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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7

사랑의 은하수 (Somewhere In Time) - 자노 슈와르크 : 별점 2점


젊은 희극작가 리차드 콜리어는 자신의 연극 발표날 한 노부인으로부터 금시계와 함께 자기에게 돌아와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몇년 후, 그랜드 호텔이라는 곳에 투숙하게 된 콜리어는 호텔 역사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아름다운 젊은 여인의 사진을 보고 한눈에 반한 뒤, 그녀에 대한 조사를 통해 그녀가 당대 제일의 여배우이자 자신에게 금시계를 선물로 주었던 노부인임을 알게 된다. 그녀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으로 1912년으로 되돌아 가고자 하는 콜리어는 자신의 대학 시절 은사의 조언으로 1912년 당시로 타임슬립에 성공하고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올드, 원조 슈퍼맨 크리스토퍼 리브 주연의 멜로물로 익히 알고 있었지만 볼 기회가 없던 차에 EBS에서 방영하기에 보게 된 영화입니다. 오래 전부터 나름의 유명세가 있던 영화고 포스터도 워낙 멋져서 기대도 컸고 말이죠.

그런데.. 영화는 제 기대를 무참하게 깨 버릴 정도였습니다. 재미도 없지만 지루했을 뿐더러 이야기 전개가 뻔함의 극치였습니다. 영화가 시작하고 30분이 지나기 전에 이미 결말까지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진부한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존 배리가 맡은 상당히 괜찮은 음악, 그리고 비쥬얼 하나 만큼은 멋졌던 두 주연배우의 모습만으로도 이 영화는 존재가치가 충분할지 모릅니다.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비련의 사랑이 결국 죽은 뒤 내세에서 이루어진다는 감동적인 이야기 구조도 나쁘진 않았고요. 하지만 영화로서 최소한의 재미를 주는데 실패했습니다. 그 덕에 참을 수 없는 지루함만 가져다 주었고요.

일단 주인공 리처드 콜리어가 과거로 타임 슬립하는 부분의 설득력이 제로라는 점이 제일 문제입니다. 멜로물에서 너무 큰 기대를 하면 안되겠지만, 우체통을 통한 시공의 초월이나 무선 통신 장비를 이용한 대화의 차원도 아니고 그냥 “최면술” 비스무레한 것으로 얼렁뚱땅 넘어가 버리거든요. 물론 이 설정이 불합리 하다고 해서 이야기 전개에 지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콜리어가 다시 현대로 튕겨나오는 설정이 있다는 점에서 타임 슬립에 대해 최소한의 설득력은 가지고 있어야 했다고 생각됩니다. 이후 콜리어가 현실로 돌아온 뒤 다시 과거로 이동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전혀 해 주지 않은건 불친절의 극치로 느껴지고요.

게다가 과거로 이동하여 서로 사랑에 빠지는 부분 역시 쉽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당대 최고의 연극배우 엘리스가 잘생기긴 했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콜리어와 몇번 이야기를 나눈 뒤 격렬한 사랑에 빠진다… 는건 구시대적이기도 하지만, 그다지 잘 표현되지도 않았거든요. 보통 이런 영화는 주인공의 작업(?) 과정을 좀 디테일하게 보여준다던가, 서로 첫 만남을 가지는 과정이 드라마틱 하다던가 하는 약간의 부가적인 요소가 필요할텐데, 너무 주인공 위주로 영화가 흘러가다 보니 사진 한장 보고 운명을 느낀 편집증 환자의 시대를 초월한 스토커 일대기를 보는 느낌이 들더군요. 만약 엘리스가 콜리어에게 반하지 않는다면 이건 정말 완전 호러영홥니다. 엔간한 난도질 정도로는 마무리 안될거에요....

어쨌건 겨우겨우 끝까지 보긴 했지만 그동안 기대하고 기다려온 세월이 아깝기까지 했습니다. 슈퍼맨의 좋은 모습만 간직하고 살아갔어야 하는데 괜히 본 것 같아요. 멜로물이 제 취향은 아니며 30년에 가까운 시간을 감안하더라도 좋은 점수는 주기 힘들군요. 별점은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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