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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8

가문의 영광

카카오 모바일 백일장 응모작입니다. 2천자 정도 되는 초단편 공모전으로 오래전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가지고 퇴근길에 뚝딱 써서 응모한 것이죠. 당연히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오랫만에 글이라는 것을 써 보았기에 블로그에 공개합니다. 짧은 만큼 한번 읽어보시고 의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뼈대 있는 가문의 3대 독자는 제법 많다. 그러나 광호처럼 용이 승천하며 춤을 추니 온 백성이 기뻐했다는 태몽과 태어나는 순간에 하늘에 상서로운 빛을 뿜는 무지개가 걸려 출생을 반긴 아이는 드물 것이다.
마침 태어난 해가 나라가 둘로 나뉘는 전쟁이 일어나고 격변의 혁명기를 거치며 국가적인 탄압 때문에 일찍이 융성했던 그의 가문이 몰락의 정점을 찍은 해였기에 태어날 때부터 집안의 꿈과 미래를 상징하는 존재이기도 하였으며 그의 집을 우연히 방문한 수수께끼의 전도사가 신생아 광호를 보고 흠칫 놀라며 장차 이 나라의 큰 인물이 될 것이라 예언한 것은 그에게 걸린 기대와 꿈을 확고부동한 것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가문의 침몰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다. 고조부의 현명한 경영을 '가혹하다'고 비난한 무지몽매한 소작농들과 그에 편승한 이들의 야합, 고조부가 돌아가신 뒤 그나마 남아 있던 재산을 조부가 모조리 쌀과 금으로 바꿔 월남한 후 십수 년만에 가문은 그야말로 거덜이 나고 말았다.

장하게도 어린 광호는 개의치 않았고 출생에 얽힌 전설을 들을 때마다 자부심은 더욱 커져갔다. 이러한 자부심에는 그 스스로 어렸을 적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 길을 잃은 후 혼자만의 힘으로 다시 돌아오는 등의 남다른 유년기와 성장기도 큰 몫을 담당했다. 그래. 이건 더욱 큰 성공을 위한 시련일 뿐일거야.
허나 약속된 듯했던 빛나는 미래는 나이를 먹을수록 꼬여만 갔으며 가장 큰 이유는 뛰어난 인물을 수용할 수 없었던 무식한 독재국가의 망할 교육 제도 탓이었다. 어찌어찌 이름없는 3류 대학이지만 대학에 합격하고 순탄히 졸업한 기쁨도 잠시,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지 아니면 그를 시기하는 모종의 거대한 국가적 음모가 작용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사회인이 된 광호 앞에 놓이게 된 현실은 순탄치 못했고 그의 입사원서와 이력서는 서류전형에서 번번이 탈락할 뿐이었다.
이왕지사 이렇게 된 거, 성공하려면 사업이지! 굳은 결심을 한 광호는 여러 정보를 종합하고 소개받은 뒤에 주위 사람들의 인망과 협조를 얻으면 성공할 수 있는, 두 단계 정도의 소비자만 확보하면 장기적인 고수익이 가능한 신종 사업에 몸을 의탁하였다. 주위에서 사기라고 깎아내리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뛰어난 안목, 선견지명에 질투하는 천한 것들에게 광호는 냉소를 남기고 찬란한 성공으로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오호통재라! 광호의 차세대 사업은 대한민국 실정법과는 미묘하게 어긋나 있었다. 이것은 그의 성공을 가로막고 음해하려는 조직이 국가적인 것을 반증하는 것이었으리라. 이러한 국가적 음모와 맞서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주위의 도움이 필요했고 광호는 자금 융통을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녔으나 국가에 대항하는 싸움의 결과는 뻔했다. 무력하게 쓰러지고 남은 것은 자석요 몇 세트 뿐이었다. 광호는 절망했다.

어떻게 하면 가문을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한 광호는 엄청난 이자지만 즉시 현찰을 융통해준다는 조직을 통해 천만원이라는 자금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그는 가문을 위한 마지막 비책을 가슴에 품고 길을 떠났다.

"형님 그 놈을 찾긴 찾았습니다만...."
"요점만 얘기하자구. 계룡산까지 가서 뭐한거야?"
"그놈. 아무래도 미친거 같습니다"
"내 그럴줄 알았다. 그런데, 돈은 어떻게 된거야? 정말 땅에 묻어 놓은거였어?"
"그랬다면 좋았겠지만.... 형님이 시키시는대로 그놈 따라 계룡산 어딘가로 하염없이 올라갔는데 땅이 어느정도 파져있는 구덩이 하나가 나오긴 했습니다."
"그런데?"
"그놈이 구덩이에 들어가서 파내기를 한 두어시간 했나... 갑자기 구덩이에 드러눕더니 돈은 한푼도 없다고, 파묻던지 말던지 알아서 하라면서 비웃더라고요."
"이런 썅! 그걸 그냥 놔뒀어!"
"그럴리가요. 삽으로 대가리를 날려버리고 그냥 그곳에 파묻어 버렸습니다. 그나마 우리가 구덩이 팔 수고는 덜었잖아요?"
"재수가 없으려니 나원참 별 거지같은 꼴을 다 당하네. 뭐 할 수 없지. 액땜한셈 치자고. 윤실장 수고 많았어. 근데 도대체 그 새낀 거긴 뭐하러 가서 6개월이나 비비며 우리 돈을 거덜낸거야?"
"글쎄요..... 모르겠습니다. 미친놈 생각을 어찌알겠어요."

<여보. 이 문자 메세지가 마지막이 될 것 같소. 3일 안으로 연락이 없으면 내가 죽었다고 생각해시오. 그래도 묫자리는 거액을 들여 알아본 명당이니 우리 가족일은 잘 풀릴거라오. 못난 남편의 마지막 노력이니 나중에 묘비나 세워주시오. 충남....>

어떠셨나요? 좀 더 소설처럼 썼더라면 읽기도 편하고 완성도도 조금이나마 나아졌겠지만 글자수 제한 때문에 이상한 시놉 형태로 완성되어서 조금 아쉽네요. 그래도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 백일장은 시스템이 정말 거지같아서 또 응모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네요. 제가 써서 응모한 소설인데 공유도 제한적이고 검색도 안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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