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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7

미야베 미유키 에도 산책 - 미야베 미유키 / 김소연 : 별점 2.5점

미야베 미유키 에도 산책 - 6점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북스피어


미야베 미유키가 출판사 신초샤와 함께 한 기획 기행문.


쥬신쿠라의 아코 낭사들이 기라 저택을 습격한 후 센가쿠지 절로 철수했던 길을 따라 걷는다던가, 시중에 조리돌리기한 뒤 효수했다는 당시 루트를 따라 걷는다던가, 하코네 관문을 돌파하여 나간다던가 등 실제 에도시대의 역사적인 일이나 풍습, 관습을 체험하며 따라 해 본다는 재미난 기획물로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사랑을 느낄 수 있을 뿐더러 에도시대에 있었던 실제 디테일을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기도 합니다. 조리돌리기 편에서 어떤 죄가 조리돌리기에 해당되는지를 자세하게 알려주는 식으로 말이죠. 이런 부분은 에도시대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분명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번역도 꼼꼼히 잘 되어 있으며 주석도 충실해서 나름 공부하면서 읽는 맛도 괜찮았어요. 글 자체도 맛깔나고 재미나게 쓰여져 있고요.
아울러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된 점이 많다는 것은 반가운 점입니다. 의외로 재미있는 분이더군요! 진중한 여사님 다른 작품에서는 보기 힘든, 에도 토박이임을 강조하면서도 자학개그를 펼친다던가 함께 하는 멤버들에게 자기 마음대로 별명을 붙이는 등의 유쾌발랄한 분위기가 이야기 가득하거든요. 글을 통해서 은근슬쩍 자신의 작품인 <혼죠 후카가와의 기묘한 이야기>를 팔아먹는 솜씨도 일품이고요. 역시나 대가는 대가에요. 물가에 가면 스케키요의 다리가 꽂혀 있을 것 같다는 추리소설가다운 코멘트도 좋았는데 이건 편집자가 이야기한 가도카와에서 투자하는 일종의 관람형 설치물 이야기 (스케키요의 다리가 위-아래로 움직인다는)가 더 인상적이긴 했습니다. 이 설치물이 실제로 설치되었다면 정말 재미있었을텐데!

그러나 세번째까지만 기획 의도에 맞는 제대로 된 산책 기행문이고 이후에는 황거를 둘러보거나 유배지였다는 하치조지마로 바캉스 여행을 떠나는 등으로 내용이 변질되어 좀 아쉬웠습니다. 끝까지 제대로 달려주었다라면 아주 좋았을텐데 흐지부지 끝난 느낌이에요. 이렇게 대충 마무리할거였다면 중반에 나온 "독부 미유키" 설정을 끝가지 유지해서 다른 기획으로 이어가던가....
또 지루한 곳은 정말 너무나 지루하다는 단점도 큽니다. 본인들도 별 의미 없이 편해서 선택했다는 혼죠 7대 불가사의 탐방같은 것이 대표적이죠. 애초에 별거 없는 불가사의일 뿐더러 현대에 전해지는 것도 아니고 심령 포스트라도 찾으면 모를까 본인들도 어딘지 잘 모르고 두서없이 돌아다니는 것 뿐이니 뭐 딱히 이야기할 것도 없어요. 이래서야 <고독한 미식가> 류의 구루메 탐방이 더 나았을거에요.

때문에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초기 기획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에 후반부에 대한 감점폭이 큽니다.
그래도 글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기행문이기는 한데 개인 의견이 많이 들어가있고 유머스럽다는 점에서는 <동경산책> 연상되는데 미야베 미유키의 팬이라면 읽을 가치는 충분하고 에도 시대에 대해 관심이 있으시다면 꽤 흥미로운 텍스트가 될 수 있을것 같네요. (후보군이 너무 좁다!) 특히나 일본 여행 (특히 도쿄)을 앞두고 계신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저도 황거는 다시 한번 가보고 싶군요.

덧붙이자면 우리도 둘레길이니 해서 산책로가 급부상하고 있는데 단지 경관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역사와 결합하여 의미있는 코스를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지식이 짧아 당장 추천하고픈게 생각나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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