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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15

이슬람의 영웅 살라딘과 신의 전사들 - 제임스 레스턴 / 이현주 : 별점 3점

이슬람의 영웅 살라딘과 신의 전사들 제임스 레스턴 지음, 이현주 옮김/민음사

이 책은 십자군 운동(전쟁), 그 중에서도 3차 십자군 중심의 역사 서적. 특히 3차 십자군에서도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영국의 사자심 (Lion Heart) 왕 리처드와 이슬람의 영웅 살라딘을 축으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물론 둘 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존엄왕 필리프, 신성 로마제국의 붉은 수염 프리드리히 1세, 오스트리아의 레오폴트 5세, 예루살렘의 왕 기, 그의 자리를 노리는 배교자 몬페레도의 콘래드, 기사도의 표상 아벤의 제임스 등 많은 매력적인 인물이 등장하여 흥미진진한, 한편의 대하 군웅 - 서사극을 방불케 하는 재미를 전해 줍니다.

읽으면서 새롭게 안 사실도 많은데 리처드와 살라딘은 결국 승패를 가르지 못하고 협상 후에 헤어졌으며 그 둘에 관련된 여러 낭만적인 전설은 다 거짓말이었다.. 는 것이 가장 큽니다. 십자군 내부에서의 벌어졌던 분열과 다툼 역시 상세한 설명 덕분에 많이 이해할 수 있었고요. 그 외에도 십자군 당시의 예루살렘 왕국이라던가 전투들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리처드가 진정 용감한 전사였다는 것, 비록 탐욕과 허풍, 교만함으로 가득 차 있긴 하지만 전쟁에 있어서만큼은 탁월했다는 것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비록 내분으로 실패했지만 살라딘의 부대를 크게 격파한 것은 사실이고, 때문에 제대로 자웅을 겨루지는 못했지만 살라딘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인물이라는 묘사로 가득해요. 반대로 살라딘은 여러 휘하 아미르 (태수) 들에게서 존경은 받았지만 군사적으로는 대단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고 묘사되네요. 뭐 서양인 시각에서 바라보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당연하겠지만요.

그나저나, 읽으면서 요사이 이라크의 현실과도 어느정도 겹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역사는 돌고 돈달까요? 십자군 당시에는 “성지”를 탈환한다는 미명하에 남의 나라 땅을 노략질 하고 약탈했다면, 현재는 “석유” 때문이라는 것만 차이점일 뿐 결과적으로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중동 지방 전체가 조각조각 쪼개져 버려 힘을 못 쓰는 덕에 미국의 부시가 새로운 리처드 1세로 등극할 수 있었겠죠. 중동지방에 살라딘 같은 지도자가 있다면 세계 3차 대전이 벌어졌을텐데 우리 같은 변방 국가들에게는 그나마 나은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아랍인들에게는 대재앙이지만….)

그래서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 상당히 재미있는 책임에는 분명합니다. 이런 저런 생각도 들게 만드는 것도 좋았고요. 앞으로 보다 냉정한 평가를 위해서 아랍인의 시각에서 쓴 십자군 책도 한번 읽어 봐야겠습니다.

덧붙이자면, 사실 1차 십자군 때부터 활약한 케라크의 영주 샤티용의 레지널드의 이야기가 더 관심이 있었는데 1차~2차 십자군 때의 이야기는 간략히 묘사해서 아쉽더군요. 희대의 악인이자 도적인 Dark Prince, 케라트의 어둠의 왕자 레지널드는 그의 행적만 묘사해도 대단한 책이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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