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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4

웃는 경관 - 펠 바르, 마이 슈발 / 양원달 : 별점 3점

 

웃는 경관 - 6점
펠 바르. 마이 슈발 지음, 양원달 옮김/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반전시위등으로 시끄러운 스톡홀름의 비 내리는 밤, 시체가 가득 실린 버스가 발견된다. 살인과 주임 마르틴 베크는 시체더미 속에서 부하 오케 스텐스토름 형사를 발견한다. 그는 오른손에 자기 권총을 꽉 움켜쥐고 2층 버스 뒤쪽 창가에 앉아 죽어 있었다. 부하의 책상 서랍을 살펴보던 베크는 약혼녀의 누드 사진을 보게 되는데...

국내에는 낯선 스웨덴 추리소설로 부부작가인 펠 바르 - 마이 슈발의 작품입니다. 명작으로 이름높은 작품인데 뒤늦게 읽게 되었네요.

일단은 소문대로 <87분서 시리즈>와 굉장히 유사하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스톡홀름이라는 지명만 브룩클린으로 바꾸면 그냥 87분서 시리즈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말이죠. 특별한 추리 없이 평범한 형사들 각각의 꾸준하고 디테일한 수사가 펼쳐지면서 큰 틀 안에서 각자의 수사 내용이 하나의 결론으로 흘러간다는 점에서 이러한 경찰 수사 소설의 전형을 따른 느낌입니다. 때문에 추리적으로는 그다지 눈여겨 볼 점이 많지 않다는 것 역시 비슷합니다. 어마어마한 강력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범죄 자체가 뭐 애시당초 완전범죄하고는 거리가 먼 충동적 범죄인 탓도 크고요.

하지만 차이점이라면 펄프픽션의 느낌이 강한 에드 멕베인 작품에 비해 심리묘사와 디테일이 잘 살아 있고 불필요한 묘사가 덜하기에 조금 더 고급스럽다는 점을 먼저 들고 싶네요. 또한 87분서의 주역 카렐라 형사가 단순 명쾌하고 호방한, 교과서적인 강력계형사라면 이 작품의 마르틴 베크 형사과주임은 어둡고 개인적인 문제도 안고 있으며 딱히 행복하거나 사려깊지 않은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도 큰 차이점이겠죠. (이건 북유럽쪽 추리소설 주인공의 전형적 캐릭터 같기도 합니다만)
그리고 <87분서>에 비하면 이야기도 좀 더 자잘하게 분절되어 있습니다. 등장하는 형사들의 수도 더욱 많고 수사하는 내용도 전부 다르면서도 이야기별로 세밀하게 잘 쪼개놓아 전개하는 솜씨는 확실히 인상적이었어요. 형사들 각자가 쫓는 내용들도 모두 다르지만 수사과정에 있어서 설득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고 말이죠. 정말 한 수사팀의 수사과정 일체를 보는 느낌이었달까요?

어쨌건 전형적인 남성드라마인 <87분서 시리즈>에 북유럽과 여성의 터치를 입혔다면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과연 소문만큼의 명작인지는 잘 모르겠고 마쵸적인 드라마의 팬이라면 더 지루할 수도 있지만 하드보일드 경찰 수사물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저는 추천하고 싶네요. 같은 스웨덴 작가의 추리소설인 헤닝 만켈의 쿠르트 발란더 시리즈보다는 좀 더 경찰 수사물에 가깝다는 점에서도 마음에 들었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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