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맨 -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작가정신 |
머리, 몸통, 팔, 다리가 사라진 시체 여섯 구가 차례로 발견되었다. 수사본부장을 맡은 가부라기는 동료들과 함께 수사에 주력하지만, 마지막 범행 후 4개월이 지날 때까지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해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그러던 어느 날 수사본부로 자칭 “데드맨”이 보낸 이메일이 도착하는데…
작가의 데뷔작이며, 신인작가 발굴을 위한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 대상”을 2012년에 수상했던 작품입니다. 전형적인 올드 타입 형사인 가부라기가 자신과 같은 타입인 마사키, 부호 형사 스타일의 뉴타입 히메노, 그리고 과학수사연구소의 프로파일러 사와다와 한 팀을 이루어 연쇄살인극을 수사해 나가는 수사물이지요.
젊은 작가의 데뷔작답게 빨리빨리 속도감 있게 읽히는 맛은 있고, 선배 작가인 시마다 소지의 걸작을 인용하는 대담함도 눈에 띄는 점입니다. 여섯 구의 시체를 가지고 하나의 완성된 인간을 만든다는건, 작중에도 등장하지만 "점성술 살인사건"을 연상케 하거든요. 이러한 고전 걸작을 대놓고 인용하는 걸 보면 작가가 상당한 강심장이라 생각됩니다. 초, 중반부까지는 나름 기대에 부응하기도 하고요.
아울러 추리적으로 뛰어난 부분이 많지는 않으나 “데드맨”의 정체가 밝혀지는 과정만큼은 괜찮습니다. 앞부분에서 제법 공을 들여 “아조트” 어쩌구 하며 정체를 궁금하게 만들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설정이니만큼 결국 누군가가 그 대상일 수밖에 없는데, 적당한 수준으로 풀어내는 덕분입니다. “다니무라 시즈”의 정체 역시 나쁘지 않았으며, "데드맨"의 시력과 로보토미 시술을 엮은 설정도 잘 맞아떨어집니다. 그 외에 프로파일링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는 부분도 흥미로웠고요.
그러나 데드맨의 정체가 너무 뜬금없고, 시온이 여섯 명을 살해한 동기도 여러모로 무리가 따릅니다. 연쇄살인의 목적이 “데드맨”에게 그것을 알리기 위함이라는 해석부터가 문제인데요. 어차피 요양원에 갇혀 있는 신세라면 신문기사를 위조해서 보여주면 될 일 입니다. 여섯 건이나 범행을 저지르는데 들키지 않았다는 것도 순전히 우연에 가까운 만큼 현실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지고요. 물론 "복수"의 일환이기는 합니다만, 정작 복수의 주적은 따로 있고, 그를 죽일 수 있는 날짜까지(요양원 방문) 이미 알고 있는 상황이라면 굳이 이러한 범행을 저지를 이유가 없습니다.
또 “데드맨”의 정체 역시 급조하여 끼워 넣은 느낌입니다. 실종되어 기억이 엉망진창이 된 정의로운 형사가 갑자기 등장하는 상황 자체가 비현실적이고, 시온이 어떻게 그 형사를 넘겨받아 재활치료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전혀 설명되지 않는 탓입니다. 저라면 이렇게 가둬두고 괴롭히느니, 차라리 중간에 죽였을 겁니다.
무엇보다도 후반부는 그야말로 최악입니다. 시온이 겐다에게 살인을 지시할 이유도 없고, 본인이 슌이라고 믿고 있는 겐다가 범행을 저지를 이유도 불명확합니다(본인이 시체를 조합한 인간이라 믿고 있다면 복수의 대상은 시온이었어야 하죠). 결국 겐다는 실패하고 시온이 직접 나선다는 결말은 어처구니를 잃게 만들고, 거기에 폭탄까지 등장하는 전개는 극적 긴장감을 높이려는 시도는 알겠으나, 지나치게 작위적인 설정이 계속되어 몰입감을 떨어뜨릴 뿐입니다. 이후에 이어지는 동기에 대한 상세한 독백 역시 현실성은 떨어졌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단점이 명확해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동일한 캐릭터로 시리즈가 이어진다고 하는데, 캐릭터는 마음에 들었던 만큼 후속작을 기대해보겠습니다. 후속작에서는 작가도 실력이 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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