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목을 친 남자 - 아다치 마사카쓰 지음, 최재혁 옮김/한권의책 |
프랑스 대혁명 시기, 사형 집행인이었던 샤를 앙리의 일대기적인 기록을 통해 프랑스 대혁명을 조망하게 해 주는 독특한 역사서.
대대로 사형 집행인인 상송 가문의 4대 째인 샤를 앙리의 이력도 독특하고,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에서 보아왔던 사형 집행인에 대한 사회적인 냉대, 차별에 대한 일화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도 사형 집행에 대한 갖가지 에피소드들이 눈길을 끕니다.
대표적인 것은 제목 그대로의 에피소드, 즉 루이 16세의 사형 집행이겠죠. 왕에 의해 임명된 사형 집행인임에도 제목 그대로 루이 16세의 사형을 집행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드라마틱하니까요. 그 외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칼로 목을 베는 과정에서 빚어진 실수들과 그 중에서도 3대 집행인 장 바티스트 상송과 인연이 있었던 랄리 톨랑달 백작의 사형 집행에 관한 것, 기요틴의 도입과 기요틴 칼날의 형태에 대해 루이 16세가 적절한 지적을 해서 개량했다는 것, 기요틴에 의해 최초로 처형된 인물 등 다른 곳에서 쉽게 알 수 없었던 정보가 가득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형 집행에 관련된 내용을 빼면, 프랑스 대혁명에 대해 좋은 텍스트로 보기에는 여러모로 무리입니다. 혁명이 일어난 이유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고 있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루이 16세와 왕가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좋은 평가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루이 16세에 대한 평은 그 중에서도 압권으로 굉장히 총명하고 백성을 생각한 계몽 군주로 그리고 있습니다.
또 글을 써내려간 묘사도 부담스럽습니다. 역사서다운 객관적 서술이 아니라 샤를 앙리의 심리 묘사를 과하게 풀어낸 탓이죠. 그나마 담담한 묘사라면 모를까, 굉장히 감정적으로 쓰여져 있으며 묘사력도 좋다고 할 수 없어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프랑스 근대의 사형 집행에 대해 궁금하다면 읽어볼만한데, 그러한 분이 아니라면 딱히 건질게 없습니다. 프랑스 혁명에 대해서는 <<베르사이유의 장미>>에 나온 것 이상의 새로운 이야기도 없거든요. 차라리 상송 가문이나 사형집행에 대해 디테일하게 파고들었다면 훨씬 더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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