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전의 전설 - 칼 하인츠 프리저 지음, 진중근 옮김/일조각 |
간만에 읽은 전쟁관련 책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전술로 유명해진 전격전에 대해 다룹니다. 특히 전격전의 시작과 그 확립이라고도 할 수 있는, 대전 초기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하는 이른바 서부전선의 "지헬슈니트 작전" 에 대해 각종 도표와 그래프, 지도 등으로 상세하게 소개하여 전격전이라는 전술에 대한 이해를 돕습니다. 거의 600페이지나 되는 책 내용의 대부분을 이 작전 하나에 할애하였다는 점에서 상세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두께는 제법 되지만 전격전의 실체와 알려진 것과 사뭇 다른 서부전선의 양상, 그리고 독일과 프랑스 장군들에 대한 묘사와 손에 잡힐 듯한 전장에서의 여러가지 이야기들 덕분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군인 롬멜의 서부전선에서의 활약상을 이렇게 자세하게 묘사한 책은 처음이네요. 프랑스 군에서도 드골 등 이름만 알고 있던 장군의 실제 활약이라던가, 프랑스 부대의 일부 활약상과 용맹성을 묘사하고 있는 등 균형을 잘 맞추고 있고요.
무엇보다도 예전에 읽었던 이대영씨의 "알기 쉬운 세계 제 2차 대전사" 에서 후루룩 지나간 서부전선 이야기에 대한 실상을 알게되어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이 전쟁이 원래는 히틀러의 침략 야욕으로 불거진 전쟁이 아니라는 점(미리 선전포고를 받은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과, 실제로 전술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몇몇 뛰어난 독일군 장군들에 의해 주도적으로 이루어진 전술이었다는 점, 그리고 프랑스 군이 무능했다기보다는 병력과 병기에서 앞섰지만 프랑스군을 지배했던 구세대적 마인드에 의해 패배한 전쟁이었다는 점, 아울러 독일군 승리에는 정말로 많은 행운이 작용했다는 점 등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많고요.
지헬슈니트 작전과 1차 세계 대전때의 슐리펜 계획과의 자세한 비교 및 전격전이 확립된 서부전선의 결말과 그 역사적 의의 -거의 성공할 뻔 했지만 히틀러 때문에 실패한, 성공한 전쟁이 아닌 작전술의 승리였을 뿐이라는 결론- 등을 설명한 것 역시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전쟁사라기 보다는 아무래도 전격전의 실체를 파헤치는 학술서에 가깝기 때문에, 정말 두껍고도 무거운 엄청난 책이라 읽는데 고생했습니다. 양장본이라 무겁기도 했고요. 무게와 두께가 흉기에 가까운 것은 정말 이 책의 거의 유일한 단점이었습니다. (책 가격이 4만원에 육박하는 것은 단점이라기 보다는 두께를 고려한다면 당연한 가격이겠죠)
한마디로 말하자면 2차 대전에 대해 관심있는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번역도 딱딱하지만 정확한 편이고요. 개인적인 별점은 3점입니다. 3점 반을 주고 싶지만 조금 지루한 점과 두께는 아무래도 좀 걸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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