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허큘리스 : 극장판 & 확장판 - 브렛 래트너 감독, 존 허트 외 출연/워너브라더스 |
수많은 모험으로 신격화된 영웅 "허큘리스"와 그의 동료들은 트리키아의 왕 코티스에게 고용되어 반역자 레수스와의 전쟁에 나섰다. 그러나 승리하자마자 허큘리스는 진짜 악당이자 흑막은 코티스 왕이었다는걸 깨닫는데...
한때 할리우드에서 잘 나갔지만, 최근에는 그다지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던 브렛 래트너 감독의 신작입니다. 화려하고 발랄한 액션 영화에 강했던 감독이라 고대 서사물, 이른바 에픽 영화에는 어울릴까 걱정스러웠는데, 의외로 화면은 꽤 깔끔했습니다. 전사, 궁수, 예언자 Munk(창을 다루는), 도적(단검), 광전사, 음유시인 등으로 구성된 허큘리스 파티원들이 각자의 특기를 살려 벌이는 전투 장면도 잘 만들어져 있고요. 특히 중반부, 급조된 군대를 이끌고 벌이는 야만인과의 전투에서 종족(?) 특성을 잘 활용한 전개가 인상 깊었습니다. 박빙이었던 전세가 전차 두 대에 썰리며 허무하게 끝나는 장면은 다소 당황스러웠지만요.
액션 외에도 "허큘리스가 신화 속 존재가 아니라 실존 인물일 수 있다"는 설정도 흥미를 자아냈습니다. 허큘리스의 모험은 괴물을 상대한게 아니라 가면을 쓴 인간들과의 싸움이었다는 식으로 설명되는데, 꽤 그럴듯했거든요. 오히려 이 설정을 중심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캐스팅도 적절합니다. 허큘리스 역의 드웨인 존슨, 일명 더 락은 비주얼적으로 정말 잘 어울렸습니다. "트로이"의 브래드 피트나 에릭 바나는 최강의 전사로 보이지 않았었는데, 드웨인 존슨은 실제로 혼자서 사자 한 마리쯤은 때려잡을 것처럼 보이니까요. 아무래도 영화 특성상 연기력보다는 이런 외모가 훨씬 중요하지요. 그 외 캐스팅도 존 허트(코티스 왕 역), 단역에 가깝지만 조셉 파인즈(에우리스테우스 왕 역)가 등장하는 등 나름 충실합니다.
하지만 아주 좋은 영화냐 하면, 그렇진 않습니다. 전개에 헛점이 많은 탓입니다.
첫째, 돈 받고 싸우는 용병인 허큘리스가 왜 정의감을 앞세워 쓸데없는 전쟁을 벌이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둘째, 코티스가 악역으로 밝혀지는 과정과 그 이후의 전개입니다.
반란군을 제압하려고 용병을 고용한 것 자체는 문제될 게 없으며, 강해진 군대를 바탕으로 제국을 건설하려는 건 군주로서 자연스러운 욕망입니다.
그런데도 코티스가 악역으로 설정되고, 허큘리스가 그를 제거하면서 제국의 가능성을 무너뜨리는 전개는 납득이 어렵습니다.
트리키아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허큘리스가 철천지 원수가 아닐까요?
또한 아리우스를 볼모로 허큘리스 일행을 협박하는 장면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코티스가 이미 아리우스를 후계자로 인정한 상태라면 죽일 이유도, 협박이 성립될 이유가 없습니다.
공주의 행동도 납득하기 어려워요. 아리우스가 좋은 왕이 될 거라고 믿는다면 코티스를 막지 말고 그냥 제국을 건설하게 내버려두는 것이 더 이득이니까요. 결과적으로 허큘리스가 돌아와 코티스를 물리치지 않았더라도 전세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며, 괜히 동료 한 명만 죽은 셈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허큘리스가 신화적인 영웅으로 거듭나는 연출은 나쁘지는 않았지만, 전투 중심의 전개에서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지는 바람에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마치 실전 이종 격투기 시합을 하다가 갑자기 프로레슬링으로 변해버린 느낌이에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연출 자체는 나쁘지 않고, 제작비가 적절히 쓰인 흔적도 있으며, 흥미로운 아이디어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완성도는 다소 부족하며, 서사적 설득력도 떨어집니다. 그래도 머리를 비우고 즐기는 킬링 타임 용에는 적절하며, 더 락 팬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트리키아 군대 앞에서 일장 연설을 하는 허큘리스의 모습은 금방이라도 “If you smell~”을 외칠 것 같았습니다. 에우리피데스나 코티스에게 락 바텀을 날려주었더라면 아주 좋은 팬 서비스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웰컴 투 더 정글"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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