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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2

유리망치 - 기시 유스케 / 육은순 : 별점 3점

유리 망치 - 6점
기시 유스케 지음, 육은숙 옮김/영림카디널

간병회사의 사장 에비라가 12층 빌딩 사무실에서 타살된 시체로 발견된다. 고층빌딩 최상층, 이중강화유리로 된 유리창, 적외선 센서와 고성능 감시카메라, 그리고 비밀번호 없이는 올라갈 수 없는 엘리베이터, 이중.삼중의 철문, 복도에서 지키고 있는 세 명의 비서... 옥상으로부터도, 창문으로부터도, 천장이나 배기구로부터도, 계단으로부터도, 또한 복도로부터도 침입할 수 없는 완벽한 밀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유일한 출입문쪽 사무실에서 자고 있었던 전무가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되고, 전무의 변호를 맡은 준코는 사건 해결을 위해 수수께끼의 보안 전문 컨설던트 에노모토 케이에게 사건 해결을 의뢰한다...


오랫만에 읽는 듯한 일본 본격 장편소설입니다. 4월달 역시 추리소설과 함께 시작하는군요.

일단 정통 본격 추리물답게 추리적으로 아주 풍성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작품이었습니다. 고전적인 작품과는 달리 21세기답게 감시카메라와 각종 보안장치로 무장된 하이테크 밀실이라는 설정과 가장 중요한 요소인 "어떻게 살인 현장에 감시 카메라에 들키지 않고 잠입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다양한 가설 - 루피나스 V라는 로봇의 존재를 이용한 로봇 이용 원격 조작 살인, 원숭이를 이용한 살인, 3인의 여비서의 변장을 통한 시간 벌기, 타임랩스 비디오의 촬영 주기를 이용한 순간이동 등 - 을 등장시키고 있는 것이 좋았어요. 가설들 모두가 다른 작품이라면 핵심 트릭으로 사용되어도 괜찮을 정도로 수준이 높기도 하고요.
또한 이러한 추리적 완성도를 뒷받침하는 굉장히 상세한 자료조사와 자료들, 예를 들자면 감시카메라의 종류라던가 다양한 공학적 설명 등이 잘 녹아들어가 있고, 가설들을 위한 소설적 장치와 복선들도 탄탄하기 때문에 설득력을 배가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품이 1부, 2부로 나뉘어져 1부는 에노모토와 준코 컴비를 축으로 한 다양한 가설과 추리의 향연이라면 2부에서는 실제 범인 시점으로 진행하며 도서추리물같은 느낌도 전해 주는 특이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는 것도 매력적인 부분이었어요. 흡사 다른 소설 두권을 읽는 기분이 들기까지 했으니까요.

그러나 가설들에 비한다면 실제 범행에 있어서 작위성이 짙게 느껴지는 것에 있어서는 아쉬움도 큽니다. 범인이 왜 살인까지 저질러야 했는지에 대한 부분의 설명도 부족하고, 완전범죄를 만들기 위한 스케일이 너무 커서 현실성이 떨어지거든요. 범행 역시 많은 부분 운에 기대고 있다는 것도 확실한 단점으로 보이고요.
물론 기시 유스케다운 심리묘사와 설정, 공들은 자료 조사 덕분에 이러한 단점도 어느정도 상쇄되기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적인 수준의 범행은 아니었습니다. 차라리 가설 중 하나를 실제 트릭으로 삼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았을때 평균 이상의 재미를 전해주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시니컬한 능력자이자 반쯤은 범죄자인 정체불명의 인물 에노모토 케이가 아주 괜찮았고 제목 그대로 "유리망치"가 트릭이라는 것 역시 의외성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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