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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9

2차 대전 잠수함 이야기들 - 10년 20일 / U-333 : 각 별점 3점

10년 20일 - 6점
칼 되니츠 지음/삼신각
U-333 - 6점
피터 크레머 지음, 최일 옮김/문학관

2차대전 당시의 잠수함 U보트에 관련된 책 2권을 연달아 읽었습니다. 한 권은 U보트, 독일 잠수함 전대의 사령관이자 훗날 해군 총 사령관, 그리고 히틀러의 뒤를 이은 3제국 최후의 총통으로 연합군에 항복한 칼 되니츠 제독의 회고록 “10년 20일”이고 다른 한 권은 U보트의 함장 피터 크레머의 “U-333”입니다.
같은 시기, 같은 분야의 전투에서 역량을 발휘한 두 명의 회고록으로 각각 나름의 재미도 충분하나 비교해서 읽는게 훨씬 재미있더군요.

일단 "10년 20일"은 되니츠 제독이 사령관이었던 것 만큼 스케일이 훨신 크더군요. 잠수함을 한척 단위의 전투가 아닌 여러 척으로 그룹을 묶어 수송선단을 공격하는 이른바 “늑대떼 전술”을 비롯, 각 바다를 쪼개서 지역별로 함정을 배치하며 활동기간을 늘리기 위한 “젖소” 잠수함의 도입 등 전략적인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에요. 이에 반해 피터 크레머 함장의 “U-333”은 스케일 보다는 실제 전투에서의 활동들, 수송선단의 추격  및 공격에서의 회피, 폭뢰공격으로 침몰해 가는 함정의 운영 등 실질적 전투 활동의 디테일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습니다.
당연히 자료적 가치도 높아서 두 책 모두, 전투 이외에도 잠수함의 성능이나 독일의 여러 공격 무기 (어뢰 및 대공포 등)와 연합군의 대잠무기, 잠수함 건조 방법 및 훈련 방법 등 잠수함 부대에 관한 거의 모든 내용을 담고 있는 점은 동일하고요.

그런데 두 책 중 개인적으로는 되니츠 제독의 일대기가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도자가 누구이건 맡은 바 명령에 충실하게, 설령 그 상황이 타개하기 어려울 지라도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하여 난국을 타개해 나가며 아울러 소신을 굽히지 않는 진정한 독일 군인의 표상이랄까요? 처칠이 언급했듯이 되니츠에게 개전 초기 운영 가능한 U-보트가 100척만 더 있었더라면, 아니면 종전 직전에 실전 배치 되기 시작했던 최신예 잠수함 XX1, XX2, 발터 잠수함 등이 그에게 1년이라도 먼저 보급되었더라면.. 하는 가정이 성립될 만큼 - 물론 피터 크레머 함장의 회고처럼 이미 1944년 겨울부터는 잠수함 전대에 미래란 없었다는 것이 정확했겠지만 - 매력적인 인물로 읽으면서 그에게 매료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정말 세계 전사에 기록될 만큼 유능한 희대의 명 제독인 듯 싶어요.
허나 세세한 재미를 따지자면 실제 전투상황이 강조되는 한편의 영화 같은 “U-333”쪽이 더 낫기도 합니다. 동기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종전까지 포로가 되지 않고 살아남은 “운좋은” 함장 피터 크레머의 활약을 그리고 있는데 아무래도 전과는 좀 떨어지는, 생명력이 좀 강한 함장이어서 그런지 (에이스들은 거의 죽거나 포로가 되어 버렸죠) 전투가 뭔가 격침을 시킨다던가 하는 호쾌한 맛은 떨어지지만 영화 “U보트”에서 볼 수 있었던 실제 연합군 대잠무기에 대한 공포, 잠항과 부상을 반복하며 벌어지는 긴장감, 잠수함 고장에 따른 위기 등이 잘 그려져 있거든요. 이런 부분은 영화가 이 책에서 많은 부분 모티브를 얻지 않았나 싶더군요. 아울러 뒷부분에는 되니츠 제독의 일대기가 요약되어 부록으로 실려 있어서 비교해서 읽는 재미가 더 컸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두 책 모두 3점. 약 820척의 U보트 중 718척이 침몰되었고 39,000명의 우수하고 잘 훈련된 승조원 들 중 32,000명이 목숨을 잃은 전사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손실을 기록한 독일 잠수함 부대, 그리고 그 부대원들이 끝까지 희생을 다하며 충성한 해전사 희대의 명 제독 칼 되니츠와 실제 승조원으로 2차대전 개전부터 종전까지 활약한 U보트 함장 피터 크레머의 회고록이니 만큼 2차대전에 관심있으시다면 꼭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영화 “U보트”나 다시 한번 구해 봐야 겠네요.

그나저나, 개인적으로는 종전과 동시에 연합군에게 인수되기를 포기하고 스스로 자침시킨 독일 잠수함 부대원 들 중 일부가 최신예 함과 기술을 가지고 다른 부대원, 기술자들과 더불어 히틀러의 비밀 자금과 함께 어딘가에서 세력을 키운다는 “라스트 바탈리온” 같은 이야기가 꿈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덧 : 되니츠도 인정했지만 히틀러라는 인물의 카리스마와 인물 장악력은 정말 남다른 데가 있었던 것 같더군요. 그의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되도록 떨어져 있어야 했다.. 고 까지 인용했을 정도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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