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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24

십자군에 맞선 이슬람의 위대한 술탄 살라딘 - 스텐리 레인 풀 / 이순호 : 별점 4점

살라딘 스탠리 레인 풀 지음, 이순호 옮김, 정규영 감수/갈라파고스

얼마전 "이슬람의 영웅 살라딘과 신의 전사들"을 읽고 생겨난 십자군과 살라딘에 대한 호기심으로 인해 챙겨보게 된 살라딘의 전기.
위대한 군주 살라흐 앗 딘, 즉 살라딘의 일생을 출생에서부터 사망까지 그리고 있습니다. 간단한 일대기 순서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살라딘의 출생
  2. 이집트 정복을 발판으로 이루어낸 제국의 건설
  3. 시리아와 메소포타미아 일대를 평정함으로 군주의 자리에 오른다.
  4. 성전(지하드)을 통해 예루살렘을 탈환하고 예루살렘 왕국을 거의 평정
  5. 관대한 포로 정책으로 정복하지 않고 남겨둔 티루스를 기반으로 한 3차 십자군과의 공방전과 휴전
  6. 사망

이러한 내용을 충실한 사료, 치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상세하고 냉정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서양인 시각에서는 십자군과 기사도라는 잣대에 가중치가 부여될 수 밖에 없는 만큼, 그동안 이교도 군주 살라딘에 대한 세간의 일반적 평가는 사자왕 리처드보다 낮을 수 밖에 없었던 면이 있습니다. 때문에 인지도 측면에서 상당히 낮게 평가되고 있었고요.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모든 상식을 뒤집으며, 또한 살라딘이 왜 아직까지 중동 지방에서 추앙받고 영웅시 되는지 잘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는 전투에서는 거의 항상 승리하고 패자에게는 관대했으며 통치하는 백성들을 아끼고 독실한 이슬람 교도로서 기도와 참회에 충실하고, 스스로는 단 한푼의 부정축재나 사치를 하지 않은 진정한 군주였던 것으로 설명되거든요.
특히나 수없이 많은 배신을 때려버리는 유럽인 이교도들에게 관대한 정책으로 일관하여, 결국 3차 십자군의 난입을 허용하는 그의 실수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뭐 결국 3차 십자군도 성지 탈환에 실패하고 휴전에 합의함으로써 절반의 성공을 이끌어내긴 했지만요. 물론 그도 개인적 원한이 쌓여있던 케라크의 레지널드에게만은 단호한 모습을 보이긴 합니다만.
그의 맞수로 표현되는 사자왕 리처드와의 비교를 통해 본다면 뛰어남이 한층 더 돋보입니다. 사자왕 리처드는 전쟁에는 탁월했지만 다른 어떤 점에서는 살라딘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의 장점이 단 하나도 없더라고요. 오히려 동네 깡패에 가깝다고나 할까…. 뭐 영국 입장에서야 영웅으로 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이라크인들이 부시라는 존재에 대해 느끼듯 중동인에게는 거대한 재앙일 뿐이었겠죠.

이렇게 서양인이 썼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서양인 시각에서만 바라보지 않은 공정함이 돋보인 살라딘 전기라는 점에서 추천하는 바입니다. 치밀한 도판과 서술로 그려진 전쟁장면과 여러 일화들도 뭐 하나 빼놓을 수 없을 만큼 뛰어나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너무 살라딘의 찬양 일색이라 왠지 어색하다는 것 정도? 때문에 별점은 4점입니다. 십자군에 대해 공정한 시각을 가지고 위해서, 또 살라딘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는 꼭 읽어야 할 필독서가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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