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비극 -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이기웅 옮김/포레 |
아들 다카시가 유괴되었다는 전화에 황급히 집으로 향한 야마쿠라 시로는 유괴된 것은 아들의 친구 시게루라는 것을 알게된다. 사실 시게루는 야마쿠라가 아내 가즈미의 유산으로 힘든 시기에 간호사 미치코와의 사이에서 낳은 그의 친아들. 야마쿠라는 범인이 지시하는대로 몸값을 전달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나 실패하고 시게루는 시체로 발견된다....
<하기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신본격 작가 노리즈키 린타로의 장편. 이른바 "비극 3부작" 중 두번째 작품이라는데 전혀 몰랐습니다. 두번째부터 읽게 되었네요. 뭐 별 상관은 없겠지만.
내용은 뒤바뀐 아이의 유괴와 뒤이은 죽음에 얽힌 진상을 파헤치는 것인데, 작중에서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로 언급되듯 <킹의 몸값> (영화는 <천국과 지옥>)의 아이디어를 따 왔습니다. 쓰여진 시기는 전부 다른데, 요새 이 아이디어 많이 읽게 되는군요. 당연히 표절은 아니고 <저물어 가는 여름>처럼 충분히 변형하였습니다. 원전은 "실수로 유괴된 아이의 몸값을 내가 내야 하는지?"라는 딜레마가 핵심이라면, 여기서는 "실수로 유괴된줄 알았지만 사실은 그 아이가 처음부터 목적이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렇게 실수나 아무 관련없는 인물인 줄 알았던 피해자가 실제로 진짜 타겟이었다는 이야기는 많지만, 야마쿠라 시로의 1인칭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독자가 감정이입하여 쉽게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글솜씨가 탁월합니다. 범행이 서서히 밝혀지는 과정에서 야마쿠라가 과거의 불륜과 현실이라는 양쪽의 덫에 모두 걸려 그것을 빠져나가려 발버둥치는 묘사도 디테일해서 더욱 몰입하게 만들고요.
시체를 움직이는 일종의 순간이동 트릭 같이 신본격 기수의 작품다운 점도 눈에 띕니다. 단순하지만 효과적이며, 적절하게 사용되어 재미를 더해줍니다.
그러나 아주 작품의 수준은 미묘합니다. 이야기를 너무 복잡하게 꼬아놓으려는 의도가 지나치다는 문제가 가장 큽니다. 시게루의 친부가 야마쿠라, 다카시의 친부는 미우라라는 복잡한 관계부터 별로 현실적이지가 않으며, 이 관계에서 촉발된 살의가 동기라는 것도 와닿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미우라가 밀실에서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되는데, 그 이유가 다이잉 메시지 때문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설정은 당황스럽습니다. 누가 봐도 본인이 치명상을 입은 뒤 문을 잠궈서 발생한 밀실인데, 문을 잠근 것이 빗장이라는 말을 이용한 다이잉 메시지라는건 말도 안됩니다. 범인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문을 잠그는 건 당연하잖아요? 또 담배 한대 입에 물 시간은 있었으면서, 피로 범인 이름을 쓸 생각도 안했다는 것도 역시 설득력이 없습니다. 솔직히 제목과 연관시키기 위한 억지스러운 장치에 불과했습니다. 미우라도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서 명탐정과 고위급 경찰을 이용한다는 터무니 없는 발상을 한 놈이니 죽어도 쌉니다만...
우연에 의한 전개가 지나칠 정도로 많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본격물을 표방한 작품에서 작위적이라는걸 문제로 삼기 어렵다는건 잘 알고 있습니다만, 정도가 너무 과했습니다. 야마쿠라가 조금만 참았어도 미우라의 알리바이는 노리즈키에 의해 무산되어 경찰 수사가 바로 시작되었을테고, 그렇다면 사건이 미궁에 빠지고 말고 할 것도 없었을겁니다. 사실 가즈미가 미우라를 살해한 것 역시 예고된 종말을 약간 늦추는 것에 불과한 무의미한 행동이기도 하고요. 어차피 미우라 단독 범행은 불가능하니까요.
또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용의자가 제거되는 전개도 아쉬웠습니다. 원래부터 가능성있는 인물군이 적은데 미우라 -> 미치코 -> 도미사와 순으로 용의선상에서 사라져버리니 결국 장인 아니면 가즈미밖에는 용의자가 남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마무리라면 사실 탐정도 필요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미치코의 다카시 유괴 소동에서 밝혀지는 도미사와 진범설에서 끝내는게 훨씬 좋았을거라 생각합니다. 꽤 충격적인 결말이기도 했고 적절하게 마무리하기에도 괜찮은 결말이었으니까요. 위에 이야기한 어설픈 동기와 결합된 출구없는 새드&배드 엔딩은 영 마음에 들지 않네요.
아울러 단점이라고 하기는 좀 뭐하지만 야마쿠라 1인칭으로만 전개되는 탓에 노리즈키라는 인물의 역할이 작다는 것도 팬으로서 불만스러웠습니다. 야마쿠라 1인칭이 이야기의 박진감을 높이는데에는 큰 도움을 주었겠지만 이래서야 노리즈키 시리즈인지, 그냥 별개의 스탠드얼론 작품인지도 잘 모를 정도로 노리즈키의 역할이 작거든요.
그래서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최근 읽은 유사한 설정의 유괴물 중에서도 가장 처집니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이게 본격물이야!"라는 집착이 너무 강한 탓이지요. 좋은 재료를 쓸데없는 양념으로 망쳐버린 요리 느낌도 듭니다. 재료도 좋고 요리 솜씨도 나쁘지 않아 분명 먹을만은 한데, 영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아울러 단점이라고 하기는 좀 뭐하지만 야마쿠라 1인칭으로만 전개되는 탓에 노리즈키라는 인물의 역할이 작다는 것도 팬으로서 불만스러웠습니다. 야마쿠라 1인칭이 이야기의 박진감을 높이는데에는 큰 도움을 주었겠지만 이래서야 노리즈키 시리즈인지, 그냥 별개의 스탠드얼론 작품인지도 잘 모를 정도로 노리즈키의 역할이 작거든요.
그래서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최근 읽은 유사한 설정의 유괴물 중에서도 가장 처집니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이게 본격물이야!"라는 집착이 너무 강한 탓이지요. 좋은 재료를 쓸데없는 양념으로 망쳐버린 요리 느낌도 듭니다. 재료도 좋고 요리 솜씨도 나쁘지 않아 분명 먹을만은 한데, 영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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