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또 인 다 하우스 1 - 김진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
로빈슨 크로스를 비롯한 그의 일행은 조난으로 낯선 조선땅 학산에 표류하게 된다. 학산현감 차철수의 배려로 기거할 집을 얻게된 그들은 여러가지 사건에 휘말리며 서서히 낯선 문화와 땅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호텔 캘리포니아" 이후 긴 공백기간 끝에 새롭게 출간된 김진태의 신작입니다. 김진태 작가의 팬을 자처하는 저로서는 안살 수가 없는 책이었죠. 오랫만에 접한 신작이지만 유쾌한 난장판이 펼쳐지는 김진태월드는 여전하기에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김진태 특유의 지적이며 현학적인 설정입니아. 외국인 로빈슨 크로스와 그의 노예 짐, 신비주의 학자 오베르마스가 조선에 표류하며 겪는다는 기본 설정부터 실존인물 하멜과 벨테브레의 이야기를 가져온 것입니다. 그 외 퓨전사찰 "육탄사", 짐이 소박맞은 여자와 살림을 꾸리는 이야기, 오베르마스와 한국 무당의 점치기부터 시작된 판타지(?) 대결 등이 나름의 상식적 기반에서 어처구니 없는 상황과 교묘하게 결합되어 전개되기 때문에 역시 김진태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일종의 데즈카 식 올스타 캐스팅같은 전작들과 연계되는 다양한 캐릭터들(황가두-바티스투타-스님 / 한호색-뺀-로빈슨 등) 을 보는 재미도 컸고요.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라면 과장된 상황에 의존하는 슬랩스틱이 불필요할 정도로 너무 많아서 정상적인 이야기 진행을 방해한다는 것임니다. "시민쾌걸"의 풍자나 "호텔 캘리포니아"의 다양한 패러디와 같은 요소없이 설정에만 의존하여 캐릭터들이 마음대로 날뛰는 상황이 너무 많아요. 항상 진화나 새로움을 보여주었던 전작들에 비한다면 약간은 부족하고 산만했습니다.
또한 예로 든 작품들보다 각 에피소들의 길이가 긴 편인데,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해서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좀더 개개의 에피소드를 짧게, 주요 이야기에만 내용을 집중적으로 할애했더라면 완성도가 더 높았을겁니다.
그리고 풀컬러로 인쇄된 책 자체의 퀄리티는 괜찮지만 덕분에 가격도 비쌀 뿐더러 책의 장정과 디자인이 영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지나치게 싼티가 난달까요. 김진태의 작품은 대상연령이 조금 높기 때문에 보다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훨씬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표지를 너무 못 그리는 김진태 탓도 없잖아 있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워낙 설정이 좋기에 나름의 재미는 분명한, 김진태 팬으로서는 즐길거리가 많은 작품임에는 분명했습니다. 책 가격에 비하면 아쉬운 부분이 있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만, 사실 오랜 팬으로서 책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죠. 앞으로도 꾸준한 작품활동을 해 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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