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크롤리 - 금기진 지음/동방미디어 |
오지 오스본의 노래로 친숙했던 "미스터 크롤리", 알레이스터 크롤리의 평전으로 악마교단의 창시자 정도로 알고 있었던 별 관심은 없었던 인물인데 본가에 갔더니 형이 사다두었기에 얇은 두께에 혹해 빌려 읽게 된 책입니다.
그런데 읽다 보니 꽤 재미있더군요. 일단 한국인이 썼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저자가 저보다 어린데도 불구하고 1999년 동방성당 기사단에 입단하여 마법과 비전을 전수받은 분이라고 하는데, 요쪽 세계에 발을 담근 사람답게 꽤 자세하게 관련 내용을 숙지하고 많은 자료를 토대로 글을 썼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두께에 비하면 충실한 평전이었습니다. 크롤리의 출생은 물론 그의 학창 시절과 마법과 은비학에 대해 몸을 담게 되는 과정과 관련 조직들에 대한 내용들이 상당히 자세한 편이거든요.
단 1장부터 4장까지만 그러하고 5장 이후 크롤리가 마법의 경전이라는 "리베르 레기스"를 쓴 다음 부터는 크롤리의 교리와 그의 사상에 대한 장황한 이야기만 등장합니다. 아울러 객관적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크롤리 위주로 쓰여진 책으로 크롤리가 예언자로서 신의 비전을 받아 저술했다는 책을 발표할 때 마다 벌어진 세계적인 사건이라던가, 크롤리가 행했던 다양한 범죄행각을 크롤리 입장에서만 바라보고 쓴 티가 팍팍 나는 것은 좀 웃기기도 하고 애절하기도 하더군요. 무슨 음모이론 책 냄새도 살짝 나고 말이죠.
그래도 이 책을 통해 크롤리라는 인물이 알고 있던 것 만큼 해롭거나 광신적인 사교의 우두머리가 아니라 나름의 철학적인 바탕과 깊은 사고를 통해 하나의 종교를 펼친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된 것만으로도 독서의 성과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정말 마법사였다고는 도저히 상상이 되지는 않지만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일단 자신의 파산부터 막았겠죠) 그런대로 똑똑하고 모험심 강한 인물이었다는 것은 확실하니까요. 그리고 제가 만약 종료를 믿는다면 크롤리의 종교를 믿고 싶어질 정도로 교리 ("원하는 것을 행하라")가 무척 마음에 들어서 단지 사교로만 치부하기에도 무리가 있어 보이더군요. 신보다는 인간 내면의 욕망을 중시한 아주 솔직한 종교라 생각되거든요. 어떤 종교의 틀을 쌓아올리고 그 종교의 철학적, 사상적 토대가 완벽하다면 사교나 사이비라고 비하할 필요가 전혀 없겠죠. 단지 그 종교를 몇명이 믿느냐의 차이일 뿐 아니겠어요?
알레이스터 크롤리에 대해 국내에 나온 책 중 이 책만한 책은 없으니 자료로서의 가치도 있고 내용도 그런대로 재미있어서 별점은 3점입니다. 책은 현재 절판상태이고 내용도 정상적인 내용과 장광설이 1:1의 비율로 섞여 있지만 관심있으신 분들은 한번쯤 구해서 읽어보셔도 괜찮을 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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