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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8

봇코짱 - 호시 신이치 / 윤성규 : 별점 3점

 

봇코짱 - 6점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지식여행

일본 플레이보이지 선정 "미스테리 - 철야본을 찾아라!"


일본 플레이보이지가 선정한 올타임 일본 미스테리 베스트100에 당당히 선정된 작품으로, 리스트를 접한 뒤 곧바로 구입한 책입니다. 호시 신이치 작품은 20여년전에 읽었던 "신선함을 드립니다" 이후에도 많은 단편 앤솔로지를 통해 접할 기회가 많긴 했지만 장단점이 너무 명확해서 선뜻 구입하기는 망설여졌었는데 제가 귀가 얇은 탓인지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이런 류의 리스트에 약해서 선뜻 지갑을 열게 되었네요.

하지만 작품은 역시나, 장단점이 너무나 명확한 호시 신이치의 전형적 작품들로 이루어진 책이었습니다.
장점부터 이야기하자면 뭐니뭐니해도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제일 크겠죠. 이른바 "쇼트쇼트"라는 콩트 형식으로만 수록 작품들이 이루어져 있기에 부담없이 접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작가 특유의 의표를 찌르는 반전과 이른바 "기묘한 맛" 류의 독특함이 잘 살아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SF, 추리, 범죄 스릴러, 판타지 등 다양한 쟝르를 선보이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점도 명확합니다. 너무 많은 작품을 써내려가다보니 생긴 일이겠지만 유사한 분위기와 설정의 작품이 너무 많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입니다. 작품의 주제도 "미지의 생명체에 대한 진상" 이나 "끝을 알 수 없는 인간의 욕망" 을 그린 작품이 대부분이기도 하고 말이죠.... 또한 뒷끝이 좀 허무하고 씁쓸한 작품도 적지 않다는 것도 다작의 탓이 아닐까 싶네요. 덕분에 작품들의 편차도 제법 큰 편입니다.

그래도 간만에 접한 쇼트쇼트 작품집으로 충분히 쉽고 재미있게 읽었기에 나름 만족합니다. 책도 아주 이쁘고 나와서 마음에 들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왜 "일본 미스테리 올타임 베스트 100"인지 도무지 모르겠네요. 모든 작품이 쟝르문학이긴 해도 추리 성향을 띈 작품은 정말 몇개 안되거든요. 저처럼 추리쪽을 많이 기대하고 읽으신다면 실망하시게 될 가능성이 높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작품 몇개를 소개합니다.

"봇코짱" - 표제작으로 바텐더가 만들어 가게 홍보에 사용한 미녀 로보트와 그녀에게 반한 남자, 그리고 예상을 깨는 결말을 다룬 이색 SF입니다. 굉장히 짤막한 쇼트쇼트임에도 너무나 단순한 남자의 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봐, 나와!" - 한 마을에 생긴 끝을 알 수 없는 미지의 구멍, 그리고 그 구멍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너무나 끝없이 사용하는 인류 앞에 섬뜩한 반전이 펼쳐지는 SF로 "일본 SF단편 올타임 베스트" 에 선정되기도 한 좋은 작품입니다.

"살인청부업자입니다" - 추리성향의 쇼트쇼트로 이색 살인청부 비즈니스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범죄" 자체를 확인할 수 없고 때문에 "범죄"로서도 성립하지 않는 너무나 완벽한 살인청부 비즈니스! 주인공의 직업이 드러나며 밝혀지는 진상과 반전이 깔끔한 작품입니다.

"포위" - 누군가 나를 죽이려한다는 것, 그래서 그 배후를 쫓는 주인공을 그린 쇼트쇼트입니다. 스릴러물에 흔하게 등장하는, "위기에 처한 주인공"에서 시작해서 주인공이 진상을 추적하는 과정까지는 뻔하게 흘러가는데 진상과 반전이 굉장히 이색적이더군요. 아주 현실적이면서도 통념을 깨는 결말이었거든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죽이고 싶어한다" 는 것. 충분히 설득력있고 무서운 내용이었어요.

"더위" - "더위"를 참지 못하고 여름마다 곤충 등을 죽이며 겨우겨우 버텨온 남자가 나이를 먹으면서 죽음의 대상도 업그레이드 되어 간다는 내용의 작품입니다. "기묘한 맛" 류의 섬뜩한 느낌을 주는 작품으로 이러한 쟝르 전체를 놓고 따져보더라도 굉장히 높은 점수를 줄만한 명작이죠. 호시 신이치 작품 안에서도 손에 꼽을만한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신년축하손님" - 친구의 어려움을 무시한 한 부자에게 친구가 마지막으로 "환생"을 언급한다는 이야기. 짤막하지만 무난한 수준의 반전이 깔끔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친선키스" - SF와 SEX가 결합한, 농담같은 이야기입니다. 지구인과 흡사한 외모의 외계인들을 만난 우주선 승무원들이 지구의 인사라 속이며 키스를 난무하는데 결국 마지막이 되어서 알게되는 사실은 무엇일까요? 웃기면서도 황당한 결말이 아주 놀라운 작품이었어요.

"추월" - 과거 자신에게 버림받고 자살한 여인의 모습을 보는 한 남자. 추리물 성향을 띄고 있는 쇼트쇼트로 이른바 트릭이라 할 수 있는 자살한 여인의 정체가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된 작품입니다. 짤막하지만 복선도 확실해서 설득력도 풍부한 등 이쪽 쟝르물의 교과서적인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PS : 위 작품들 말고도 "이키가미"의 원조와도 같은 "생활유지청"이나 인간 욕망의 끝없음을 극명하게 드러낸 "거울" 같은 작품도 다른 매체에서는 걸작이라고 많이 소개하고 있더군요. 그 외에도 좋은 작품이 많이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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