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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4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2 (2025~2026) : 별점 3점

"흑백요리사 시즌 2"는 지금은 흔해빠진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다른 요리 서바이벌과 가장 큰 차이점이었던, 이미 성공한 셰프들과 신인들을 대결시킨다는 대결 구도를 잘 살려 재미를 선사해 줍니다. 워낙 쟁쟁한 셰프들이 백수저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 중 가장 인상적인 참가자는 단연 후덕죽 셰프입니다. 50년이 넘는 요리 경력을 지닌 요리계의 거물이 자신의 긴 이력에 기대지 않고, 거의 자식뻘에 가까운 후배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연에 나선다는 사실 자체가 큰 감동이었습니다. 결승 직전까지 가는 엄청난 실력이 함께 한 덕분이지요. 특히 당근 요리 지옥에서 요리괴물과 맞붙은 대결은 무협지의 비무대회에서 원로 고수와 신예 후기지수가 맞붙는 장면을 떠올리게 할 만큼 긴장감과 재미가 넘쳤습니다. 그날의 당근 짜장면은 단연 최고의 한 수였고요. 만약 그게 결승 요리였다면, 요리괴물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애청하는 "냉장고를 부탁해"를 통해 친숙해진 셰프들의 출장도 반가왔습니다. 손정원 셰프야 백수저로 등장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는 이력의 소유자이지만, 정호영 셰프와 샘 킴 셰프는 솔직히 초반에는 애매하거나 웃음 후보가 아닐까 싶었는데 실제 경연에서 예상과 달리 끝까지 잘 버텨주어서 좋았어요. 특히 정호영 셰프는 탑 4에 오르는 성적으로 실력을 분명히 입증했지요. 대진운이 따른 측면도 있겠지만, 이런 경연에서 운 역시 실력의 일부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인정할 만한 결과라 생각됩니다.

또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지나치게 캐릭터를 과시하거나 센 척에 집중하는 흑수저 요리사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자신감으로 가득찬 요리괴물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매너 있게 경연에 임하고 있어, 시청자로서 불편함 없이 대결에 집중할 수 있었거든요. 시즌 1에서 중간에 하차했던게 이상한 캐릭터 만들기에 의한 불편함 때문이었는데, 그런걸 별로 느끼지 못했어요.

대결도 꽤 잘 짜여 있습니다. 개인전과 팀전의 배치, 그리고 후반부에 등장하는 요리 천국과 요리 지옥이라는 대비되는 무대는 흐름을 단조롭지 않게 만듭니다. 특히 요리 지옥에서 진행된 당근을 활용한 30분 요리 대결은 이번 시즌을 대표하는 명장면이라 할 만합니다. 제한된 재료인 당근 하나로 이렇게 다양한 발상과 요리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고, 결과물의 완성도 역시 납득이 갔습니다.

결승으로 이어지는 서사도 인상 깊었습니다. ‘나를 위한 요리’라는 결승전 주제는 경쟁의 끝에서 요리사의 본질을 다시 묻게 만들었고, 최강록 셰프의 우승은 단순한 실력 경쟁을 넘어 감정적으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결말이었습니다. 감동과 재미를 모두 잡은, 시즌 전체를 관통하는 좋은 이야기였다고 생각됩니다.

반면 아쉬운 점도 분명합니다. 시즌 1에서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백수저 참가자들 사이의 급 차이는 여전히 큽니다. 각종 대회 우승자, 미슐렝 스타 셰프와 단순히 방송 출연 경험이 많은 스타 셰프를 같은 선상에서 경쟁시키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
참가자 선별도 아쉬움이 있습니다. 선재 스님은 사찰 요리의 대가이지만 육류나 오신채를 사용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제약을 안고 있고, 고기굽기 연구소장의 경우는 BBQ에 특화된 영역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전문 셰프라고 보기 애매한 참가자, 혹은 특정 장르에만 지나치게 특화된 참가자들은 애초에 어느 정도 걸러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리괴물의 캐릭터 만들기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굳이 그렇게까지 센 척하는 연출이 필요했는지 의문입니다.

대결도 문제가 없지 않습니다. 흑백 팀전이 가장 큰 문제에요. 여기서 패한 팀은 전원이 탈락한다는 규칙인데, 흑수저들에게 치명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했으니까요. 패자 부활전으로 두 명을 살려주기는 했지만, 그 중 한 명이 누가 봐도 결승까지 올라갈 요리괴물이라서 긴장감도 떨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느 정도는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팀을 섞거나, 최소한 두 팀 씩 나눠 경쟁하게 했다면 긴장감과 공정성을 모두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요?

심사위원 평가 역시 쉽게 공감되지는 않았습니다. 백종원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게 느껴진 탓이 가장 크지만, 안성재 셰프의 심사 또한 일관되게 공정하다는 인상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특정 분야에 대해 가혹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심사위원 수를 늘려 다양한 관점이 반영되었더라면 더 좋았을거에요.

그래도 잘 짜인 미션과 인상적인 참가자, 그리고 감정적으로 설득력 있는 결말을 보여준 재미있는 시리즈였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요리 서바이벌 예능을 좋아하는 시청자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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