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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6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 별점 3점

노년의 알츠하이머 환자인 전직 연쇄살인마가 화자로 등장하여, 딸과 결혼하겠다는 신세대 연쇄살인범과 대립한다는 내용의 작품입니다. 김영하 작가는 최근 가장 잘 팔리는 한국 작가 중 한 명으로 알고 있는데, 작품은 이번에 처음 읽어보았습니다. 어디선가 관련 리뷰를 본 뒤 호기심이 생겨 읽게 되었네요.

중반부까지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무엇보다도 설정의 흡입력이 강한 덕분입니다. 기억이 토막나고 과거와 현재, 현실과 광기가 뒤섞이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전개도 인상적이었고요. 굳이 비교하자면, 단기기억상실증에 시달리는 주인공이 아내를 죽인 범인을 찾는다는 영화 "메멘토"를 소설로 풀어 쓴 느낌입니다. 정말 숨 돌릴 틈 없이 책장이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 킬러가 주장해 온 모든 기억, 다시 말해 소설 대부분의 전개가 사실은 허구였고 그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광기였다는 식의 결말은 추리 소설 애호가로서는 아쉬웠던 점입니다. 진상에 대한 복선이 조금만 더 정교하게 배치되었더라면 완성도가 훨씬 높아졌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이 작품을 추리소설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작가의 의도도 그러하지 않았을 테니 이런 점을 지적하는 것 자체가 과한 해석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 킬러와 신세대 킬러의 대결이라는 설정 자체가 매력 넘쳤던 만큼, 이 이야기를 본격 추리-스릴러로 풀어냈다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알츠하이머라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인이 원거리 공격에 능하다거나, 몇 가지 장치들이 추가되었다면 균형이 맞는 구도가 되었을 수도 있었겠죠.

하여튼, 별점은 3점입니다. 추리-스릴러물 관점에서 접근했기에 최고점을 주기는 어려웠지만, 재미 측면에서는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젊은 한국 작가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고, 전개와 묘사에서도 인상 깊은 장면들이 많았으니까요. 분량도 부담스럽지 않으니,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은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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