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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2

샤라쿠 살인사건 - 다카하시 가츠히코 / 안소현 : 별점 4점

샤라쿠 살인사건 - 8점 다카하시 가츠히코 지음, 안소현 옮김/두드림

우키요에 연구의 일본 최고 권위자인 니시지마 교수의 제자 츠다 료헤이는 우연히 구입한 한 화집에서 수수께끼의 화가 샤라쿠의 정체가 드러난 결정적 단서를 입수하고 조사에 착수한다. 한편 니시지마 교수의 제자였다가 파문당한 뒤, 교수의 라이벌 사가 아츠시를 돕는 옛 선배 고쿠후 역시 사가 아츠시의 죽음 이후 조우한 츠다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여 츠다는 샤라쿠가 아키타 난화의 화가 치카마츠 쇼헤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내게 된다. 그러나 이후 니시지마 교수가 살해된 채 발견되며, 독자적으로 조사를 진행하던 고쿠후 역시 뺑소니 차에 치여 숨을 거두는 등 일련의 사건이 발생하고, 츠다는 이 모든 것의 뒤에 존재한 음모를 깨닫게 된다.


책 커버에서 "주간문춘 선정 20세기 걸작 미스터리 8위"라고도 선전하고 있고, "문예춘추 선정 일본 미스테리 100선"에도 선정되기도 한 유명한 작품입니다.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이기도 하죠. 원채 기대하고 있던 작품이라 번역 자체가 무척 반가왔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단순히 미술적인 취향만 놓고 본다면 샤라쿠의 인물화보다는 호쿠사이의 풍경화를 훨~씬 좋아하긴 하지만 이전에 "하이쿠와 우키요에. 그리고 에도시절 " 이라는 책을 살 정도로 우키요에에 대해서도 나름 관심이 있었기에, 진작에 사서 읽었어야 하는데 이런저런 이벤트를 통해 응모해 놓은 상태라 뒤늦게 구입한 책이기도 합니다. (이벤트는 다 떨어졌다는 이야기죠...) 

읽기 전에는 샤라쿠의 정체를 밝혀내는 과정이 중심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두가지의 큰 축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하나는 앞서 이야기한 샤라쿠의 정체를 밝혀내는 과정이 치밀하게 전개되는 역사추리물적인 부분이고 또 하나는 샤라쿠의 정체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과 그것에 대한 해결 과정을 그린 부분입니다.

이 중 이 작품이 유명해진 결정적 요소이기도 한 수수께끼의 우키요에 화가 샤라쿠가 누구인가? 에 대한 의문, 그리고 주인공이 찾은 작은 단서에서 시작하여 샤라쿠의 정체를 밝혀내는 과정은 초중반부까지 전개되는데 무척 흥미진진합니다. 샤라쿠가 아키타 난화의 화가였을 것이다라는 가설은 상당한 수준의 설득력을 지니고 있고요. 우키요에를 다년간 연구한 저자의 경력이 말해주듯 작품에서 펼쳐지는 저자의 우키요에에 대한 엄청난 내공과 상세한 해설 역시 인상적입니다. 우키요에와 샤라쿠 관련해서는 참고서가 될 수 있는 수준이니까요. 동봉된 칼라 엽서 형태의 많은 도판 역시 충실해서 작품 이해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고요.

또한 중반부 이후부터의 살인사건을 밝혀내는 과정 역시 정통 추리소설로 보기에는 대단한 트릭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사건의 인과관계가 확실하고 동기도 잘 부여되어 있으며 사건을 밝혀내는 과정도 합리적입니다. 때문에 추리적인 면만 놓고 본다면 합격점을 충분히 주고도 남음이 있네요. 정말 모든 것이 치밀하게 잘 짜여졌다는 느낌을 주거든요. 때문에 400페이지가 넘는 대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책의 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지나칠 정도로 과도한 당대 우키요에에 대한 설명은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지루한 감도 없잖아 있긴 합니다. 샤라쿠가 활동했던 시기를 중심으로 워낙 많은 인물들이 등장해서 머리가 휙휙 돌아갈 지경인데 이 모든 인물들이 우리나라에는 친숙하지 않은 인물들이라 몰입을 방해한다는 것도 국내 정서와는 좀 거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우키요에에 대한 자세하고 디테일한 설명은 샤라쿠의 정체를 파헤치는 과정의 이야기인 초중반부에 집중되어 있어서 이후의 살인사건 이야기가 밀결합되어 있다기 보다는 전혀 다른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욕심을 버리고 좀 들어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제대로 된 수준의 추리소설을 썼을 때의 내공의 깊이를 짐작케 하는 역작으로 평점은 별 4점입니다. 몰랐는데 오래전에 읽었던 단편집 "붉은 기억" 의 작가라 왠지 모를 친숙함도 느껴졌고 그때도 글 하나는 잘 쓴다.. 라고 생각되었던 만큼 역시 기대에 값하는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국내 정서에 좀 맞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겠죠. 한번 읽어서는 제대로 된 이해가 어려운 만큼 한번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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