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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9

백일홍 나무아래 - 요코미조 세이시 / 정명원 : 별점 2점

백일홍 나무 아래 - 4점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시공사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단편집. 표제작을 포함한 총 4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작가의 후기작들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었는데 초기작들이라 그런지 생각보다는 트릭 위주의 정통파 추리소설에 가까운 작품들이라 괜찮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전쟁 직후 일본의 모습이 디테일하게 그려지고 있는 것, 긴다이치의 첫 탐정 사무소의 위치와 같은 디테일한 설정이 선보이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아울러 <살인귀>와 <백일홍 나무 아래>는 에도가와 란포의 향취가 짙은 변격물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에서 시대적 분위기, 유행과 함께 란포의 영향력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읽기에는 분명 낡은 점이 있고 정통 추리물로 보기에는 헛점 역시 많기는 합니다. 전체 별점은 2점 정도? 또다른 단편집 <혼진 살인사건>처럼 작가의 최고작과 비교하면 조금 뒤쳐지는 작품들이에요. 긴다이치 코스케의 팬이라면 읽어보셔도 괜찮겠지만 널리 추천하기는 어렵네요.


수록작별 상세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합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살인귀>
우리 이웃 중 한명은 살인귀일지도 모른다는 설정에서 시작하는 작품. 추리소설가 야시로 류스케가 우연히 만난 미녀와 의족, 의안의 사나이와 얽혀 살인사건에 휩쓸려 들어간다는 내용입니다.

장점부터 이야기하자면 꽤 그럴듯한 트릭이 사용되었다는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피해자인 가가와가 사실은 가해자였다는 것이라는 반전도 괜찮은 편이고요. 아울러 이러한 트릭을 위해 가가와의 아내 우메코가 야시로 류스케의 이야기를 듣다가 갑자기 놀란 이유 등의 복선과 우메코의 자살이라는 의외의 상황이 적절하게, 설득력있게 제시되고 있는 것도 본격물다운 느낌을 전해줍니다. 시대적 배경 (전쟁 직후)을 효과적으로 사용한 동기도 마음에 들었어요.

그러나 트릭의 핵심인 살인사건 자체가 운, 우연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라는 것은 조금 아쉬웠고 긴다이치 코스케가 모든 것을 알아낸 뒤에 가나코를 방치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 것,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야시로와 가나코의 동반자살은 솔직히 옥의 티, 불필요한 사족일 뿐이었습니다. 동반자살은 야시로라는 인물의 복잡한 성격, 우월감과 자기과시를 묘사하기 위한 장치일수는 있지만 이러한 갑작스러운 변화는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그렇게 중요한 인물도 아니고 말이죠. 가나코를 숨겨두고 정부처럼 데리고 살면서 항상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는 쫄깃한 상황설정이 더 좋지 않았을까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 평작 이상이 되기 위한 결정적 단계를 뛰어넘지 못한 작품입니다. 

덧붙이자면 야시로 류스케라는 이름에서 사카구치 안고의 <불연속 살인사건>이 순간 떠올랐습니다.

<흑난초 아가씨>
도벽이 있는 부유한 집 아가씨가 훔친 물건은 본가에서 대금 지급.
전쟁 당시 군수공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에게 자살용 청산가리 지급.
이라는 "지급" 관련 시사적인 소재 두개를 가지고 풀어낸 작품.

두가지 소재를 결합한 아이디어 자체는 아주 좋고 일상계스럽게 풀어냈더라면 걸작이 되었을 것 같은데 과격한 연쇄살인으로 진행되는 것이 썩 매끄럽지는 않았던 작품입니다.
무엇보다도 핵심 설정에서 헛점이 너무 많이 보이는 것이 단점입니다. 예를 들면 이소노가 매장 주임이 바뀌었다는 것을 간과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이 설명되지 않는 것 같은거죠. 협박범이 이전 주임 미야타케 긴지였는데 어떻게 그걸 모를 수 있죠? 또 미야타케를 급작스럽게 살해한 것도 너무 작위적이었어요

긴자의 "삼각빌딩"이라는 곳에 문을 연 긴다이치 탐정 사무소가 처음 등장하는 묘사 같은 것은 마음에 들었는데 보다 간결하게 풀어내는 전개가 아쉬웠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향수 동반 자살>
화장품 회사 총수의 의뢰로 카루이자와에서 총수 손자의 동반 자살 사건을 수사하는 긴다이치 코스케와 도도로키 경부의 이야기.
카루이자와의 풍광을 살짝 보여주는 여정 미스터리같은 느낌과 전통의 파트너 도도로키 경부의 등장은 팬으로서 마음에 든 점이며 성실한 줄 알았던 장손이 사실 나쁜 놈이고 난봉꾼인줄 알았던 둘째가 사실은 죄를 뒤집어쓰고 다니던 피해자라는 설정만큼은 괜찮습니다만... 사건이 순전히 운과 우연에 의지하고 있어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쇼죠가 마쓰키를 죽인 것부터 우연일 뿐더러 죽은 줄 알았던 유리코가 다시 살아났다는 코미디같은 설정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평균 이하의 작품이에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백일홍 나무 아래>
옛 전우의 부탁으로 과거의 수수께끼와 같은 사건을 해결하는 작품.
순전히 전우의 증언만을 토대로 진상에 도달한다는 점에서는 안락의자 탐정물로 볼 수 있는데 범인이 죽음을 각오했다는 핵심 트릭은 지금 읽기에는 쉽게 눈치챌 수 있는 것이라 아쉬웠어요.
겐지 모노가타리에서 따온 듯한, 지금은 용서받을 수 없는 변격물적 설정 (<토끼 드롭스>?) 과 전쟁직후 도쿄의 묘사 정도는 볼거리지만 작품 자체는 그냥저냥한 평작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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