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과 -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엘릭시르 |
회색을 선호하는 에너지 절약주의자 오레키 호타로가 누나의 부탁 (협박?)으로 가미야마 고교의 특활동아리 "고전부"에 입부한 뒤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을 다룬 일상계 단편 연작집.
요네자와 호노부는 국내에서 예상외로 사랑받는 작가이기는 하지만 이 작품의 출간은 순전히 애니메이션으로 더욱 유명해진 탓이 크다 생각됩니다. 사실 애니메이션이 없었더라면 작가의 데뷰작일 뿐더러 무슨 상을 탄 것도 아니기에 딱히 출간될만한 임팩트가 없는 작품이거든요. 뭐 저 개인적으로야 작가에게 호감이 있는 편이라 국내 출간된 작품은 챙겨 읽는 편인데 제가 좋아하는 일상계 미스터리물이기도 해서 주저없이 선택하긴 했지만요.
작품은 기대했던 대로 그야말로 일상계 중에서도 손에 꼽을만한 일상계 작품이더군요. 정말 놀라울 정도로 소소한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분명히 열려있던 부실의 문이 잠긴 이유라던가 매주 금요일에 똑같은 책이 대출되고 반납되는 이유, 고전부의 회지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아내는 것 정도의 사건들이니까요. 이후 지탄다의 삼촌이 남긴 말과 33년전에 학교에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 지탄다의 삼촌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추리하는 약간 긴 분량의 이야기가 이어지기는 하나 역시나 딱히 큰 사건은 아닙니다. <빙과>라는 회지의 제목은 삼촌의 심정을 대변하는 말이었다는 것 정도가 인상적일 뿐이에요.
그러나 이야기 자체는 아주 재미있습니다. 소소한 사건이지만 충분히 우리 주위에서 있었음직한 것들이라 설득력 높고 사건의 이유와 진상을 파헤치는 추리적인 재미 역시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살인범이 넘쳐나는 부동고교가 비정상적인거지 고등학교에서 대단한 사건이 일어나는게 더 말이 안되겠죠.
필요없는 에너지를 절대로 쓰지않는다는 원칙의 소유자이지만 주어진 정보를 조합하여 정확한 결과를 추리해내는 의외의 능력을 갖춘 주인공 오레키 호타로, 오감이 발달해있고 섬세한 감성을 갖췄지만 의외로 행동파인 지탄다 등의 캐릭터들도 생동감 넘치면서도 현실에 있음직한 고등학생들 그 자체라 마음에 들었어요. 친구들도 감초역할은 충분히 해 주고요.
아울러 개인적으로는 작품 내에서 무리하게 성장기를 그려가는 전형적인 청춘물 느낌을 많이 전해주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원하지는 않았지만 고전부에 입부한 뒤 평범한 사건과 소소한 일상을 거치며 약간은 회색에서 물든 오레키 호타로의 변화 정도가 딱 적절했다고 생각됩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일상계의 단점인 밋밋한 이야기가 도드라지기는 해서 살짝 감점했습니다만 일상계 추리물의 왕도를 걷는 작품으로 충분히 추천할만 합니다. 책의 장정과 크기 등 만든 모양새도 최근 본 책들 중에서는 최고로 치고 싶네요. 애니메이션도 구해봐야겠습니다.
그런데 평범한 고교를 무대로 한 설정과 소소한 일상 속 사건을 다룬 내용, 거기에 오레키 호타로와 고바토라는 탐정역 캐릭터의 속성까지 작가의 다른 작품인 <소시민 시리즈>와 굉장히 유사한데 왜 별개의 시리즈로 작품을 만들었는지는 궁금합니다. 뭐 하나라도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 없기에 하나의 시리즈로 일관되게 끌고가도 충분했을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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