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 나무 아래 -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시공사 |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단편집입니다. 표제작을 포함한 총 4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작가의 후기작들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었는데, 초기작들이라 그런지 생각보다는 트릭 위주의 정통파 추리소설에 가까운 작품들이라 괜찮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전쟁 직후 일본의 모습을 상세하게 그려낸 점, 긴다이치의 첫 탐정 사무소의 위치 등 세밀한 설정과 묘사도 돋보였고요. 또한 "살인귀"와 "백일홍 나무 아래"는 에도가와 란포의 향취가 느껴지는 변격물적 속성을 지니고 있어서, 시대적 분위기와 함께 란포의 여전한 영향력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읽기에는 낡은 점이 분명하고, 정통 추리물로 보기에는 헛점도 많습니다. 전체 별점은 2점 입니다. 다른 단편집인 "혼진 살인사건"처럼 작가의 최고작과 비교하면 조금 뒤처집니다. 긴다이치 코스케의 팬이라면 읽어볼 만하지만, 추천하기는 어렵네요.
수록작별 상세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살인귀"
우리 이웃 중 한 명은 살인귀일지도 모른다는 설정에서 시작합니다. 추리소설가 야시로 류스케가 우연히 만난 미녀와 의족, 의안의 사나이와 얽혀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지요.
장점은 꽤 그럴듯한 트릭이 사용되었다는 점입니다. 피해자인 가가와가 사실은 가해자였다는 반전도 괜찮고요. 복선과 우메코의 자살이라는 의외의 상황도 설득력 있게 제시됩니다. 시대적 배경을 활용한 동기도 마음에 드네요.
그러나 사건 자체가 운과 우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 긴다이치 코스케가 모든 것을 알아낸 뒤 가나코를 방치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 점, 야시로와 가나코의 동반자살이라는 불필요한 사족은 아쉬웠기에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야시로 류스케라는 이름에서 사카구치 안고의 "불연속 살인사건'"이 떠올랐습니다.
"흑난초 아가씨"
도벽이 있는 부유한 집 아가씨가 훔친 물건과 전쟁 당시 군수공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에게 자살용 청산가리를 지급했던 시사적 소재를 결합한 작품입니다.
두 가지 소재를 결합한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과격한 연쇄살인 전개가 매끄럽지 않았습니다. 핵심 설정에서도 헛점이 많이 보입니다. 특히 범인이 매장 주임 교체를 간과한 점이나, 급작스럽게 살인을 저지른 점은 설득력이 떨어졌습니다. 긴다이치 탐정 사무소가 처음 등장하는 묘사는 좋았으나 전체적으로 간결함이 아쉬웠어요. 별점은 2.5점입니다.
"향수 동반 자살"
화장품 회사 총수의 의뢰로 카루이자와에서 총수 손자의 동반 자살 사건을 수사하는 긴다이치 코스케와 도도로키 경부의 이야기입니다.
카루이자와의 풍광을 살짝 보여주는 여정 미스터리 느낌과 도도로키 경부의 등장 등은 팬으로서 반가운 점이었지만, 사건 전개는 순전히 운과 우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특히 죽은 줄 알았던 유리코가 살아났다는 설정은 코미디에 가까웠어요. 평균 이하의 작품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백일홍 나무 아래"
옛 전우의 부탁으로 과거의 수수께끼 같은 사건을 해결하는 작품입니다.
전우의 증언만으로 진상에 도달하는 점은 안락의자 탐정물 같지만, 범인이 죽음을 각오했다는 핵심 트릭은 쉽게 눈치챌 수 있어서 추리적으로는 별볼일 없습니다. 이 탓에 평작 수준에 머무릅니다. "겐지 모노가타리"를 연상시키는 변격물적 설정과 전쟁 직후 도쿄의 묘사는 볼거리였지만요. 별점은 2점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