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의 탄생 - 앤디 워너 지음, 김부민 옮김/푸른지식 |
여러가지 일상 속 물건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려주는 미시사 만화 서적. 욕실, 옷장, 거실, 주방, 카페, 사무실, 마트, 술집, 야외라는 8개 항목의 대분류 속에 44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정말로 우리 생활 속에 맞닿아 있는 사소한 물건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징으로, 불과 수 십년 전만 해도 대세였던 고리가 달린 캔 뚜껑 따개를 누가 만들었는지, 지금과 같이 뚜껑이 떨어지지 않게끔 누가 개선했는지 알려주는 식입니다.
당연하게도 익히 잘 알려진 이야기들의 비중이 높습니다. 대충 훝어보아도 면도기, 고양이 모래, 비단, 찍찍이 (벨크로), 옷핀, 슬링키, 전자레인지, 볼펜, 종이, 포스트잇, 종이봉투, 인스턴트 라면, 아이스크림 콘, 감자칩, 철조망의 15종은 다른 책에서 상세하게 접한 내용이죠.
또 220페이지에 불과한 분량으로 머릿말, 참고 문헌, 감사의 말 등을 제외하면 이야기 하나 당 4페이지를 갓 넘는 정도라 그다지 밀도가 높다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만화로서도 꽤나 재미있기 때문이에요. 별 것 아닌 이야기에서 나름 드라마를 뽑아내어 전개하고 있어서, 이야기 하나하나가 만화 한 편으로 볼 만 하거든요. 저자가 유머러스하게 전개하고 있어서 읽는데 아주 즐거웠고요. 흑백 톤으로만 그려져있지만 정확한 뎃셍으로 그려진 작화도 이야기에 딱 맞아 떨어집니다. 이런 부분은 <<만화로 보는 맥주의 역사>>와는 다른 명확한 장점이죠.
아울러 1/3이 다른 책에서 나온 것이라 해도 2/3는 새로운, 신선한 정보들이라 이러한 것들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비롯된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괜찮았어요. 1904년 흑인 여성 마담 C.J 워커가 샴푸로 대박을 쳐서 미국 최초로 자수성가한 여성 백만장자로 기록되었다는 이야기, 흑인 혼혈 청년 마첼리허르가 네덜란드령 기아나에서 필라델피아로 이주한 후 구두 골 위에 가죽을 씌우는 라스팅 공정을 자동화하는 기계를 발명한 이야기, '요요'가 필리핀에서 유래된 것이며, 1915년 미국으로 이주한 요요의 달인 페드로 플로레스가 대량 생산을 처음 시작한 후 던컨이라는 미국인에 의해 전국적 인기를 얻지만 이후 '요요'라는 말은 필리핀어로 장난감을 뜻하는 일상 용어라 제품명 저작권을 상실하고 결국 도산하게 된다는 이야기, 감자칩을 과자의 왕으로 만든 사람은 서부의 감자 칩 여왕 로라 스커더로 그녀가 처음으로 바삭한 감자칩을 유통했다는 이야기, 1922년 흑인 발명가 개릿 모건이 신호등 특허를 출원했다는 이야기 등등이 좋은 예에요.
또 수박 겉핥기 수준이라도 '비하인드 스토리'라는 항목으로 관련된 Trivia를 소개하고 있는 점도 꽤 괜찮았어요. 주로 후일담이나 관련된 이야기들인데 몇 컷 되지는 않지만 본 편만큼이나 재미있거든요. 자기 발명품으로 돈을 벌지 못한 실패자들이 등장하는 장면 등이 그러합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만화의 장점을 잘 살린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예전에 많았던 "학습 대백과" 류의 만화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그만큼 재미있고 유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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