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의 정석 - 나루케 마코토 지음, 최미혜 옮김/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일본 유명 독서가 나루케 마코토가 자신이 책장을 관리하는 방법을 설명해 주는 책. 목차는 모두 4개 - 책장에 대한 정의, 그리고 저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책장과 책 관리법, 저자가 생각하는 책 선택법과 독서법, 그리고 마지막 부록으로 웹에서 호평받는 서평 쓰는 법 - 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확실히 고수의 책장 관리와 독서법은 남다른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별거 아닌 거 같은데 확실한 자신만의 철학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놀랍기도 했고요.
저자의 책장 관리법을 설명드리자면 '보기 편할 것', '20퍼센트의 여백이 있을 것'과 '승부수가 될 책만 둘 것', '다양성은 갖되 위화감을 없앨 것', '언제나 변화할 것' 입니다. 보기 편한 것과 여백은 그렇다 치고, 승부수가 될 책만 둔다는 것은 좀 독특한 논리더군요. 소설이나 만화는 일절 꽂지 않고 오로지 논픽션 중심으로만 책장을 관리합니다는 것으로, 소설과 만화는 이미 완성되어 있어서 정보의 업데이트가 필요 없기에 책장에 계속 남아있게 되며 결국 공간을 차지하게 되어 나중에는 버리게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양성은 테마를 정해 두는 것입니다. 저자의 테마는 '남들이 읽지 않는 재미있는 책' 이며, 테마는 약 5년 정도? 주기로 바꾸면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언제나 변화하는 책장'이 바로 책장 관리의 핵심입니다. 우선 앞으로 읽을 책,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두는 공간인 <신선한 책장> (장소는 집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며 편안한 곳에, 책을 눕힌 채로 놓고 책등의 제목이 보이게 쌓는, 즉 서점의 '평대' 느낌)이 있습니다. <신선한 책장>에서 다 읽은 책을 <메인 책장>으로 옮기는 것이죠. <메인 책장>에 넣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자의 기준은 1. 재미있는가 2. 새로운가 3. 정보가 많은가 입니다.
그리고 앞서 말한 20퍼센트의 여백과 같은 공간 관리에 신경쓰며 주, 혹은 한 달에 한 번 <메인 책장>을 정리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책장이 꽉 차면 결국 책을 처분해야 하지만 나름 선별한 것이라 버리기 어려우면 시간을 두고 고민할 수 있게 따로 공간을 만들어 관리하고요.
그런데 이렇게 관리하면 역사 관련 서적은 어떻게 하는지 좀 궁금해집니다. 역사는 정보가 새롭게 바뀔 여지가 아무래도 적잖아요? 이미 정해진 과학, 수학 쪽 논픽션도 마찬가지일테고요. 또 정말로 '소장하고' 싶은 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물어보고 싶네요. 1년에 1~2권만 건진다고 해도 수십년이면 엄청 많아질텐데 말이죠.
이러한 책장 관리법 외에 저자가 추천하는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것 같아 딱히 언급할 건 없습니다. 하지만 독서법에서 포스트 잇을 유용하게 활용한다는 것은 괜찮더군요. 요건 바로 따라해봐야 겠어요.
마지막 서평 쓰는 법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좋은 책만 서평을 쓴다는 점에서 저와 차이는 있지만 같이 서평, 독서 감상문을 쓰는 사람 입장에서 참고될만한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작법 측면에서 '1) 책 제목은 반드시 겹화살괄호로 쓸 것 2) 어미는 통일 할 것 3) 수식어와 피수식어를 너무 떨어뜨리지 말 것 4) 같은 표현을 반복하지 말 것'을 강조하는데 2번과 4번은 저도 항상 쓰면서 고민하는 부분이라 확실히 이해가 되더군요.
그리고 글의 구성에 대한 설명도 참고가 많이 되었습니다. '총괄 1,2 - 에피소드 1,2 - 감상 - 저자 - 일러스트나 장정 - 대상 독자 - 정리의 순으로 적는다'는 것으로 총괄 1은 그 책이 어떤 식으로 재미있는지를 분명하게 소개할 것. (이것만 따로 잘라 내도 서평으로 구성될 수 있는 참신한 핵심 내용), 총괄 2는 총괄 1에서 다 말하지 못한 재미를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할 것. 1이 '재미있다'라면 2는 '정말로 재미있다'라고 재 확인하는 것. 에피소드 1은 재미를 구체적으로 쓸 것. 2는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쓸 것, 감상은 에피소드들이 어떻게 재미있었는지를 쓸 것, 다음은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소개하고 일러스트와 장정 등 글 이외의 요소 언급할 것, 예상되는 독자층에 대해 쓰고 마지막으로 정리할 것. 정리와 총괄의 차이는 서평을 읽은 사람에게 책에 대해 결단을 내리게 만드는 것 이라는 것인데 유용하겠다 싶었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쓴 서평 예문도 괜찮았으니까요. 지금 쓰고 있는 이 서평도 이러한 이론에 기초해서 쓴 것인데, 앞으로도 많이 써먹을 것 같네요.
이 책을 쓴 저자 나루케 마코토는 저자는 1955년 생으로 1991년 일본 마이크로 소프트 법인 사장으로 취임하여 2000년까지 역임했으며, 이후 투자 컨설팅 회사를 설립한 비즈니스 맨입니다. 라는 서평 사이트의 개설자로 마음에 드는 책을 무조건 사고, 1년에 200권도 넘는 책을 읽는다는 독서가이기도 하고요. '시마 사장'이 떠오르는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인데 독서가답게 글도 잘 쓰고 나름의 철학도 분명히 있는 사람이더군요. 무엇보다도 자신만의 독서관이 명확하다는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앞서 말씀드렸듯 책장 정리에 대한 욕심이 솟구치게 만드는 책입니다. 자신이 독서가라고 생각되신다면, 그리고 집에 쌓이는 책 정리에 고심하고 계시다면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저 역시 이사가게 되면 책장에 여유를 좀 두고 자주 정리해서 안 읽게 된 책은 정리해야 겠습니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마지막으로 저자가 추천하는 책 중 국내에 소개된 책들만 따로 모아서 소개드립니다.
- 만지트 쿠마르, 이덕환 <<양자혁명 : 양자물리학 100년사>> 까치 글방
- 크리스틴 바넷, 이경아 <<제이콥, 안녕? 자폐증 천재 아들의 꿈을 되찾아 준 엄마의 희망 수업>> 알에이치코리아
- 다니엘 T 맥스, 강병철 <<살인단백질 이야기 : 식인풍습과 광우병, 영원히 잠들지 못하는 저주받은 가족>> 김영사
- 오코우치 나오히코, 윤혜원 <<얼음의 나이 : 자연의 온도계에서 찾아낸 기후 변화의 메커니즘>> 계단
- 구메 구니타케, 정애영 <<특명전권대사 미구회람실기 1~5>> 소명출판
- 궁리출판편집부 <<세계만물 그림사전>> 궁리
- 마크 레빈슨, 김동미 <<더 박스 : 컨테이너 역사를 통해 본 세계 경제학>> 21세기 북스
- 빌 로스, 이지민 <<철도, 역사를 바꾸다>> 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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