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16/05/29

음식의 별난 역사 - 이안 크로프턴 / 김시원 : 별점 2.5점

음식의 별난 역사 - 6점
이안 크로프턴 지음, 김시원 번역/레몬컬쳐

'한 권으로 맛있게 즐기는 음식 교양서'라는 부제에 어울리는 음식에 대한 미시사 서적. 선사시대 ~ 21세기에 이르는 오랜 세월 동안 역사에 이름을 남긴 다양한 음식들과 음식에 관련되었던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의 분량이 300여 페이지에 불과하기에 굉장히 짤막한 이야기들이 이어지는데 핵심을 잘 전달하고 있어서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나쁘지 않은 수준 정도가 아니에요. 음식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음식과 관련된 유명인들의 명언이나 일화, 음식에 대한 다양한 저작물들의 인용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고 있는데 다른 곳에서 정보를 얻으려 해도 얻기 힘든 이야기들이 많아서 꽤 만족스러웠기 때문입니다.

몇가지 예를 들자면 우선 '프렌치 토스트'의 유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1346년 그레시 전투에서 프랑스 군에게 포박된 영국 기사들이 몸값 지급 때문에 빈털터리가 되어 고향에 돌아오게 되었는데, 이후 독일에서 달걀물을 입힌 토스트를 '가난한 기사들'이라는 뜻의 '알메 리터'라 부르기 시작했고, 영국에서는 이를 '독일식 토스트'라고 부르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동맹국을 기리는 의미로 '프렌치 토스트'라고 바꿔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이스크림 콘은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세계 박람회에서 페르시아식 패스추리를 팔던 시리아계 미국인 어니스트 함위가 접시가 떨어진 아이스크림 장수에게 패스추리를 콘 모양으로 말아준게 시초라고 합니다. <<오무라이스 잼잼>>에서도 등장했었던 이야기인데 이 책을 참고한 것일까요?

저작물에서 인용된 이야기로는 1729년 조너선 스위프트의 <<겸손한 제안>>이라는 단편 풍자소설이 인상적입니다. 12만 명의 어린 아이들 중 2만 명 정도를 식재료로 사용해야 한다는 제안인데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어린아이 요리는 특히나 가난한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는 영주들에게 매우 사랑받는 요리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라는 마지막 줄의 풍자로 마무리 됩니다. 지금 제안해도 풍자로서는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비슷한 풍자로는 기근에 고통받는 아일랜드 농부들에게 '배가 고프면 뜨거운 물에 커리 가루를 타서 마시면 된다'고 말한 노퍽 공작에 대한 것도 재미있습니다. 런던 비프스테이크 클럽 회원이 <<타임스>>에 기고한 레시피로 제목은 "노퍽 커리 요리!!!". '멍청한 정도에 관계없이 살이 통통하게 찐 공작을 잡아 후추와 여러 향신료로 뭉근히 끓인다. 농부들이 모이는 날 내어 놓으면 좋은데 누구나 달려들어 이 요리를 자르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재미있죠?

명언들은 신랄한 것들이 많습니다. 1799년 나폴리 대사 프란체스코 카라시올로의 말이 대표적이죠. '영국에는 종교가 60개나 되지만 먹을 만한 소스는 오직 한 개 밖에 없다'는 말인데 영국 요리가 형편 없음을 알리기 위함으로 보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먹을 만한 바로 그 한 개가 무슨 소스인지가 더 궁금합니다.
1880년 마크 트웨인이 <<유럽 방랑기>>에서 한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일인은 라인의 화이트 와인을 아주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이 와인과 식초의 차이점이라곤 라벨이 다르다는 것 밖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역시나 돌직구 풍자의 대가 마크 트웨인답습니다.
당연히 좋은 말도 있습니다. 마티니를 찬양하는 말들이 그러한데 1949년 미국 소설가 버나드 디보토는 "키스보다도 좋은 게 바로 마티니다"라고 했고, 문예비평가 헨리 루이스 멩켄은 "영국 소네트에 견줄 수 있는 미국의 유일하게 완벽한 발명품"이라고 했으며, 동화작가 E.B. 화이트는 "평안함의 묘약"이라고 기록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소련의 니키타 흐루시초프까지 "가장 치명적인 무기"라고 불렀다네요. 소련에는 보드카가 있으니 좋은 승부가 되었을텐데 조금 의외군요.

레시피로는 록키 산맥에서 나는 굴, 록키 마운틴 오이스터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당연히 록키 산맥에서 굴이 날 리가 없고... 재료는 바로 황소 고환 되겠습니다. 황소 고환을 물에 넣은 뒤 껍질을 벗겨 타원형 모양으로 자르고, 밀가루 + 옥수수가루 + 달걀로 만든 튀김옷을 두른 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뒤 튀겨내는 요리입니다. 닭똥집 튀김과 비슷하리라 예상할 수 있는데 한번 먹어보고 싶습니다. 완전 맥주 도둑일 듯한 느낌!
그 외에도 벌레나 기묘한 재료들을 먹어본 사람들의 감상평 등 여러가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저자 이안 크로프톤은 일반인들이 쉽게 참고할 수 있는 도서를 주로 집필했다고 합니다. 국내 출간된 책은 이 책 포함 3권인데 여러가지 자료를 모아 요약하는 능력이 탁월해 보입니다. 정리와 요약의 달인이랄까요?

이렇듯 재미가 넘치지만 딱 한가지 아쉬운 것은 도판이 부실하다는 것입니다. 주요한 항목이라도 도판을 곁들였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말이죠. 15,000원이라는 가격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그러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가성비가 좋다고 하기 어려운 부분이 없잖아 있지만 음식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놓치기 힘든 책인 것은 분명합니다. 음식 관련 잡학, 미시사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