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정원에서 - 스튜어트 리 앨런 지음, 정미나 옮김/생각의나무 |
알라딘에서 30% 할인 이벤트를 하고 있기에 반쯤은 충동구매로 구입한 책입니다. 여러가지 역사적인 금기음식을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7대 죄악 - 색욕, 폭식, 오만, 나태, 탐욕, 불경, 분노-에 따라 구분하고 이들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놓는 책으로 저자의 엄청나게 다양한 경험과 깊은 역사적 지식이 묻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금기음식에 대한 설명을 하며 당시 해당 음식의 레시피를 그 시대 그대로 전해주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카사노바의 맛있는 유혹" 과 비스무레하게요.
이러한 금기의 요지는 결국 흰둥이 기독교도들이나 지배계층들이 하위 계층이나 타 민족을 억압하고 탄압하고 잡아죽이고 멸시하기 위해 만든 금기들이라는 이야기인데,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러한 억압과 모순의 잔인한 역사를 음식으로 재미있게 풀어내는 저자의 솜씨는 대단하며 내용도 상당히 재미있는 편입니다. 단순한 역사책이라기보다는 요리, 금기 음식과 실제적 역사를 결합한 조금 이색적인 책으로, 어떻게 보면 가장 잔인한 것이 인간이라는 것도 다시금 느끼게 해 주네요.
꽤 두꺼운 분량인데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꼽아본다면 AIDS의 기원에 관련된 내용, 육식과 인간의 잔인성의 연관관계를 따지는 부분 (심지어는 최근의 포테이토 칩까지) 도 기억에 남으며, "흙을 먹는 행위" 의 타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부분도 최근 아프리카의 "진흙쿠키"와 맞물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임종 전날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의 최후의 만찬에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한 시대의 거두가 죽기 직전에 추구한 것이 금기음식이었다는 것이 너무 아이러니컬 했거든요.
그러나 저자가 다양한 음식 기행을 통해 방대한 지식을 축적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나, 출신 배경 탓인지 대부분의 금기음식에 대한 내용이 중세시대와 미국 개척시대에 한정되고 있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중세시대에 관련된 내용이 이 방대한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때는 어차피 교황과 교회가 인간위에 군림하던 시기이기에 금기가 많았던 것은 너무나 당연해 보이며, 때문에 수많은 금기음식과 그 배경에 관련된 이야기가 결국 동어반복이 되어 좀 지루한 맛이 없잖아 있긴 합니다.
어쨌건 결론은 추천입니다만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책이긴 할 것 같습니다. 저야 30% 할인된 가격에 구매했으니 크게 아쉽지는 않네요. 개인적 별점은 3점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