기인데 치사량은 아니지만 많이 마시면 죽는다는 것, 그래서 웨이트리스가 "서비스"를 하면 할 수록 해당 손님은 죽어간다는 이율배반적인 설정이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와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작가 특유의 상상력과 묘사력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별점을 매기자면 2점. "삼월은 붉은 구렁을" 처럼 반 정도는 마음에 들고 반 정도는 그렇지 않았는데 문제는 마음에 안드는 반이 너무 심하게 마음에 안 들어서 전체적인 점수가 많이 낮아졌네요. 어쨌건 좋은 작품은 분명히 제 취향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한 셈이니 다음번에는 꼭! 이 작가의 장편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PS : 장편 중 제 취향으로 보이는 작품 추천 부탁드립니다. 제 취향은 아무래도 추리물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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