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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30

미타라이 기요시의 인사 - 시마다 소지 / 한희선 : 별점 2점

미타라이 기요시의 인사 - 4점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검은숲

총 네편의 중단편이 수록된 미타라이 기요시 초기 작품집.
<점성술 살인사건>은 일본에 추리문학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온 걸작임에는 분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미타라이라는 탐정을 좋아하지는 않아서 이후 작품들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었습니다. 엘러리 퀸과 반 다인의 뒤를 잇는 잘난척 덩어리에다가 뭐하나 못하는게 없는 잘난 인물로 묘사되니 마음에 들래야 들 수가 없었던 것인데 특히나 <마신유희>에서는 그 정점을 찍었었죠.
그래도 이 작품은 <점성술 살인사건> 바로 직후에 이어지는 초기작이라 단점이 두드러지지는 않으며 신본격 시대를 연 작가다운 고전적인 퍼즐 미스터리로 구성된 정통 본격 추리물들로 구성되어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네편의 이야기 모두 장르가 조금씩 다른 것도 흥미를 더합니다. 첫번째 작품은 전형적인 알리바이 깨트리기가 밀실 살인과 결합되어 있으며 두번째 작품은 일종의 순간이동 트릭이 등장합니다. 세번째는 붉은 머리 클럽이 연상되는 일종의 사기극을 그린 소품. 네번째는 유괴사건이고요.
또 두번째, 세번째 작품의 화자가 이시오카가 아니라는 것도 특이한 점이에요. 두번째 작품은 화자가 다르다고 해서 딱히 달라지는 것은 없고 미타라이의 경이적인 재즈기타 실력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나 세번째 작품은 사건이 워낙에 독특하고 화자의 버릇이 사건의 핵심 중 하나이기에 화자 변경이 꽤 효과적으로 사용된 편이거든요.

결론내리자면, 작품마다 편차가 크고 불필요한 설정, 묘사가 많기때문에 별점은 2점입니다만 최악이라 할 수 있는 두번째 작품 <질주하는 사자>만 빠졌어도 별점 0.5점은 더 줄 수 있습니다. 다른 작품들은 비교적 괜찮고 무엇보다도 트릭만큼은 신본격의 장을 연 작가의 명성에 어울리는 작품들이기에 본격 퍼즐 미스터리 애호가시라면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장르소설의 명가 "검은숲"에서 출간된 책 답게 장정과 디자인도 괜찮습니다.

덧붙여, 작가의 후기에서 미타리이 작품의 영상화를 반대하는 이유가 전형적인 일본인과는 정반대의 캐릭터를 구현하고 싶었다는 캐릭터론이 펼쳐지는데 전형적인 일본인에 대한 설명은 수긍이 가지만 미타라이라는 캐릭터가 그것에 반하는 캐릭터라는 것에는 절대 수긍할 수 없었습니다. 경찰을 싫어하고, 높은 사람을 싫어하는 잘난척하는 독설가에다가 사람의 본성에 관심이 많으며, 음악 등 다방면에 조예가 깊다는 점에서 아무리봐도 "셜록 홈즈"의 판박이에 불과하니까요.


<숫자 자물쇠>
<점성술 살인사건> 직후의 이야기로 점성술에도 등장했던 다케코시 형사가 미궁의 밀실 살인사건의 해결을 부탁하는 이야기.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한 순간이동 트릭 (정체되는 도로 위 트럭 짐칸에 있던 범인이 몰래 빠져나와 지하철로 이동하여 범행을 저지르고 다시 복귀!) 하나만큼은 아주 좋았던 작품입니다. 과연 짐칸을 향해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을지는 의심스럽지만 습관처럼 계속된 출근 방법이라는 전제가 있으니 딱히 문제라 할 수 없겠죠. 미타라이가 의외의 자상한 면을 피로하는 것도 인상적인 부분이었고요.

그러나 밀실 트릭 자체는 별게 아니고 초반 3단 숫자 자물쇠의 조합에 대한 경우의 수가 의도적으로 잘못 전달되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총 3자리의 번호가 1부터 0까지로 조합된다면 누가 생각해도 10*10*10 로 경우의 수는 1,000개밖에 없잖아요.
아울러 범인이 왜 번호를 하나씩 시험해가며 문을 열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등장하지 않는 것도 이해불가에요. 어차피 죽일 생각이었고 딱히 미궁에 빠트리려는 의도로 보이지 않은 만큼 그냥 힘으로 뜯어도 됐을텐데 말이죠. 힘으로 뜯고 들어가서 돈까지 훔쳤다면 오히려 완전범죄가 되었을지도 모르잖아요?
동기 역시 설득력이 약해 아쉽더군요. 핵심 동기가 범인이 밝혀진 뒤 고백을 통해 전달되는 것은 본격물로는 반칙이라 생각되었고요.

