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ang.egloos.com 의 이사한 곳입니다. 2021년 1월, 추리소설 리뷰 1000편 돌파했습니다. 이제 2000편에 도전해 봅니다. 언제쯤 가능할지....
2004/05/28
트로이 - 볼프강 페터슨 : 별점 2점
고대 그리스, 가장 잔인하고 불운한 사랑에 빠지고 만 비련의 두 주인공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올란도 블룸)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다이앤 크루거).
사랑에 눈 먼 두 남녀는 트로이로 도주하고, 파리스에게 아내를 빼앗긴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 (브렌든 글리슨)는 치욕감에 미케네의 왕이자 자신의 형인 '아가멤논'(브라이언 콕스)에게 복수를 부탁한다. 이에 아가멤논은 모든 그리스 도시국가들을 규합해 트로이로부터 헬레네를 되찾기 위한 전쟁을 일으킨다. 그러나 전쟁의 명분은 동생의 복수였지만, 전쟁을 일으킨 진짜 이유는 모든 도시 국가들을 통합하여 거대한 그리스 제국을 건설하려는 야심이었다.
그러나 '프리아모스' 왕(피터 오툴)이 통치하고 용맹스러운 '헥토르' 왕자(에릭 바나)가 지키고 있는 트로이는 그 어떤 군대도 정복한 적이 없는 철통 요새. 트로이 정복의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는 것은 불세출의 전쟁 영웅 위대한 전사 '아킬레스' (브래드 피트) 뿐. 그러나 아킬레스는 전리품으로 얻은 트로이의 여사제 브리세이스(로즈 번)를 아가멤논 왕이 빼앗아가자 몹시 분노해 더 이상 전쟁에 참가하지 않을 것을 선언하고 칩거해버린다. 아킬레스가 전의를 상실하자 연합군은 힘을 잃고 계속 패하게 되고 트로이의 굳게 닫힌 성문은 열릴 줄을 모른다. 병사들이 점차 지쳐갈 때쯤, 이타카의 왕인 지장 오디세우스(숀 빈)가 절묘한 계략을 내놓는다. 그것은 바로 거대한 목마를 이용해 트로이 성을 함락시키자는 것...
보기가 망설여졌던 영화입니다. 평이 워낙에 안 좋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의외로 재미있더군요! 일단은 “전쟁” 보다는 인간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 전개 방식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여러 주요 등장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방식은 큰 전투 위주의 기존의 대하 역사극과는 사뭇 다른 전개를 보여주는데 나름대로 괜찮더라고요. 아킬레스와 헥토르를 중심으로 각 등장 인물들을 어느 정도 비중 있게 묘사하지만 이야기의 밀도가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마음에 들고요. 이런게 감독의 역량이겠죠.
배우들의 캐스팅도 좋은 편입니다. 무엇보다 “에릭 바나!” 헥토르 역의 에릭 바나는 이 영화 최고의 수확이에요. 헐크에서는 몰랐지만, 서사 시대극에 어울리는 외모와 진지한 카리스마 곁들여진 연기를 통해 헥토르라는 캐릭터를 정말 근사하게 보여줍니다. 광신자이지만 자비롭고 현명한 왕 프리아모스 역의 피터 오툴이라던가, 나오자마자 아킬레스의 일격에 죽어버리기는 하지만 WWE 스타 출신의 레슬러 네이선 존스도 반가왔어요.
하지만 2억불이나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기대보다 대작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춘 탓이죠. 딱히 전투씬이 압도적으로 그려지거나 하지 않아서 스펙터클은 기대 이하입니다.
그리고 기존 신화를 각색한 방향성에도 문제가 많아요. 신화적인 요소를 철저히 배격하고 인간 중심의 새로운 역사극으로 각색한 것, 또 아가멤논이라는 캐릭터를 최대의 악역으로 설정한 것은 나쁘지 않은데 몇몇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감으로 역사에 등장하는 다른 여러 매력적인 영웅들이나 신들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무래도 아쉽습니다. 트로이의 목마가 너무도 시시하게 그려져서 극의 긴장감이 많이 떨어지는 것도 단점이고요.
무엇보다 주인공 아킬레스 역의 브래드 피트가 제일 문제에요. 사실 비쥬얼만 놓고 본다면 아킬레스보다는 파리스역에 훨씬 잘 어울리는 배우라 생각되거든요. 아무리봐도 지상 최강의 전사는 아니고 달달한 “가을의 전설” 필의 로맨틱가이로 밖에는 보이지 않아서 영 와닿지 않더라고요.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던 파리스역의 올랜도 블룸도 실망스러웠으며 그리스 최고의 미녀 헬레네를 비롯한 여배우들도 다 그냥 그랬습니다. 특히나 여주인공인 브리세이스...전 처음엔 신지인줄 알았습니다. 흐....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에릭 바나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재미있게 감상했습니다만 2억불짜리 대작답지 않다는 허전함은 어떻게 해도 채우기 어렵군요. 세세한 인간 관계와 현실적인 신화 이야기는 좋았지만 2억불짜리는 그만한 스펙터클이 있어야하는 법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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