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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5

삼국지를 읽다 - 여사면 / 정병윤 : 별점 2점

삼국지를 읽다 - 4점
여사면 지음, 정병윤 옮김/유유

중국에서는 유명한 역사학자 여사면의 책으로, 출간된지는 비교적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삼국지다시 읽기' 류의 컨텐츠인데, 기대대로 여러가지 삼국지 속 일화를 실제 역사는 어땠을지를 다양한 사료를 통해 재해석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간략하게 목차 순서대로 소개하자면, 우선 앞부분의 환관과 외척 항목에는 별다른 새로운 이야기는 없습니다. 환관이 원래는 직급이었다던가, 외척을 등용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논파하는 정도만 눈길을 끌 정도에요. 딱히 삼국지 본편 이야기를 재해석하는 내용도 별로 없고요.
동탁의 이야기를 하면서 서량병이 변란을 일으킨 것을 민족적, 문화적 문제로 해석하는 것도 딱히 기억에 남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뒤부터는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이런 류의 책으로는 처음 접하는 '조조'라는 인물의 재 해석이 우선 눈에 띱니다. 우릭 알고 있는 '난세의 간웅'이 아니라 진정 한나라를 위했던 충신이었다는 해석이거든요. 한 왕실의 보위와 천하 평정에 대한 의지로 가득찬 영웅이라는 것이죠. 대표적으로 자신을 접대하려는 여백사 일가를 몰살시킨 이야기는 완전한 허구라고 주장합니다. 사료를 통해 진궁은 이 사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반대로 사마의야 말로 소인배라고 논파합니다.

다른 인물, 사건, 전투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많습니다. 관우가 죽고 형주를 잃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유장을 서둘러 병합하려는 유비의 조급함 때문이었다는 해석이 대표적입니다. 유비가 유장을 공격하지 않고 부탁대로 장로를 공격했다면, 마초와 한수의 연합과 더불어 조조에게 큰 피해를 안길 수도 있었는데 자신의 땅욕심으로 결국 조조가 서량을 평정할 시간을 줘 버렸다는 것이거든요.
또 관우가 죽은 후 일으킨 전쟁은 1년 반이 지난 뒤 일으킨 것으로 감정에 북받혀 일으킨 전쟁이 아니라는 설명도 재미있어요. 외려 조조를 치기에는 부족하나 형주를 다시 취하기에는 병력이 충분하다고 여겼던 탓이라고 해석하죠. 제갈량의 북벌 계획도 익주를 통해 관중을 공격하는 것과 형주에서 남양을 거쳐 낙양을 공격하는 두가지 공격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었기에 형주를 다시 손에 넣는 것은 촉나라 입장에서 필수이기도 했고요. 즉, 드라마틱하기는 하지만 '한 날 한 시에 죽기로 한' 약속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기사, 한 나라의 황제로서 당연한 일이겠지만요.

위연에 대한 재해석도 재미있습니다. 상당한 능력자로서 제갈량이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급작스럽게 죽은 탓에 철군을 주장하던 양의, 비의 등에 의해 모함받아 죽게 된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근거 자료도 탄탄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위연이 실제로 모반을 일으켰다면 이를 제압한 양의가 중용되지 못한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만약이지만 제갈량이 죽고 나서 위연이 군권을 장악했더라면 북벌이 성공했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당시는 위나라에서 조씨와 사마씨가 분란을 일으킨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위연 대신 군권을 잡은 것이 신중론자 장완과 비의 탓에 북벌을 시도하지 못했는데, 가정이지만 재미있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삼국지 재해석의 비중이 높은 편은 아닙니다. 그냥 실제 역사에 대한 서술이 많아요. 또 삼국 당시 형세를 설명하면서 당시 지명을 굉장히 많이 사용하는데 참고할만한 지도가 제대로 수록되지 않은 것도 아쉬운 점이고요. 마지막으로 번역도 좋은 편은 아닙니다. 문체를 살리려는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글만 읽으면 나이 드신 노교수님이 어렵게 설명하는 그런 느낌을 전해주거든요.

그래서 별점은 2점. 유유 출판사의 10년 대여 e-book 할인에 힘입어 읽게 되었지만 그나마의 값어치도 안됩니다. 삼국지의 광팬이 아니시라면 딱히 읽어보실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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