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제국의 몰락 - 니시무라 시게오 지음, 정재훈 옮김/스튜디오본프리 |
"안녕 내 청춘의 소년점프"라는 제목으로도 잘 알려진 전(前) 소년점프의 편집장 (3대째)이었던 니시무라 시게오씨의 자서전입니다. 수년전 번역 출간되었는데 우연찮게 구해 읽게 되었습니다.
점프 초창기 연재작가였던 작가 우메모토 사치오 장례식 이후 자서전을 쓸 것을 결심하는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소년 점프의 창간부터 저자가 편집장을 역임했던 80년대까지의 이야기가 주로 펼쳐지며 이후 600만부 시대를 지나 몰락까지의 간략한 후기로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소년 점프 편집부의 모토라던가 원가 등 잡지의 운영방식에서부터 편집부의 소수정예 체계라던가 "전속" 및 "인기투표"로 대표되는 가혹한 작가관리, 작가 발굴을 위한 신인들의 기용 방법 등이 어디서 유래되었는지, 여러 인간관계가 얽힌 편집부 분위기는 어땠는지를 그야말로 현장의 입장에서 상세하게 전해주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죠.
그 외로 모토미야 히로시라던가 나가이 고에서 시작해서 죠지 아키야마, 쿠루마다 마사미, 테라사와 부이치, 유데 다마고 등의 작가들에 대한 여러가지 일화들과 "사나이 골목대장", "파렴치 학원", "서킷의 늑대", "닥터 슬럼프" 등 당대의 히트작에 대한 이야기도 확실히 재미있었습니다. 특히나 저자가 모토미야 히로시를 데뷰시키고 첫 히트작 "사나이 골목대장"을 세상에 내 놓은 장본인이라 관련 이야기가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생각하고는 좀 다른게 제목의 "몰락"은 나오지 않고 사실 약간 언급되는 몰락의 과정 역시나 지금은 이런 저런 매체를 통해 많이 접한 내용들이라 크게 새로운 것도 없었습니다.
덧붙여 저자의 비겁하고 자기방어적이며 권위주위적인 모습이 많이 비추어지는 것은 좀 불편했어요. 예컨데 전속제도와 같은 불합리한 제도에 대한 책임을 모조리 전임 편집장에게 떠넘긴다던가, 막판에는 줄타기의 와중에 밀려난 듯한 모양새인데 그것을 자기가 더러워서 떠난 것 처럼 묘사한다던가... 하는 것들이 그러했는데 역시 사람사는 곳은 그게 어디던 똑같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확실히 만화 잡지를 만드는 현장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소개한다는 측면에서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책임에는 분명합니다. 만화 "바쿠만"을 좋아한다면 편집자 Side와 작가 Side를 비교해가면서 읽어도 재미있겠더군요. 취향을 굉장히 탈 책이긴 하지만 제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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