때문에 별점은 2점. 숫자 자물쇠 이야기를 빼고 좀 더 짧고 깔끔하게, 설득력있는 동기로 전개하는게 좋았을 것 같네요.

<질주하는 사자>
재즈 동호인 모임에서 진주목걸이 도난 사건이 벌어지고 유력한 용의자인 구도가 기차에 치인 시체로 발견된 사건으로 제목처럼 구도가 죽는 순간까지 도저히 기차에 치인 장소로 갈 수 없다는 불가사의를 다룬 작품.

앞선 리뷰에서 말씀드렸듯 최악의 작품입니다.
일단 트릭부터 설명하자면, 조잡한 장치 트릭이 등장하는데 T자형으로 이루어진 맨션에 대해 작품 내에서 계속 장황하게 설명하기 때문에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습니다. 작품 내에서의 설명으로는 독자가 떠올리기 어렵습니다. 또 가벼운 보석이라면 모를까, 시체를 옮기기에 적합하다고 생각되지도 않고요. 이렇게 설득력없는 트릭을 짜맞추고 "독자에의 도전"까지 삽입한 것은 만용에 가깝죠.

범행의 동기도 어이가 없기는 마찬가지에요. 애초부터 몇명 없는 모임에서 보석 도난사건이 일어난다면 어쨌건 용의선상에 오를건 분명한데 어떻게 빠져나갈지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것도 황당하지만 사람들이 한둘이 아닌 모임에서 목을 졸라 살해한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돼죠. 한방에 사람의 목을 꺾어버리는 스티븐 시걸도 아니고...

또 작품의 전개와는 무관한 미타라이의 놀라운 재즈기타 실력에 대한 설정역시 짜증나는 요소였습니다. 원래 기타는 잘 친다고 알고 있었지만 그냥 뛰어나다도 아니고 세계급이라니.. 이러한 다양한 천재성의 묘사가 캐릭터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전혀 점수를 주고 싶지 않아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1점입니다. 점수를 준 부분은 진주목걸이 절도와 관련된 마술 트릭과 마지막 숫자 "7"에 대한 가벼운 농담같은 반전 뿐입니다.

<시덴카이 연구 보존회>
화자인 세키네가 부장에게 자기가 겪은 가장 희한한 일을 이야기하는데 옆에 있던 미타라이가 간단하게 그 진상을 풀어 알려주는 이야기.
세키네가 겪은 사건의 핵심은 이른바 시덴카이 연구 보존회 회장이라는 젠키치 할아버지의 사기극인데 미타라이의 추리는 비약이 심해 논리적으로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사람 손가락에 쓰여진 번호가 복권이라고 보는 것도 설득력이 약할 뿐더러 그게 당첨된 숫자라는 것을 알아채고 접근하여 벌이는 사기극으로 보기에는 시점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보이기 때문이에요. 복권 당첨번호가 나오면 최소한 그날, 아니면 다음날 정도에는 맞춰보지 않나요? 또 맞춰보지 않았다고 쳐도 복권이 회사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지 (사실 맞춰보지 않은 복권을 귀중품이라고 보기는 어렵죠), 세키네가 복권 번호를 맞춰보고 이상을 눈치챈 뒤 경찰에 신고하면 어떻게 했을지 설명되지 않는 것도 이상하고 말이죠.

그러나 젠키치 할아버지의 웅대한 이상 - 만주국에 유태국가를 만들겠다, 최소한 시덴카이를 한번 더 날게.만들겠다 - 이 너무 맛깔나게 묘사되어 재미있게 읽을 수는 있었습니다. 사기를 치려면 이정도 말주변은 있어야죠!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추리와 트릭은 영 아니더라도 "시덴카이 연구 보존회"라는 발상에 점수를 줍니다.
희한한 일, 기이한 조직, 그리고 예상치 못한 범죄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붉은 머리 클럽>에 대한 오마쥬로 보이기도 하네요.

<그리스 개>
그리스의 일본인 해상왕 아들이 유괴된 사건을 다루는 이야기.

전형적인 유괴극인데 유괴극의 가장 큰 숙제인 몸값 전달에 대해 신선한 아이디어로 접근하는 작품입니다. 사실 범인이 육상에 있을 것이라는.것은 눈치챘는데 배를 강제로 세운다는 아이디어가 추가된게 마음에 들었어요. 등장하는 암호트릭도 꽤 기발했고요. 한국 독자는 풀기 불가능한 트릭이기는 하지만... 아울러 초반의 타코야키 가게 도난 사건까지 엮어 전개하는 짜임새가 괜찮았습니다.

범인이 누군지 피해자가 눈치챈 시점에서 이미 게임은 끝난거 아닌가라는 문제에 더해 "개"에 대해 지나치게 비중을 둔 전개는 약간 의아하지만 충분히 평작은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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