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이 없는 거리 1 - 산베 케이 지음, 강동욱 옮김/㈜소미미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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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펜선으로 그려진 육덕(?)진 캐릭터들, 긴장감을 자아내는 특유의 전개로 독자를 사로잡는 작가 산베 케이의 신작. 이러한 작가의 장점은 전작 <귀등의 섬>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긴 했었습니다. 문제는 장점을 모두 무위로 돌릴만큼 어처구니 없이 끝나버렸다는 것이죠. 때문에 작품의 값어치가 형편없이 떨어져 버리기도 했고요.
그래서 이 작품도 처음에는 잘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시작이야 역대급이더라도 또 허무하게 끝내버리지 않을까 걱정이었거든요. 그래서 완결까지 기다렸는데, 다행히 평도 좋은 편이라 늦었지만 이제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일단, 초반부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작가의 장점이 유감없이 펼쳐집니다. 특히나 주인공 사토루의 능력 "리바이벌"에 대한 설정이 괜찮아요. 타임 슬립, 타임 리프와 다를게 없는 전형적인 설정이기는 합니다만 위화감을 느꼈을 때만 발동된다는 점, 무엇보다도 사토루가 자신의 어머니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진범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능력이 최대급으로 발휘되어 초등학교 시절로 워프한다는건 정말이지 신의 한수였어요. 여기서부터 어머니의 죽음이 초등학교 시절 동급생인 카요 살인 사건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을 알고 사건을 막기 위해 싸워나가는 이야기가 아주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천재적인 범죄자인 범인과 초등학생 사토루의 싸움이 대등하게 벌어질 수 있는 것도 사토루가 몸만 초등학생이지 사실은 성인인 덕분이기도 하고요.
이후 범인과의 지략(?) 대결이 상당한 분량으로 펼쳐지는데, 이 과정에서의 긴장감 넘치는 전개 역시 돋보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산베 케이의 장점이기도 한데 정말이지 눈을 떼기 힘들 정도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문제가 없지는 않습니다. 첫번째로는 야시로 선생이 진범이라는 것이 비교적 쉽게 드러나는 것을 꼽겠습니다. 카요의 어머니가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것이 밝혀진 뒤에는 용의자라고 할만한 인물이 거의 남지 않기 때문이죠.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커버하기는 하지만 추리 - 범죄 스릴러물에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후더닛"의 매력이 많이 떨어져 아쉽더군요.
두번째 문제는 사토루의 캐릭터가 애매하다는 것입니다. 성인의 지혜를 가진 초등학생이라는 설정을 잘 살리지 못했어요. 작중에서는 아무리봐도 그냥 초등학생일 뿐이거든요. 왠지 "소년 탐정단" 스타일의 모험물로 생각될 정도였어요. 또 사토루보다 더 어른스럽게 그려진 천재소년 켄야의 존재 역시 이질적입니다. <귀등의 섬>의 슈야와 똑같은 캐릭터인데 여러모로 무리수였어요. 작품과 별로 어울리지도 않으며, 꼭 필요한 캐릭터도 아닌데 말이죠.
그리고 세번째 문제는 심하지는 않지만 마지막은 여전히 허무하다는 것입니다. 결국 야시로와 대결하여 그를 궁지에 몰아 넣기는 하는데... 야시로가 패배를 너무 쉽게 인정하는게 영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캠프장에서의 야시로의 살의를 증명할 방법은 거의 없을 뿐더러 과거의 범죄들 역시 공소시효가 지난 것은 물론이고 밝혀낼 수 있는 방법도 없죠. 캐릭터 설정에 의한 것이라면야 할 말은 없지만 개운치는 않았습니다. 패배를 인정하고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 사나이가 아닐까요? 사토루가 만화가로 성공하고 아이리와 다시 만나게 된다는, 너무 평범하고 전형적인 해피엔딩과 구구절절한 에필로그 역시 그닥 마음에 들지는 않았고요.
마지막으로 문제라고 하기는 좀 뭐하긴 하지만.... 사실 기대만큼의 "추리물"은 아니라 조금 실망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범인이 빨리 드러나는 문제에 더해, 범인에 이르는 과정 역시 별다른 추리가 없어요. 결국 범인의 자백에 의존할 뿐이죠. 억울한 누명을 쓴 시라토리 준이 왜 진범이 아닌지를 몇가지 단서로 하나둘씩 밝히는 과정이라던가, 동급생 스기타 히로미 사건의 진상에 대한 추리 등은 나쁘지 않은데 그닥 중요한 요소는 아니거든요.
그래도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단점이 없지는 않지만 산베 케이의 장점을 잘 살려 끝맺음까지 잘 가져간 괜찮은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께 권해 드리는 바입니다.
애니메이션의 평이 아주 좋던데 꼭 감상해 봐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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