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의 엔드 크레디트 -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엘릭시르 |
학교에서 "여제"로 불리우는 2학년 선배 이리스가 문집 제작으로 바쁜 고전부에 사건을 의뢰했다. 미완성된 비디오 추리 영화를 보고 실제 진상이 무엇인지 추리해 달라는 의뢰였다. 고전부는 학교 축제용으로 해당 비디오 영화를 촬영한 2학년 F반 선배들 중 몇 명을 만났고, 그들의 의견을 듣고 진상을 추리해 나가는데...
바로 직전에 읽은, "빙과"에 이어지는 고전부 시리즈 두 번째 작품.
전작과 가장 큰 차이점은 장편이라는 점입니다. 또 일상계물이지만 본격 추리물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독특한 아이디어가 들어가 있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바로 줄거리 요약에서 소개한, 축제 때 상영될 미완성 비디오 영화의 트릭과 결말을 추리한다는 의뢰입니다. 덕분에 평범한 고등학생들이 등장하는 작품임에도 무려 "밀실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 펼쳐집니다! 이렇게 일상계이면서도 밀실 추리물로서의 가치를 잃지 않는 보기 드문 작품이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획기적인 아이디어 하나 때문에 이래저래 작품이 사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오레키 호타로가 추리한 '만인의 사각'을 비롯하여, 비디오 영화를 촬영한 2학년 F반 학생들의 의견이 '후루오카 폐촌 살인 사건', '불가시의 침입' 'bloody beast' 순서로 연이어 펼쳐지는건 작품 후기에 언급되듯 다수의 탐정이 등장하여 자신의 추리를 피력하는 작품인 "독 초콜릿 사건"에 대한 오마주로 보이는데, 정통 본격 스타일의 '후루오카 폐촌 살인 사건'과 '불가시의 침입'은 물론, 오컬트 계열인 'bloody beast', 그리고 서술 트릭물인 '만인의 사각'까지 모두 추리적으로 즐길 거리가 많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지막 한 번의 반전이 더 있는 것도 괜찮았고요.
그러나 단점도 명확합니다. 바로 고전부에 의뢰한 이유 - 각본을 쓴 학생이 병으로 쓰러졌기 때문에,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결말에 대한 추리가 필요했다 - 가 이해 불가인 탓입니다. 그래봤자 중병도 아닌데, 왜 직접 물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마지막까지 설명되지 않습니다. 정 추리가 필요했다면, 다른 동료 학생 추리 중 아무거나 하나를 사용한다고 큰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고요.
마지막에 밝혀진 진상 역시 어처구니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어차피 완성된 영화가 아니라서 한 번 더 찍어야 했다면, 전반부 시체 발견 장면을 수정하는데 딱히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데 말이지요... 또 오레키 호타로가 다른 사람들의 추리를 부정하던 것과 다르게, 자신의 추리에 존재하는 큰 구멍(자일의 존재)을 간과하는 것도 독자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단점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솔직히 "고전부 시리즈"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올 필요가 있었는지도 의문입니다. 지탄다 에루가 사건을 물어오기는 하지만, 이후에는 고전부와 관계없는 영상 제작팀원들의 추리와 오레키 호타로의 추리가 펼쳐질 뿐이거든요. 오레키 이외의 고전부원들에 대한 부가 설명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초반 이후에 오레키 호타로의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이리스 선배라는 새로운 캐릭터입니다. 이래서야 별개의 스탠드얼론 작품으로 발표한다 하더라도 무방했을 것 같아요. 오레키 호타로가 남들보다 잘하는 일을 찾아내어 의욕을 불태운다는 청춘 성장기스러운 전개도 개인적인 취향이 아니어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너무 전형적이었어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감점 요소가 없지는 않지만, 가벼운 일상계와 본격 추리물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점에서는 추천드립니다. 특히 추리에 갓 입문하는 분들께 적합한 작품입니다.
덧붙이자면, 고등학생들의 학교 축제를 위한 추리극이 등장하는 일상계라는 점에서 "Q.E.D 35권"과 비교해서 읽어도 좋을 것 같아요. 영화와 연극의 차이는 있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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