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지음/문학동네 |
노년의 알츠하이머 환자인 전직 연쇄살인마가 화자로 등장하여 딸과 결혼한다고 하면서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신세대 연쇄살인범과 대립한다는 내용의 작품.
김영하 작가는 최근 가장 잘 팔리는 한국 작가 중 한명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작품을 읽는 것은 처음입니다. 어딘가에서 관련 리뷰를 보고 호기심이 동해 읽게 되었는데 중반부까지는 아주 흥미로왔어요. 설정부터 재미가 넘치는데 기억이 토막나고 과거와 미래가 모호하며 현실과 광기가 뒤섞이는 알츠하이머 환자 시점의 전개가 정말로 압권이라 흡입력이 대단하거든요. 구태여 비교하자면 단기기억상실증에 시달리는 주인공이 아내를 죽인 범인을 찾는다는 <메멘토>를 소설로 풀어 쓴 느낌인데 정말 숨돌릴 틈도 없이 책장이 넘어간 것 같네요.
그러나 "추리소설" 애호가로서 아쉬움도 많습니다. 알츠하이머 킬러가 주장해 온 모든 기억, 즉 소설의 거의 대부분이 모두 허구이고 그의 머리 속에서만 있던 광기일 뿐이라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결말이 제일 아쉬워요. 진상에 대한 복선을 조금만 더 정교하게 깔았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물론 추리소설이라고 볼 수는 없고 작가의 의도도 그것이 아닌 만큼 이런 점을 가지고 지적질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겠지만 매력넘치는 설정인 알츠하이머 킬러와 신세대 킬러의 대결이 핵심인 추리-스릴러었다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알츠하이머 킬러가 불리하니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몇가지 장치를 추가할 필요는 있겠지만요. 예를 들어 노인의 무기는 의외로 원거리 공격형 (총?) 무기였다던가!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추리소설 애호가 입장에서 추리-스릴러물로 평가했기에 최고점을 주기는 어려웠습니다만 재미 측면에서는 충분히 합격점을 줄만하며 젊은 한국 작가의 힘 역시 잘 느낄 수 있었던 좋은 작품임은 확실합니다. 전개와 묘사 역시도 특출난데가 있었고요. 분량도 많지 않은 만큼 아직 읽어보지 못하신 분들께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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