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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6

나만이 없는 거리 Another Record - 산베 케이, 니노마에 하지메 / 강동욱 : 별점 1.5점

나만이 없는 거리 Another Record - 2점
산베 케이 원작, 니노마에 하지메 지음, 강동욱 옮김/㈜소미미디어

변호사 켄야는 37명을 죽인 연쇄살인범 야시로의 항소심 국선 변호인을 맡게 된다. 야시로는 직접 쓴 수기가 발견된 후 책임 능력이 인정되지 않아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상태였다. 아울러 그는 과거 켄야의 초등학교 시절 담임으로 친구 사토루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갔던 인물. 켄야는 한 명의 변호사로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사건에 임하는데...

만화 <<나만이 없는 거리>>의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준다는 소설. 자주 찾는 lion heart님 블로그에서 정보를 접하고 관심이 가던 차에 e-book으로 출간되어 구입해 읽었습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실망스럽습니다. 대부분의 분량이 범인 야시로의 수기로, 그가 왜 범행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설명에 집중하고 있을 뿐입니다. 원작 만화 최고의 강점이었던 범인과 사토루의 불꽃튀는 대결, 긴장감넘치는 심리묘사는 찾을 수도 없으며, 별다른 수수께끼 풀이나 만화에 있던 떡밥 해결 역시 전무합니다. 한마디로 별개의 책으로 나올 이야기가 전혀 아니었어요.

물론 수기를 통해 평범한 싸이코패스와는 다르다는 점은 충분히 부각되기는 합니다. 아쿠다카와 류노스케의 <<거미줄>>을 인용해가며 일종의 '선지자'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은 나름대로 괜찮았어요. 그냥 나쁜 놈은 아니고, 나름 피해자들을 도와주려고 했다는 점은 신선하게 느껴졌거든요. 인생은 별 거 없고 그냥 태어났기 때문에 '타성'으로 살아갈 뿐이라는 범행 초기 발상도 꽤나 그럴듯 했고요. 현대 사회에 넘쳐나는 바보들에 대한 시선 - 인간이라는 존재는 내버려 두면 한없이 이기적으로 변하는 생물이며 '권리'나 '평등'이 공짜라고 착각한다. - 은 저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있기에 공감이 가기도 했습니다.
켄야가 야시로의 국선 변호인이 되어 왜 변호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꽤 - 켄야와 야시로의 관계만 떠나서 본다면 - 그럴싸했고요. 뭐 의뢰인이 사실은 진범이라는 것을 알게 된 변호인의 딜레마와 비스무레하긴 하지만요.

그러나 이외에는 건질만한 부분이 없습니다. 괜찮다고 말씀드렸던 야시로의 동기부터가 사실 문제에요. 그 자체는 설득력있고 나쁘지 않았다 하더라도 야시로 캐릭터에는 마이너스에요. 만화에서 순수한 절대악으로 보였던 캐릭터가 흐려졌을 뿐입니다. "서른명이 넘게 죽였지만 사실 야시로도 사연이 있었습니다!"라는 것은 그냥 나쁜 놈, 싸이코패스인 것 보다도 안 좋은 결과로 보였어요. 게다가 서른 명이 넘는 어린 소녀들을 죽인 놈이 '굴복하지 않는 마음, 용기가 중요하다.', '이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한 명이라도 더 못 죽여서 아쉽다'가 이 쓰레기에게는 더 어울리죠. 심리 서스펜스물이 감동의 인간 드라마로 돌변하는데, 그 시점이 연쇄살인마 야시로라는건 정말이지 어이가 없었습니다.
또 수기에서 언급되는 '스파이스'가 누구인지가 굉장히 중요한 수수께끼처럼 다루어지지만 이것은 일종의 맥거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외려 진짜 핵심은 마지막에 야시로가 주인공 후지누마 사토루의 타임 슬립을 알아챘다라는 것인데... 만화를 읽은 독자에게는 그다지 대단한 진상은 아니죠. 게다기 이를 알아챈 이유도 그다지 설득력이 있지 않을 뿐더러, 수기만 읽고 켄야가 이것을 눈치챘다는 것도 억지스러웠습니다.
그 외에 지나치게 멋을 부리는 묘사들도 그닥입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남자와 귀가 들리지 않는 남자의 커뮤니케이션에 '권총'이 필요했다는 장면이 대표적으로, 이 이야기가 '살아있는 한 인간은 결코 서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귀결되는 이유는 도저히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결론적으로 별점은 1.5점. 켄야가 '의뢰인을 위해' 변호를 하는 모습을 더 잘 보여주었더라면 오히려 괜찮은 법정물이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지금의 결과물은 이도저도 아닙니다. 원작 만화나 캐릭터를 제대로 이해하고 글을 쓴 것으로 보이지 않아 도저히 점수를 줄 부분이 없네요. 만화의 인기에 기대어 책 한권 더 팔아먹으려는 얄팍한 상술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점수를 그나마 약간이라도 준 부분은 그닥 히트하지 않는 작품의 외전격 완결편 소설까지 국내에 발간해 준 출판사의 정성 정도랄까... 구태여 구해 읽어보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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