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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7

무뢰한의 죽음 - M.C. 비턴 / 전행선 : 별점 2점

무뢰한의 죽음 - 4점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현대문학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프리실라가 약혼자인 극작가 헨리 위더링을 로흐두로 데려오고, 약혼 파티가 시작된다. 초대 손님 중 피터 바틀릿 대위는 파티 손님들 사이에서 온갖 문제를 일으킨 유명한 사교계의 무뢰한. 이 파티에서도 여지없이 사고를 치고 다니다가 어느날 아침 총에 맞은 시체로 발견된다. 처음에는 사고사로 생각되었지만 해미시 순경이 몇가지 단서로 살해되었음을 밝혀내고, 이에 동기가 명확한 파티 손님들을 대상으로 한 수사가 펼쳐진다. 결국 은행가 프레디 포브스그랜트가 체포되지만 그 다음날, 프레디의 아내 비라마저도 독살당하고 사건은 미궁에 빠지는데...

M.C. 비턴의 해미시 순경 시리즈 2작. 1작이 마음에 들었기에 곧바로 집어들게 되었습니다.

우선 시리즈답게 전작에서 이어지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많아서 즐겁더군요. 우선 주인공 해미시 순경의 독특한 설정이 더욱 보강되어 소개되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사냥은 그를 미워하는 할버턴스마이스 대령까지 인정할 정도로의 전문가이며, 달리기, 사격, 낚시, 심지어 체스 대회까지 나가면 우승하는 다양한 능력에다가 전작에서도 등장했던, "시골 마을 인간 관계를 사건에 대입하여 사건 관계자에 대해 명료하게 꿰뚫어보는 능력"을 통한 심리 분석, 게다가 '속기'까지 가능한 슈퍼맨으로 묘사됩니다! <<홍반장>>의 추리 소설 버젼이라고해도 무방하죠. 전작에서 이어지는 캐릭터들도 반갑운데, 이름만 등장했던 (하지만 결정적 역할을 했던) 밀렵꾼 앵거스 맥그리거가 직접 등장하는 것이 좋은 예입니다.
고루하면서 부패하고, 그리고 난잡한 부르조아들에 대한 고전스러운 묘사도 여전합니다. 작가가 이런 묘사를 너무나 하고 싶다는 것이 그대로 느껴질만큼 애정도 묻어나고요. 부르조아인 '무뢰한' 바틀렛은 알고보니 나름 능력자이며, 그를 죽인 평민 헨리 위더링이 '속물'에 불과하다는 진상만 보아도 작가가 부르조아들을 동경하고 있는게 증명되지 않나 싶습니다.

단, 이러한 점들이 장점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작에서 이어지는 블레어 경감 캐릭터는 전형적 악덕 경찰 상사 캐릭터로 너무 뻔합니다. 분명 전작 마지막 부분에서 서로 마음을 터 놓았다 싶었는데 여전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좀 이해가 되지 않았으며, 블레어가 성공을 독차지하는 결말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고전스러운 묘사도 너무 정도가 지나칩니다. 한국 근대를 연상케 하는, "장남"의 가족 부양 의무가 중요하다고 소개되는 등 기본 설정부터가 고전적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긴 합니다만... 분명 밀땅을 하고는 있지만 스스로의 주제를 파악하고 프리실라와 어느정도 거리를 두는 해미시의 행동, 부모님이 좋아하는 약혼자가 있지만 해미시를 향한 마음을 어쩌지 못하는 프리실라 두 명 모두 현대 작품의 주인공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답답하거든요.

하지만 추리적인 부분에 비하면 이런 단점들은 사소합니다. 추리적으로도 그닥이라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어요.
물론 좋은 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범인의 의외성,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설득력있는 동기만큼은 아주 괜찮았으니까요. 범인이 정말로 뜬금없기는 하지만, 동기 자체가 파티에서 비롯되었으며, 충분히 살인을 저지를만한 동기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높은 편입니다. 명확한 증거를 제시한다는 것도 전작보다는 나아진 점이고요.

그러나 이를 제외하면 추리의 과정은 그닥 인상적이지는 못해요. 우선, 보다 공정한 전개를 위해서 파티에서 푸루니(푸루넬러)의 말로 헨리의 히트작이 자신의 작품이라는 것을 바틀릿 대위가 알았다는 부분은 좀 더 보강했어야 합니다. '파티 후반부에 바틀렛이 푸루니를 유혹하여 끌고간 후 연극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았다'는, 뒷부분에 프리실라와 푸루니가 당시 상황을 이야기하는 장면에 덧붙였더라면 아주 좋았을거에요. 아니면 최소한 해미시가 <<공작 부인의 연인>>을 관람하다가 진상을 알게 되었다! 정도로라도 설명되었어야 했습니다. 대령의 과거 사생활을 이전에 여러 채널로 알고 있었는데, 당시 스캔들 중 하나가 연극의 핵심 내용이더라... 정도로 말이죠.
해미시 스스로 이 사건의 범인은 익숙한 사냥꾼일 것이다, 이유는 총알을 바꿔넣을 정도로 충분한 여분의 탄환을 가지고 갔기 때문이라고 추리한 것을 스스로 뒤엎는 결말도 아쉬운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독자의 헛다리를 유도해 놓고 그냥 발을 빼버리는 것이잖아요? 별다른 설명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아울러 비라를 살해한 범행의 동기, 방식과 과정 모두 운과 우연에 의지한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동기부터 이야기하면, 바틀렛이 함께 밤을 보낸 3명의 여성 중 비라에게만 연극에 대해 이야기한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범행 도구인 쥐약도 우연히 입수한 것이며, 그녀가 단 것에 사족을 못 쓴다는 약간의 복선이 있기는 하지만 독이 든 케이크를 먹어치운다는 것도 보장하기 어려운 일종의 사고에 불과합니다. 이를 설명하려면 저녁을 못 먹는 비상사태가 일어난다는 정도의 묘사는 필요했어요.
여튼, 이 시리즈는 두 편 밖에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살인이 너무 쉽게 일어나는 것 같아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네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장점, 단점 모두 전작과 비슷합니다. 추리적으로 조금만 괜찮았어도 계속 읽어볼텐데 애매하네요. 다음 권을 읽어봐야 할지는 조금 고민해 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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