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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3

왕의 목을 친 남자 - 아다치 마사카쓰 / 최재혁 : 별점 2점

프랑스 대혁명 시기의 사형 집행인 샤를 앙리의 일대기적인 기록을 통해 프랑스 대혁명을 조망하게 해 주는 독특한 역사서입니다.

대대로 사형 집행인인 상송 가문의 4대 째인 샤를 앙리의 이력도 독특하고,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에서 보아왔던 사형 집행인에 대한 사회적인 냉대, 차별에 대한 일화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도 사형 집행에 대한 갖가지 에피소드들이 눈길을 끕니다. 대표적인게 제목 그대로의 에피소드, 즉 루이 16세의 사형 집행이고요. 왕에 의해 임명된 사형 집행인임에도 왕의 사형을 집행했다는 자체가 굉장히 드라마틱합니다.
그 외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칼로 목을 베는 과정에서 빚어진 실수들 - 그 중에서도 3대 집행인 장 바티스트 상송과 인연이 있었던 랄리 톨랑달 백작의 사형 집행 -, 기요틴의 도입과 기요틴 칼날의 형태에 대해 루이 16세가 적절한 지적을 해서 개량했다는 것, 기요틴에 의해 최초로 처형된 인물에 대한 이야기 등 다른 곳에서 접하기 어려운 정보가 가득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형 집행에 관련된 내용을 빼면, 프랑스 대혁명에 대해 좋은 텍스트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혁명이 일어난 이유도 제대로 설명하고 있지 못하며, 루이 16세와 왕가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좋은 평가를 하고 있는 탓입니다. 루이 16세에 대한 평은 그 중에서도 압권입니다. 굉장히 총명하고 백성을 생각한 계몽 군주로 그려지더라고요.
글을 써내려간 묘사도 부담스럽습니다. 역사서다운 객관적 서술이 아니라, 샤를 앙리의 심리 묘사를 과하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담담하지도 않고 굉장히 감정적으로 쓰여져서 묘사력도 좋다고 할 수 없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프랑스 근대의 사형 집행에 대해 궁금한 독자가 아니라면 딱히 건질건 없습니다. 프랑스 혁명에 대해서는 "베르사이유의 장미"에 나온 것 이상의 새로운 이야기도 없으니까요. 차라리 상송 가문이나 사형집행에 대해 디테일하게 파고들었다면 훨씬 더 좋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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