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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4

내 인생의 만화책 - 황민호 : 별점 3점

내 인생의 만화책 - 6점
황민호 지음/가람기획

1940년대부터 90년대까지의 한국 만화를 캐릭터 중심으로 풀어낸 역사 및 비평서입니다. 대체로 시대에 맞는 이슈와 작품, 캐릭터를 잘 선택하고 있고 작품에 대한 비평도 냉정하고 객관적인 편입니다.

그러나 단점도 눈에 좀 뜨입니다. 첫번째는 소년만화와 성인만화에 치우친 느낌이 강하다는 것. 때문에 현재 한국 만화의 주요 흐름이라 할 수 있는 순정만화와 무협만화가 한편도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물론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비평서이기에 특정 캐릭터를 내세우기 어려운 순정만화의 한계가 있는 등의 문제는 있었겠지만 좀 더 공평한 시각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두번째로는 "캐릭터"를 주 테마로 삼았는데 왜 80년대를 풍미했던 강철수의 발바리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지는 미스테리였습니다. 당대 대학생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인기덕에 영화화도 되었었고 지금까지도 그 생명력이 이어지고 있는 발바리를 이러한 목록에서 뺀 것은 정말이지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어쩐지 좋은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의 남궁건이 과연 이러한 목록에 포함될 작품인가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단지 일본 만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1세대 창작물이라는 가치이외의 어떤 것을 찾기 힘든 작품인데 말이죠.... 이 작품만큼은 아무래도 저자가 소년챔프 등 국내 챔프계열 잡지 편집장을 역임했기에 선정한 것 같았습니다.

덧붙이자면, 너무 캐릭터 중심으로 풀어나가려다 보니 위대한 "작품"에 대한 해설이 부족해진 것에 대한 아쉬움도 큽니다. 예를 들어 이강토를 비롯해서 80년대를 풍미한 최강타, 오혜성, 구영탄은 캐릭터를 특정하기 어렵고 작품별로 복수의 화신이나 천방지축 학생 등으로 카멜레온처럼 변신했던 주인공들인데 너무 캐릭터에 집착해서 비평이 좀 애매해진 느낌이었어요. 이 시기는 그냥 "작품 - 공포의 외인구단 / 신의 아들 / 동전한개와 불청객 등 -"을 중심으로 서술했으면 더욱 좋았을텐데 말이죠.

그래도 위의 단점들은 제목이 "내 인생의 만화책" 이라는 걸 놓고 볼때는 모두 납득할만한 것들이죠. "내가 읽고 보았던 만화책 중에서 내가 선정했다" 라는 의미이니만큼 개인의 취향일테니까요. 아울러 전체적으로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국 만화 역사 / 비평서를 써 내려간다는 애초의 컨셉과도 충분히 합치할 뿐 아니라 작품별로 세세하게 풀어나가는 비평의 수준도 높기에 국내 최고수준의 심도깊은 만화 평론서로 보입니다. 양도 풍성하고 자료적인 가치도 높으며 오랫만에 접하는 과거의 주인공들, 김민의 불나비나 길창덕의 꺼벙이, 신문수의 도깨비감투 혁이 등도 모두 반가왔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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