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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1

성폭행과 피해여성을 다룬 추리만화 짤막한 감상

최근 아동 성폭행에 대한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관련된 내용이 담긴 끔찍한 만화도 굉장히 많이 있을텐데, 저는 여성입장에서의 성폭행과 피해자를 다룬 추리만화 두편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심리수사관 아오이 3 - 6점
미노 미즈호 지음/세주문화

제목 그대로 "심리수사관"인 프로파일러 쿠보테라 아오이가 엘리트 카야마 경부와 함께 "특별조사부"에 소속되어 여러 사건에 대한 심리분석을 통해 범인을 밝혀내는 내용으로 국내에는 이 작품 하나만 정식 발간되다가 중단된 미노 미즈호의 작품입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는 기타무라 카오루 원작의 "복면작가" 가 있죠. "복면작가"는 해적판으로 구입해서 읽었었는데 일상계 미스터리의 거장인 기타무라 카오루의 원작답게 그다지 무거운 이야기대신 가볍고 유쾌한 이야기들이 많았던 반면 이 작품은 굉장히 무겁고 진지한, 그리고 무서운 사건들이 많이 등장하는 등 큰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나 여성 작가답게 여성의 입장, 그것도 피해자인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에피소드가 많은 것이 특징인데요, 때문에 "성폭행"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가슴에 와닿는 에피소드를 꼽자면 2권의 "범행동기" 와 3권의 "단장취의"입니다.

"범행동기"는 직장내 성추행에서 시작된 악연이 살인으로 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자기중심적 인간 쓰레기에 의해 성추행당한 것을 고발했다가 오히려 무고죄로 몰려 모든 미래와 꿈이 박살난 여성의 이야기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남성중심적, 권위주의적 풍토가 남아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성추행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물론 그나마 나아지고 있습니다만) 편인데 이 작품을 보면 사소해 보여서 묵인되는 성추행이 얼마나 해당 여성을 상처입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어딘가에서는 성추행을 저지른 인간이 국회의원까지 당선되는게 현실인데 그 동네에 이 만화를 복사해서 뿌리고 싶어지더군요. 그나저나 그 동네 주민들은 딸자식들이 없나요? 아니면 뇌가 없는건가....

그리고 "단장취의"는 9세 여아의 성폭행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범인이 아이를 유인하는 미끼가 "귀여운 애완동물" 이었다는 발상도 놀랍고 폭행후 교살한다는 범행 이야기도 끔찍하지만 범인이 스스로를 자기합리화하는 모습이 정말 당황스러울 정도로 적나라하게 묘사되는 작품이죠. 해충보다 못한 이런 범인들을 단지 "체포" 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그림이 뛰어난 편은 아니고 지나치게 여성중심적인 시각, 특히 아오이라는 캐릭터의 사고방식은 공감하기가 좀 힘들기는 하지만 상당히 우수한 수준의 추리물임은 확실한만큼 추천하고 싶네요.


여검시관 아스카 1 ~ 4 핫타 로우 / 이데 치카에

회사 동료가 보던 네이트 제공 서비스를 통해 보게된 만화입니다. 조사해봤는데 정식 출간은 되지 않은 작품인 듯 싶군요. 제목 그대로 냉정하고 명석한 두뇌의 미인 검시관, "부검실의 천사" 아스카가 활약하는 검시추리물입니다.

그러나 설정이 유치하고 순정만화의 인물들이 극화에서 활동하는 듯한 그림도 영 취향이 아니라 썩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웠습니다. 추리적으로는 2권의 "임상과 검시" 편의 청산가리 자살 사체에 대한 검시 의견과 4권의 "사쿠라타 형사의 우울"에 등장하는 위속의 소화물을 통해 밝혀내는 사망 추정 시각 등의 이야기 정도가 눈에 뜨이긴 하지만 별로 대단한 수준은 아니고요. 하지만 전편에 걸쳐 여성의 심리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성폭행 관련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눈에 뜨입니다.

특히 3권의 "열상"과 4권의 "출소한 남자", 이 두편의 에피소드를 통해 성폭행 당한 여성의 심리를 그리고 있는데 이 두편은 확실히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열상"은 성폭행 피해자 여성이 범인인 남자가 계속 자기를 주시하고 산다는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이야기를, "출소한 남자"는 성폭행으로 복역한 남자가 출소한 뒤 예전 자신이 검거되게 만든 피해여성을 다시금 노린다는 이야기로 두 에피소드 모두 강간범들이 결국 재범을 저지르다가 살해당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데, 범인이 죽어야 피해자들이 비로소 안심할 수 있다라는 결말이 씁쓸했습니다. 하지만 만화에서처럼 피해자들의 트라우마가 영구히 지속될뿐 아니라, 확실히 반복적인 습성이 강한 범죄라는 것이 입증된 만큼, 범인에 대해서는 영구 격리나 거세와 같은 처벌이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되더군요.

그림이나 전개가 추천작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관심있으신 분들은 한번 읽어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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