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경관 - 펠 바르. 마이 슈발 지음, 양원달 옮김/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반전시위등으로 시끄러운 스톡홀름의 비 내리는 밤, 시체가 가득 실린 버스가 발견된다. 살인과 주임 마르틴 베크는 시체더미 속에서 부하 오케 스텐스토름 형사를 발견한다. 그는 오른손에 자기 권총을 꽉 움켜쥐고 2층 버스 뒤쪽 창가에 앉아 죽어 있었다. 부하의 책상 서랍을 살펴보던 베크는 약혼녀의 누드 사진을 보게 되는데...
국내에는 낯선 스웨덴 추리소설로 부부작가인 펠 바르 - 마이 슈발의 작품입니다. 명작으로 이름높은 작품인데 뒤늦게 읽게 되었네요.
소문대로 <87분서 시리즈>와 굉장히 유사합니다. 스톡홀름이라는 지명만 브룩클린으로 바꾸면 그냥 87분서 시리즈로 봐도 무방할 정도에요. 특별한 추리 없이 평범한 형사들 각각의 꾸준하고 디테일한 수사가 펼쳐지며, 각자의 수사 내용이 결국 하나의 결론으로 흘러가는 전개도 이러한 경찰 수사 소설의 전형을 따른 느낌입니다. 때문에 추리적으로는 그다지 눈여겨 볼 점이 많지 않다는 것 역시 비슷합니다. 어마어마한 강력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범죄 자체가 뭐 애시당초 완전범죄하고는 거리가 먼 충동적 범죄인 탓도 크고요.
하지만 차이점이라면 펄프픽션의 느낌이 강한 에드 멕베인 작품에 비해 심리묘사와 디테일이 잘 살아 있고 불필요한 묘사가 덜하기에 조금 더 고급스럽다는 점입니다. 또한 87분서의 주역 카렐라 형사가 단순 명쾌하고 호방한, 교과서적인 강력계형사라면 이 작품의 마르틴 베크 형사과주임은 어둡고 개인적인 문제도 안고 있으며 딱히 행복하거나 사려깊지 않은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도 큰 차이점이겠죠. (이건 북유럽쪽 추리소설 주인공의 전형적 캐릭터 같기도 합니다만)
그리고 <87분서>에 비하면 이야기도 좀 더 자잘하게 분절되어 있습니다. 등장하는 형사들의 수도 더욱 많고 수사하는 내용도 전부 다르면서도 이야기별로 세밀하게 잘 쪼개어 전개하는 솜씨는 확실히 인상적이었어요. 형사들 각자가 쫓는 내용들도 모두 다르지만 수사과정은 설득력이 충분하고요. 정말 한 수사팀의 수사과정 일체를 보는 느낌이었달까요?
전형적인 남성드라마인 <87분서 시리즈>에 북유럽과 여성의 터치를 입힌 작품입니다. 과연 소문만큼의 명작인지는 잘 모르겠고, 마쵸적인 드라마의 팬이라면 지루할 수도 있지만 하드보일드 경찰 수사물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저는 추천하고 싶네요. 같은 스웨덴 작가의 추리소설인 헤닝 만켈의 쿠르트 발란더 시리즈보다는 좀 더 경찰 수사물에 가깝다는 점에서도 마음에 들었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